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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4. 2023

소녀살인

위치추적을 위한 전자발찌법을 앞당긴 용산초등생 성폭행사건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까. 11살의 작은 두근거림은 작은 아이의 가슴에서 뛰고 있었을 것이다. 11살까지만 살 수 있었던 소녀의 기억은 그때 까지뿐이었다. 11살, 소녀는 살해당했다. 용산 초등학교를 다니던 11살의 초등학생은 인근에서 신발 가게를 운영하던 김장호(당시 63세)에게 잡혀서 실종되었는데 그때가 2006년 2월 18일이다. 소녀는 성폭행(미수라고 주장은 하고 있다.)이 된 후에 피해 소녀를 목 졸라 살해하고 구두의 밑창등을 예리하게 다듬는 칼에 확인 실해를 당하게 된다.


소녀의 감성으로 세상을 보았을 그녀는 신발을 주겠다는 범죄자의 꼬임에 잠시 넘어갔을 뿐이다. 그녀가 살해되었다는 경찰의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지금도 고통 속에서 힘겨워하며 당시 범행을 저질렀던 그 남자의 전 판결을 비판하기도 했었다. 그 사건을 보는 순간 2009년에 개봉했던 영화 러블리 본즈가 연상되었다. 그 영화 주인공의 나이는 14살이었다. 그녀의 죽음뒤로 남겨진 가족들은 삶의 끝에서 새로운 세상을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친다. 큰 희생 같은 예산치 못한 시련을 통해 점점 커지는 유대감을 뜻하는 말이 러블리 본즈(Lvely Bones)라고 한다.


아픔을 통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사랑이라는 것이 정말 어렵다. 14살의 나이에 예기치 못한 비극을 맞이한 수지의 영혼은 천상으로 떠나지 못하고 지상과 천상의 ‘경계(In-Between)’에서 남겨진 사람들의 삶을 지켜보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뼈를 물려받아서 살아갈 수 있게 된다. 뼈가 없다면 우리는 이 삶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사건당시 김정호는 11살의 소녀를 아들인 김범진이 보자 그 시신을 경기도의 한적한 동네 포천으로 옮길 생각을 했다. 당시 25살이었던 아들 김정호는 성남의 신구전문대라는 곳을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 그곳에서 산적이 있어서 그곳에서 S전문대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하다.

아들의 행동이나 처신은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었다. 11살의 소녀를 살해한 아버지와 싸웠다고는 하나 결국 피붙이라는 생각에 시신유기를 도와줄 생각을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자식과 형제자매를 그렇게 망가트린다. 잘못한 것을 덮어주고 피가 이어져 있다는 생각으로 용서하고 받아들이기도 한다. 그것은 그들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잘못은 인정될만하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죽을 때까지 바뀌지 않는다. 냉정한 가족의 힘으로 적어도 올바른 길로 걸어가려고 흉내를 낼 뿐이다. 잘못된 형제자매를 용서해 주고 받아들였다는 것은 결국 미래에 벌어질 일을 키우는 꼴이다.

러블리본즈에서 표현된 것처럼 세상의 아이러니에 대한 분노는 이해할 수 없게 분출되기도 한다. 죽은 이와 남겨진 사람들의 분노, 아픔, 사랑, 상처와 치유는 어떻게 이어져야 할까. 한국사회는 그 모습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그녀의 세상 혹은 감당할 수 없는 아픔을 간직한 가족이 보는 세상을 그리는 영상미는 그 절망만큼이나 극단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김장호는 이전에도 어린이를 성추행한 전과가 있었는데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리고 법정에서 앞날이 창창한 아들만큼은 용서해 달라는 말을 한다. 사체유기로 아들은 징역 5년이 선고되었다.


나에게만 옳고 자신이 한 일은 아주 조그마하게 생각하며 되는대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마치 유리병 속에 들어가 있는 작은 소망처럼 언제든지 깨지기가 쉽다. 나에게나 다른 사람에게나 소중하게 대할 때 관계의 성숙함이 있는 법이다. 물론 김장호와 같은 절대 개선의 여지가 없는 사람은 그런 걸 생각하지도 않는다.

이전까지 위치추적 전자장치는 애초 ‘전자족쇄’로 표현될 만큼 부정적 견해가 지배적이었으나 국회는 2008년 6월, 당초 그해 12월이었던 법률 시행일을 3개월 앞당긴 9월 1일로 1차 개정했다. 전자발찌 부착 기간도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했다. 살인에서 쾌감을 얻는 살인범과 그 범행으로 인해 커다란 고통으로 해체된 한 가족의 이야기는 끝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가 더 희생이 많이 되는 사건들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잘 사는 곳이나 안전한 곳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지금도 노래방이나 술집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이 희생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녀의 이름은 말하지 않겠다. 11살 살해당한 소녀는 추운 겨울날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을지 모르고 자신만의 꿈이 있었을지 모른다. 아름답고 똑똑한 엄마이자 아내였던 ‘에비게일’은 비극의 무게를 끝내 견디지 못하고 가족의 곁을 떠나가고 만 것처럼 되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가 어떤 시점의 나이 이후로 날들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작은 두근거림도 같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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