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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7. 2023

제어하지 못한 욕심

친절한 현주 씨 초등학교 학생을 납치 유괴해서 살인하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물을 때 여전히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남들만큼은 살아야 된다는 생각에 너무 사로잡히면 자신 스스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지금 한국사회의 5 분위의 평균 급여는 250만 원대라고 한다. 근로소득자의 평균소득은 300만 원 초반에 머물러 있지만 사회가 평균이라고 말하는 수치는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을 말하고 있다. 언론이 말하는 심각한 평균의 오류로 인해 많은 사람이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절대적인 생활수준이라는 것은 없다. 자신이 어떻게 생활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지게 된다. 지금도 기억이 난다. 대학교에 복학을 하고 열심히 공부에 매진하고 있을 때 생각지도 못한 국가적인 사태가 일어났다. 바로 1997년에 일어난 IMF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방 국립대학교를 졸업하면 무난하게 괜찮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IMF 이후에는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그 해에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바로 1997년 8월 30일 발생한 전현주의 아동 유괴살해사건이었다.


전현주라는 여성은 고위공무원인 아버지와 경제적으로 괜찮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별다른 어려움이나 경제적으로 불편함이 없이 컸던 사람이다. 외국 유학도 보내주고 나름 글을 쓰기 위해 문예 창작을 하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으나 노력이나 머리도 자신의 꿈을 펼칠 정도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은 절실했다. 문예창작을 전공했지만 전문대로 진학을 하였다. 딱히 내세울 것이 없었지만 나름 예술적인 꿈을 가지고 연극 극단을 운영하는 남편을 만나 결혼하였다.


예술을 하는 사람치고 집안이 넉넉하지 않으면 삶이 어렵다. 예술가들 중에 일부분만 그나마 괜찮게 살 수 있고 나머지는 배고픈 삶을 유지하면서 꿈을 향해 나아가던지 포기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주목을 받고 싶은 마음은 결국 제어하지 못하고 적은 수입에도 사치와 낭비를 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럴듯한 삶을 살고 있는 것처럼 포장을 했다. 그런 삶은 결국 빛을 만들 수밖에 없었고 3,000만 원이 넘는 빛이 생겼다고 한다. 돌려 막기를 하던 그녀는 만기가 도래하는 카드빛을 갚기 위해 임신 8개월인데도 불구하고 유괴를 계획한다.


초등학교 여학생을 타깃으로 삼고 아이에게 친절한 얼굴로 접근한다. 1997년에 초등학생을 영어학원에 보낼 정도면 집안의 형편이 넉넉한 편이었다. 그 아이에게 친절하게 다가가서 남편이 운영했던 극단으로 끌고 간다. 나중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납치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전현주는 아이에게 미리 물어본 전화번호로 집에 연락을 해서 몸값으로 2,000만 원을 요구했다. 이미 아이 친구들에게 젊은 여성과 어디로 갔다는 소리를 들은 어머니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경찰이 찾아와서 전화기에 위치 추적장치를 달고 유괴범의 전화를 기다린다.


3시간 만에 걸려온 전화는 짧게 끝나 위치를 파악할 수 없었지만 다음날 전화에서는 조금 더 길게 해서 통화장소를 추적해 냈다. 이때를 기억하기로 대부분 삐삐가 연락수단이었고 공중전화 근처에서 통화가 가능한 시티폰이 그때쯤 나왔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목소리에서 여성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주변 탐문등을 통해 그녀가 키가 작은 젊은 여성이라는 것까지 알아냈다. 그렇지만 그 여성을 찾지 못하자 어쩔 수없이 실종 5일 만에 공개수사로 전환이 되었다. 유괴는 보통 6~8시간이 지나면 살아 있을 확률이 떨어지게 된다고 한다. 당시 카페에서 있었던 사람들의 기본적인 정보를 받은 경찰들은 카페 안에 있었던 사람들을 추적해서 감시한다.


고위공무원이었던 전현주의 아버지는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주변을 계속 맴도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게다가 공개수사로 전환하면서 그 뉴스도 접했다. 아버지는 경찰에게 가서 그 범인이 딸 같다는 식으로 말을 한다. 그러자 경찰이 범인 목소리를 들려주자 자신의 딸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결국 14일 만에 전현주는 신림동의 한 여관에서 체포가 되었다. 그렇지만 아이는 유괴 당일 밤 목이 졸려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극단의 연습실등으로 사용되던 지하실에서 입과 코에 청색 테이프가 붙여진 채로 발견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돋보이고(?) 싶다는 생각에 쓸 필요도 없는 곳에 돈을 쓰고 각종 명품등으로 자신을 치장한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내면과 겉모습으로 자신을 채우고 싶어 한다. 문제는 내면을 채우는 것은 정말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겉모습을 만드는데 더 신경을 쓴다. 겉모습은 돈만 있다면 어느 정도 꾸밀 수가 있다. 작가를 꿈꾸었다고는 하나 전현주는 이미 그 길이 자신이 갈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은 했었을 것이다. 그래서 일찍 연극을 한다는 남자를 만나 결혼해 그럴듯하게 살아보고 싶었던 욕심이 있었다.


80~90년대에는 아이를 유괴해서 돈을 받으려는 사건들이 많이 있었다. 유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에는 아이를 유괴해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범죄가 만연했던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그렇게 긴 이름을 지을 수는 없지만 전현주에게 유괴살해당한 아이의 이름은 박초롱초롱빛나리였다. . 1969년생의 전현주는 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이 아니라 악의만을 가졌던 사람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능력을 생각하지 않은 채 더 많은 것을 가지려고 할 때 반드시 그 여파는 자신에게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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