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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22. 2023

꿈을 위한 살인

관악구의 공방 도예가 자신을 위해 가족을 살해하다. 

굳이 범죄자가 아니더라도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배우자 혹은 연인, 가족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가 않다. 세상의 어떤 사람들도 성인이 된 누군가의 꿈이나 편하게 살고 싶은 삶을 위해 희생될 이유도 없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된다. 세상에 진실된 사랑의 모습을 알고 상대를 만나서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궁금해질 때가 있다. 진실된 마음이나 상대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사람이 될 것이냐를 고민하면서 만나는 사람은 많지가 않은 듯하다. 


서울 관악구의 재개발 지구의 허름한 빌라에서 여성 박 씨(41)와 아들(6)이 침대 위에서 흉기에 찔려 참혹하게 살해된 재 발견된 것이 2019년 8월 22일이었다. 연락이 되지 않은 딸을 걱정하던 엄마가 자신의 남편과 아들에게 찾아가 볼 것을 이야기하고 관계가 소원해진 딸의 남편에 대한 의심도 있어서 발견된 것이었다. 거의 집에서 살고 있지 않은 남편 조영학은 자신의 공방에서 있었다. 딸의 소재를 묻는 질문에 무덤덤하게 자신은 모르겠다고 답을 한다. 그리고 딸이 살던 집에 들어가 본 아버지와 오빠는 딸과 조카가 살해된 장면을 볼 수밖에 없었다. 


이들의 만남은 애초부터 잘못되었을지 모른다. 공방에서 도자기등을 만들면서 살아가는 조영학은 제대로 된 일을 한 적도 없고 자신이 하는 일에서 수입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그렇지만 나이가 들어가는 동생을 챙겨주려던 누나가 살해된 박 씨를 소개한 것이 2013년이었다. 수입이라던가 미래가 딱히 있지 않았던 조영학은 결혼이 탐탁지 않았지만 출판사에서 일하던 아내 박 씨가 꿈을 이루기 위해 지원을 하겠다면서 적극적인 구애 끝에 결혼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을 만나는데 순수한 꿈을 꾸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좋지 않은 기운을 느끼기도 한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은 어떤 사람의 말을 듣고 믿지만 어딘가 이상한 게 있다고 말해주기도 했는데 이는 시간이 지나면 그것이 사실임이 드러날 때도 있었다. 도예가로서의 꿈을 꾸고 있는 조영학이 만든 작품을 본 적은 없지만 사건의 결과로 볼 때 그다지 재능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술가들은 고집이 있다. 자신이 걸어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현실과 타협하지 않은 고집은 만용에 불과하다. 결혼 이후에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남편의 뒷바라지를 거의 6년간 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아내 박 씨는 최선을 다했지만 남편은 집에 들어오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심지어 아내가 빛을 내서 차려준 70평대 규모의 공방 및 오피스텔에서 다른 여자와 불륜도 하고 있었다. 도예작품 활동을 위해 마달 200만 원씩의 지출을 하던 박 씨는 더 이상 지원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그릇이나 접시 같은 생활용품을 만들어 생활에 도움이 될 것을 요청했다. 그렇지만 조영학은 자신이 대단한 도예가라고 생각했는지 이에 분노를 한다. 그까짓 그릇이나 접시를 만드는 것을 용인할 수 없었던 것이다. 


조영학은 그 분노로 인해 집으로 가던 발길을 딱 끊어버리고 불륜녀와 관계를 이어간다. 이제 박 씨는 남편을 향해 이혼을 신청하고 남편을 생각해서 빌라 전세의 명의를 해두었던 것에 가압류를 해둔다. 조영학은 자신의 명의로 된 빌라와 친정에서 박 씨에게 물려준 아파트형 공장도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굳건하게 믿었지만 상황이 진행됨에 따라 자신의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조영학에게 트리거가 된 것은 바로 경마다. 개인적으로 말을 꼬리를 잡기 위해 뛰어다닌다는 경마는 아무리 좋게 이야기해도 건전한 취미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집과 멀지 않은 곳에 마권을 대신 사서 진행하던 경마장이 있었는데 어쩌다가 그곳을 지나갈 때 보면 그곳을 나오는 사람들의 눈에서 어떠한 희망이나 정상적인 모습을 본 기억이 별로 없다. 아무튼 아내로부터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조영학은 내연녀와 함께 경마를 처음 했을 때 돈을 조금 벌게 된다. 항상 말하는 것은 초심자의 행운은 경마, 경륜, 도박 심지어 로또를 가리지 않는다. 적은 노력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그 굴레에서 절대 벗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필자는 노력을 하지 않고 찾아오는 초심자의 행운이 오지 않기를 기원한다. 독약은 독약의 모습을 하지 않고 총천연색의 버섯은 항상 그럴듯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경마로 자신의 돈과 주변 사람의 돈까지 끌어다 쓴 조영학은 자신의 엄마에게도 돈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다. 그는 1억 5천의 빌라 전세금을 비롯하여 다른 돈을 모두 차지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모양이다. 결국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여기에 박 씨의 사망보험금까지 생각했던 모양이다. 자신의 아내와 아들이 사망했다는 소식에도 무덤덤하던 모습과 이상했던 행동들을 찾아낸 경찰은 그가 범인임을 알리는 수많은 정황증거를 가지고 검찰은 기소를 하게 된다. 그는 2021년 4월 최종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체포되었을 때 조형학의 계좌에 남은 돈은 30,000원이었다. 그가 정말 예술가의 꿈을 꾸고 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살인을 할 수도 있고 상황이 안 좋아질 때 더 구렁텅이로 가며 상황이 사람을 어떻게 악마로 만들 수 있는지 볼 수 있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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