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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04. 2017

하나일 수 없는 역사

역사는 하나의 관점이 아니다. 

한국사로 인해 한국이 들썩인 적이 있다. 아직도 그 문제가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한국이 역사에 대해 얼마나 취약한지 다시 돌아보게 한 사건이라는 관점을 제시한 것에 의미가 있다. 역사는 고루한 것이 아닌 우리 삶이며 시간대만 다를 뿐 우리 이웃의 이야기이며 생생한 드라마다. 


르몽드 '역사 교과서'비평이 담겨 있는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세계사이긴 하지만 유럽 이야기가 중심적으로 담겨 있는 책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은 솔직히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 않다. 현대 문명사회가 유럽의 산업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을 생각한다면 세계사에서 유럽이 가장 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해 보이긴 하다. 


책의 도입부에서 역사를 이렇게 설명한다. 

"전 세계 모든 주민이 한 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역사학자의 역할은 찬양이나 비난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다." 


책은 10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 산업화, 식민화, 대중의 정치 참여 (1830~1900)
2. 만국의 희망과 함께한 국제분쟁 (1914~1920) 
3 양차 세계대전 사이 (1920~1939)
4 검은 동맹 (1934~1945)
5 승전의 결과와 민주주의의 시련 (1945~1950)
6 동서 대결 (1950~1991)
7 식민지 독립기부터 선-후진국 분열의 시대 (1945~1970)
8 성장하는 나라들 : 프랑스 ‘영광의 30년’ (1945~1973)
9 주권이 침해당한 시기 (1980~2008)
10 다가올 세상

이 책은 흔히 보던 세계사 책이라기보다는 타블로이드판 신문을 모아놓은 듯한 역사이야기로 사진을 곁들여놓았기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역사라고 하면 무조건 손사래를 치는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읽어볼 만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인포그래픽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표현된 방법이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세계사의 흐름이나 전쟁사 등을 일목요연하게 표현했다. 전체적으로 역사에 대한 팩트를 적시했지만 저자는 주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은 거의 넣지 않아서 역사와 사건에 대해 주체적으로 생각할 시간을 주고 있다. 

역사와 시스템을 풍자하고 희화화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지만 찰리 채플린이 주연이었던 영화 '모던 타임스'에서 컨베이어가 돌아가는 속도에 맞춰 노예처럼 일하다가 실업으로 위축된 노동자를 연기하며 대량 생산 방식을 비판했는데 이로 인해 1952년 FBI에 의해 찰리 채플린은 미국 비자를 취소당한다. 미국이야 오래 전의 모습이라고 하지만 한국은 지금도 그런 색채 씌우기가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역사를 읽다 보면 여전히 다양한 시각을 외면하고 한 방향으로 몰아갔던 여러 사건들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지금도 일부 정치인들은 선동적인 민중 주의자라고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적지 않는 지지를 받는다. 루이지애나 주의 주지사였던 휴이 롱은 뉴딜 정책을 반대하며 개인 자산을 300만 달러, 연 소득을 100만 달러로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재산 분배 프로그램을 내놓은 적이 있는데 급진적인 생각으로 인해 휴이 롱은 1935년에 암살을 당하게 된다. 

일본은 한국의 식민지배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역사에 많은 손질을 가했다. 이것은 비단 일본뿐만이 아니라 유럽의 열강들도 그런 주장을 펼쳤던 것은 사실이다. 식민지배를 정당화하는 열강들의 주장은 대체적으로 비슷하다. '열등한 민족'이 존재하며 이들을 문명화할 '우월한 민족'이 존재한다는 인간 존재의 불평등성이라는 관념에 근거하고 있다. 식민지배보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일부 엘리트들이 권력과 부를 독점하기 위해 식민지배를 했던 국가들과 야합하는 것이다. 야합을 하면 식민지배의 끝은 끝이 아니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일 뿐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 발달할수록 SNS가 더 사람들 속으로 퍼져나갈수록 우리는 공정한 사회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일까? 인터넷에 무한 증식하는 메시지들과 정보들은 오히려 가짜 뉴스를 만들고 편협한 시각을 만드는데 엄청난 자양분을 공급해준다. 최근의 사례들로 알 수 있듯이 편집증적인 이데올로기나 그릇된 관점을 가진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최근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책에서 기술하였듯이 대부분의 언론은 부자들의 손에 있고 인터넷상에서 가장 큰 플랫폼이자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서비스들의 소유자들은 거부들이다. 시스템을 올바르게 이끌고 다수가 살아가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은 집단 지성이며 지성은 역사 바로보기에서 키워질 수 있다.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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