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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7. 2017

서해 게장

바다의 볼거리와 먹거리 

서해에는 바다와 접해 있는 지역들이 많아서 해산물을 이용한 요리들이 비교적 많이 발달하였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리는 꽃게로 만든 게장이다. 양념게장도 괜찮긴 하지만 게의 속살맛을 잘 느낄 수 있는 간장 게장을 선호하는 편이다. 간장 게장은 전국의 어디를 가도 만날 수 있는 음식이고 집에서 만들어 먹기까지 한다. 심지어 음식에 손을 대면 안될 것 같은 어머니까지도 간장게장을 가끔 만드시기도 한다. 어머니가 만든 간장게장은 엄청나게 짠 데다가 비린맛은 비린대로 못 잡아서 먹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한다. 


전국의 유명한 간장게장집 여러 곳을 가봤는데 대부분 밥을 두 공기를 먹게 만든다. 이규보(고려시대의 문인이자 철학자)는 게장을 신선의 음식이라고 평가하기까지 했다. 많이 먹으면 실제 신선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머니 사정도 안 좋아지고 무엇보다도 손에서 비린내가 사라지지 않고 살은 확실하게 찔 수 있을 듯하다. 


게장이 공식적으로 조선의 왕실에 진상되던 음식이었지만 우리가 기억하는 게장의 기억은 바로 경종 때이다. 경종이 좋아하는 음식이 게장이었는데 이복동생인 영조가 경종이 계속 지병으로 고생하자 게장을 올렸다고 실록에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경종은 승하하고 이로 인해 영조는 평생 선왕을 독살하였다는 의혹으로 괴로워하면서 살았다. 


필자는 각종 약재를 넣은 간장게장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보통은 음식점만의 레시피라고 하면서 주장하지만 대부분 비린맛을 잡기 위해 약재를 활용한다. 간장게장이 맛있기 위해서는 게의 싱싱함과 그 고유의 맛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가장 좋다. 수백 년의 역사를 가진 게장은 모두 간장을 이용해서 만든 것을 의미했지만 한국전쟁 이후에 고춧가루를 이용한 양념게장이 등장하면서 기존 게장은 간장게장으로 별로도 칭하기 시작한다. 

간장게장을 먹고 잠시 들른 당진 왜목 마을은 야경도 멋진 곳이다. 해가 뜨는 것과 해가 지는 것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광목 마을은 지형이 왜가리 목과 같다고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돋이를 비롯하여 해넘이를 볼 수 있는 지형을 가진 곳으로 실치로 유명한 장고항과 가까운 곳에 자리하고 있다. 

서해의 해수욕장이나 동해, 남해를 돌아다녀봐도 이런 아경을 가진 해수욕장은 많지 않다. 왜목마을에 자리한 해수욕장은 설치된 조명과 저 멀리 수평선에 있는 어선들의 불빛으로 인해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해수욕과 어선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곳이라는 특이함도 있다. 

왜목마을의 위쪽으로 오면 누워있는 사람의 목의 형태인 와목의 형태가 보인다. 잔잔한 바다 너머로 불빛이 보이는데 저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야경 포인트가 좋다. 왜목마을의 사진 찍기 좋은 곳으로 해돋이는 왜목마을 선착장이 좋고 해넘이는 석문각이 좋다. 매년 말에는 한 해를 보내고 다음 해를 맞이한다. 시간과 바꿀 수 있는 것은 없지만 그 시간을 의미 있게 보냈다면 그것도 가치 있다. 

게장을 먹으면 가장 먼저 먹는 것은 바로 게장 등딱지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다. 옛말에 선비의 예절 중 하나로 등 짝지에 밥을 비벼 먹지 말 것이라는 글이 '사 소절'에 실려 있다. 그만큼 맛이 좋아서 선비라 할지라도 지나가기 힘들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맛있는 것을 보고 그냥 지나가기 힘들고 멋진 야경을 보고 그냥 지나치기가 쉽지 않으니 그것이 인간의 한계이며 낙일 듯하다. 


어머니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시긴 하지만 인터넷은 잘 사용하지 않으시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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