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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Nov 27. 2023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돈, 돈, 돈을 위해 송선미 남편 고우석을 살해한 곽 씨

사람이 잘살기 위해 어느 정도의 돈이 필요할까. 보험회사나 금융회사에서 돈을 벌기 위해 정해놓은 돈은 의미가 없다. 어차피 그들이 제시한 수치는 그냥 수치에 불과할 뿐이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만의 규칙 속에 살아온 소설가인 멜빈에게 처음으로 사랑의 떨림을 알려준 캐럴과 처음으로 우정의 깊이를 알려준 사이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사람보다 돈이 앞서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삶에 대해서 말하기보다는 돈의 수치와 방법에 대해서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돈을 위한, 돈에 의한, 돈의 세상을 원하면서 살아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제강점기에 인삼의 고장이라는 금산에서 태어나서 살다가 10대 때 일본으로 건너가서 살았던 곽 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금산에서 인삼을 가져다가 팔면서 시드머니를 만들어 다양한 사업분야를 거쳐 파친코와 호텔사업등을 하면서 큰 성공을 이루었다. 일본에서 파친코는 많은 사람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기도 하고 일상생활의 불안과 초조에서 도피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본이 패망하고 나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누리게 된 파친코는 허탈상태에 있던 일본사람, 특히 서민층의 불만과 울분을 파친코에 쏟아 넣게 만들었는데 이때에 곽 씨도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그에게는 두 명의 부인이 있었는데 한 명은 한국에 있었고 한 명은 일본에 있었다. 일본에서만 10명의 자식을 남겼고 한국에는 아들과 딸을 두고 있었다. 어느새 시간이 흘러서 손자손녀들이 아이를 낳아서 증손자를 볼 나이까지 되었다. 99세가 된 곽 씨는 한국에도 적지 않은 부동산이 있었다. 그 부동산과 주식, 현금자산등까지 680억 원대였다고 한다. 나이가 들게 되자 곽 씨는 자신의 일본 자식들에게 일본에 남아 있는 재산을 상속하기 시작했다. 


곽 씨의 아들과 딸은 각자 아들이 있었는데 종손인 곽 씨와 외손인 고씨다. 둘은 사촌지간으로 여러 사업도 같이 하면서 나름 친분관계를 유지하였지만 돈이 이들을 갈라놓게 된다. 종손인 곽 씨는 먼저 선수를 치기로 한다. 한국에 남아 있는 자산이라도 자신이 가지고 가려는 계획을 세운 것이다.  2006년 8월 17일 일본에 있던 할아버지가 오자 친손자인 곽 씨는 자신의 친동생과 함께 할아버지의 저택으로 찾아가 포도주를 마시며 살갑게 굴었다. 할아버지가 술에 취해 잠들자 금고에서 몰래 인감도장을 꺼내 미리 준비해 간 부동산 소유권 이전과 주식, 현금 이전에 필요한 서류에 도장을 찍고 미리 말해둔 법무사 김 씨를 통해 상황극을 통해 국내 전 재산을 증여하는 것을 확인하는 것처럼 꾸며두었다. 


돈의 모든 것에 진심이었던 곽 씨는 성공적으로 모든 것을 이룬 듯 보였다. 모든 자산을 자신의 앞으로 돌려두고 잘 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다른 사촌형제들도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조부의 딸인 곽 씨는 자신의 아들인 고우석을 데리고 일본으로 가서 이사실을 모두 말한다. 조부 곽 씨는 이 사실에 분노하며 딸과 외손자인 고우석에게 아들과 손자인 곽 씨 부자를 상대로 사문서 위조 혐의등으로 고소할 것에 대해 동의한다. 이때부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고우석은 민형사 소송을 매형인 A변호사에게 맡겼고 사촌지간의 갈등은 심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손자인 곽 씨는 사촌인 고우석을 제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물론 변호사도 없애길 원했으나 월 300여만을 주면서 부리고 있었던 조 씨는 차마 그렇게까지는 하지 못하겠다고 한다. 곽씨에게 청부를 받고 기회를 엿보던 조 씨는 유산분쟁에서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줄 것처럼 하면서 고우석에게 접근하게 된다. 마침내 2017년 8월 21일에 조 씨는 변호사 사무실로 가서 고우석에게 회칼을 휘둘러서 목의 경동맥을 겨냥한다. 고씨가 사망하고 나서 조 씨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경찰이 올 때까지 기다리게 된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말하게 된다. 애초에 정보제공을 대가로 2억 원을 받기로 했는데 1,000만 원 밖에 받지 못해 원한에 의한 살인이라고 말한 것이다. 


사망한 고우석의 부인이 2006년 결혼하여 2015년에 딸을 출산한 배우 송선미였다. 조 씨가 말한 대로 언론에 부풀려지면서 돈에 눈이 뒤집힌 고씨사건처럼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송선미 역시 당시에 적지 않은 이미지에 타격을 받았다. 그렇지만 재산분쟁 과정에서 돈에 목숨을 걸었던 손자 곽 씨가 꾸민 치밀한 청부살해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 씨에게는 20억이라는 돈과 가족을 챙겨주고 필리핀에서 살 수 있다는 달콤한 제안을 했다고 한다. 


피가 난무하는 유산분쟁을 보았던 할아버지 곽 씨는 같은 해 12월 99세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사건이었다. 불교에서 마하반야바라밀다(摩訶般若波羅蜜多)에서 마하는 크다는 의미이며 반야는 지혜라는 의미다. 마하반야바라밀은 산스크리트어 mahā-prajñā-pāramitā이다  큰 지혜의 완성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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