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석되는 화폐속에 개개인이 나아가야 할 지향점
약 5,000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모든 화폐는 희소가치가 있는 금과 가장 닮기 위해 노력을 해온 여정 속에 있었다. 황금시대를 연 인류 최초의 시장경제를 운영한 메소포타미아는 관련제도를 만들고 도시를 발달시켰다. 국가가 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경제력이 있어야 하며 한 국가의 경제력은 화폐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금이라는 화폐 혹은 자산은 분명하게 희소성이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대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역사를 보면 어떤 경제적인 위험이 발생했을 때 금으로 회귀하게 된 사례가 적지가 않다. 최근 화폐가 휴지조각처럼 생각되는 베네수엘라의 여러 지역에서는 금으로 물물교환을 하고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최상층은 최하층보다 70배 이상 부유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한 국가의 화폐의 가치가 저평가될수록 빈부의 격차는 더욱더 극심해진다. 최근 경제가 일부 회복되면서 부자들에게는 기회가 생기고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극도의 가난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화폐가 휴지가 되어버린 베네수엘라에서는 금을 가지고 다니면서 가루를 내서 각종 생필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화폐는 찍어낸다고 해서 모두 가치가 있지 않다. 대원군 때 궁궐을 짓기 위해 찍어낸 당백전으로 인해 조선의 민생이 얼마나 피폐해졌는지 살펴 볼 수 있다. 이후 김옥균이나 박영효같은 개화파가 화폐구조를 바꾸고 근대국가로의 기반을 만들려고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여흥민씨 집안의 탐욕으로 인해 방해가 심각해졌고 고종의 묵인하에 갑신정변을 일으켰지만 결국 3일천하로 끝나고 말았다. 어떤 언론이나 사람이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과연 그럴까. 역사속에서 화폐가 금과 같이 희소성을 가졌다고 해서 가치가 영원했던 적이 없었다. 모나리자 그림이 희소성을 가지고 엄청난 가격으로 화자되기도 하지만 누구나 그 그림을 가지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상화폐 도박판에 들어온 사람들이 가치가 있다고 하니 현재 유지가 되는 것뿐이다.
현대적인 의미의 염가 화폐 이론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케인스가 주장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독일 역시 1923년에 초대형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엄청난 살상력을 이미 증명한 바 있다. 승전국에게 주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을 막 찍어내던 당시 독일은 100,000,000,000,000 마르크 지폐까지 발행한 적이 있었다. 돈의 가치가 휴지 조각보다 못할 때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겪게 된다. 빵 한 조각에 800억, 1차 세계 대전 직전까지 20마르크였던 구두 한 켤레는 4조 2,000억 마르크에 달했다고 한다. 독일의 초인플레이션을 잡은 것은 토지와 산업 시설을 담보로 발행된 새 돈인 렌텐마르크(Rentenmark)였다. 무기력한 염가화폐가 얼마나 위험한 지를 잘 알려주는 것이면서 가치가 있는 것을 기반으로 발행된 화폐의 통화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다. 독일의 초강력 인플레이션은 후에 히틀러가 집권하는데 큰 도움이 되어주는 것과 동시에 패전국에게 가혹한 조건을 내건 것이 2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진 원동력이 되었음도 살펴볼 수가 있다.
신용카드는 현대사회의 플라스틱 화폐다. 그렇지만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다보면 자신에게 있는 감당할 수 있는 화폐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모를 때가 있다. 2000년대 초반에 길거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모집인을 보는 것은 어렵지가 않았다. 그러다가 사람들의 화폐 신용을 확 낮추면서 2002년에서 2006년까지 약 4년간 수백만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어버리는 신용카드 대란도 일어나기도 했다. 미래의 소득을 끌어다 쓰는 신용카드는 분명히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도움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근 미래에 가용한 화폐를 현재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니 말이다.
때론 사람들의 특정 상황속에서 돈으로 인한 사악함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돈에 대한 선의는 있을 수 없다는 생각도 한다. 개개인은 돈이라는 매개체에서 자유롭지도 않고 때론 투명하지도 않다. 2022년까지 스테블 코인이 거래가 된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가상화폐가 변동이 너무 심한 것과 달리 고정적인 가치를 유지하며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을 내세우면서 유통시켰다. 그중 테더라는 코인은 1 테더가 1달러와 같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했지만 사실 그런 가치가 없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입게 되었다. 제어받지 않는 화폐는 반드시 문제가 생기며 개개인의 선의에 기댄 결과가 긍정적이었던 경우도 많지가 않다.
케인스의 염가 화폐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것이다. 필자는 전 세계에서 유명한 투자회사이기도 한 골드만삭스나 모건사를 개인적으로 믿지 않는다. 그들은 20세기에도 수없이 증시 스캔들을 만들었고 주가 조작을 통해 증시 폭락과 경제 대공황의 논리관계를 만들어낸 주역이기도 하다. 비록 방법론을 통해 연역추리와 귀납추리를 모두 사용하여 경제학 사상의 양대 조류를 종합했지만 케인스는 눈앞의 권력만 보고 결과를 개의치 않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실제 케인스는 엘리트 계층 출신이었고, 인명 부분을 보면 알겠지만 남작위까지 가진 귀족이었기에 서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런 말을 남기기도 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아이디어를 잊는 것이다.”
화폐의 세계에서 금은 오래된 신화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실체 없이 가치를 부풀리는 것을 만들기 위해서는 본연의 가치가 뚜렷한 금은 될 수 있으면 멀리 있으면 좋다고 생각한다. 2000년에 닷컴이라는 단어만 뒤에 붙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어도 무조건 주식을 사고 회사의 가치가 오를 때가 있었다. 지금 시장은 실물화폐가 아니라면 뭐든 상관없이 살거야라고 말하고 있다. 50년을 갚아야 하는 대출상품이 나올 정도로 부동산은 이미 차오를 만큼 차올랐고 대출의 확대 없이 받아줄 사람도 없다. 만약 미국 등에서 찍어낸 돈을 그냥 공짜로 나눠준다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풀린 돈은 한국 사람들에게 가지 않았다.
화폐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으로 자산의 가치를 생각할 필요가 있다. 사람은 돈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정의도 없고 다른 사람을 도와줄 의지도 많지 않다. 그것이 거대한 흐름처럼 보이면 마치 대세처럼 보이지만 돈에 대한 여러 사람의 잘못된 생각이 투영되면 본질을 보지 못하게 만들게 한다. 염가화폐란 국민의 재산이 인플레이션의 파도에 흡수되는 것을 막지 못해서 생겨나는 잉여화폐를 의미한다. 우리는 1919년을 삼일운동이 일어난 해로 기억을 하지만 그 해에 파리에서 강화회의가 열렸었다. 당시 케인즈는 그 당시 인플레이션이 국민과 사회에 미치는 거대한 피해를 인식하기도 했지만 이후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이라는 저서에서 자신의 금본위제를 버리고 염가화폐를 옹호하게 된다.
그로 인해 금융재벌들과 정치가들의 지지는 받았지만 그로 인해 받게 될 대중들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았다. 최근 화폐의 가치가 낮아진 것을 체감하게 된다. 한국은 베네수엘라나 튀르키예처럼 화폐의 가치가 폭락하지는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과 같지 않음을 느끼고 있다. 염가화폐가 더 확산이 되면 결국 희소성이 있는 자산의 가치는 높아지게 된다. 개인적으로 금이나 은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다. 은은 열전도율과 도전율이 금속에서 가장 좋지만 가격이 비싸 구리를 대체해서 사용을 하고 있다. 한 때 사진 필름의 감광재로 널리 쓰이기도 했지만 미래의 4차산업 원자재로서의 훌륭한 역할을 하며 더욱더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 GPU 시장의 독점기업인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으며 모든 제조업분야에서 AI를 사용하게 되는데 AI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GPU이기도 하다. 정밀한 설계에 있어서 산업금속으로서 은의 역할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방향성이 결정된 거대한 흐름은 바꿀 수는 없다. 염가화폐가 일반화된 세상에서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고 투자를 하는 것은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가장 좋은 것은 자신의 능력을 키워서 시장에서 가치를 평가받는 것이기도 하지만 쉽지는 않다. 금과 이별을 하고 1차, 2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을 겪으면서 화폐의 가치는 상당히 낮아졌다. 앞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것들이 등장하겠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직접 사용하고 먹고, 마시고 살아가는데 있어서 필요한 것들에 사용되는 것들이 무엇인지만 살펴보면 적어도 흐름을 역행하지는 않는다.
화폐는 일명 돈으로 불리는 교환의 매개체이며 가치의 측정 단위 및 저장 수단 역할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주조된 주화는 996년(성종15년)의 철전이다. 이후 동전, 은화 등이 쓰이다가 1883년 7월 근대적 상설 조폐기관인 전환국이 설립되면서 화폐 제도가 개혁이 되었다. 인삼을 우려낸 진하디 진한 물을 더 많은 사람에게 마시기 위해 계속 물을 타다보면 그 맛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 가지고 있는 화폐를 내일보다 오늘 쓰는 것이 더 갚어지가 있을수도 있지만 내일의 나를 배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화폐의 밀도는 계속 희석이 되겠지만 그 화폐를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자신의 가치는 희석되지 않을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