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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07. 2023

도박의 덫

도박의 덫은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던 간에 어디에는 존재한다.

코로나19가 지난 3년 동안 우리 사회를 제약하면서 온라인과 모바일상에서 더 많은 투자 사기와 주식, 코인 사기, 도박 등이 사회속으로 스며들어 자리잡아가는 것을 보았다. 필자의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는 사기꾼들의 문자와 전화가 수없이 왔었는데 오는 족족 차단을 하니 이제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본질적인 정체를 숨긴채 도박이라는 것은 불법과 합법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꾸준히 한국 사회 속에 자리잡아왔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강원랜드의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그만큼 다른 채널을 통해 도박에 접속하기가 쉬워졌다는 의미라고 볼 수도 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도박에 빠지기 시작하는 연령대도 많이 낮아졌다. 도박은 마약과 비슷한 방식으로 뇌를 변화시키기에 다시는 잊지 못하게 된다. 불행히도 전적으로 순수 우연에 의존하는 게임의 절차는 방해받기 쉽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박에서는 속임수가 난무할 수 밖에 없다. 영화 007에서 제임스본드처럼 멋지게 베팅하고 극적인 순간에 돈을 따는 것은 영화에서나 가능하다.  

    

실제 필자는 도박과 관련한 일에 간접적으로 연관되어보기도 했었다. 전에 다녔던 회사 중 한 곳이 도박과 관련한 사업을 모르게 진행 했었던 적이 있다. 회사 대표가 여러 번 사업적인 판단을 잘 못한 덕분에 적자인 회사를 구한다는 방편이기도 했었다. 그때 도박과 관련한 프로그램의 알고리즘을 보았는데 정말 단순하면서도 운영 측의 조작이 용이하게 만들어져 있었는데 결국에는 참여자는 결국 다 털리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다. 오래하면 무조건 돈을 잃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면 도박장을 열 이유가 없지 않겠는가.      


도박의 실상에 대해 잘 그린 만화로 허영만 화백의 타짜가 있었다. 숨 쉬는 것 빼고는 모두 거짓이라는 그 도박판에서 열두 달을 상징하는 그림이 들어간 빨간 색 패를 쥐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하는 화투의 재미는 손을 잃고 다리를 잃어도 그만 두지 못한다는 표현도 있다. 지금도 스포츠 선수들이 빠져 자신의 경력을 모두 날리기도 하는 도박은 파산에 이르는 지름길이며 이는 본인의 정신 파괴뿐만 아니라 주변에도 커다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자신의 운과 능력으로 쾌감을 맛보는 도박과 스포츠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무모하지만 극한의 짜릿함과 허무함, 음모와 배신을 보고 싶다면 도박판의 문을 두드려보면 그 밑바닥을 경험할 수가 있다.  인생의 쓴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느끼게 만들어줄 것이다. 태생적으로 쓴 맛이 좋다면 어쩔 수는 없다.    

  

도박의 덫은 굳이 강원랜드와 같은 곳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몇 번만 클릭해도 바로 만나볼 수 있다. 수많은 컨텐츠를 불법적으로 제공하면서 서버를 운영하는 업체는 사실 목표는 사람들을 도박장으로 이끌기 위해 미끼를 만든 것이다. 온라인 도박은 쉽게 접속할 수 있게 해주고 쉽게 돈 버는 것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게 된다. 세상에는 노력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은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기 때문이다. 차별화된 능력을 갖추지 못하면 분명히 돈을 쉽게 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특별한 기회가 왔다고 착각한다. 그 착각이 현실화되는 순간 통장의 계좌는 순식간에 0으로 수렴하게 되는 것을 넘어서 주변 사람들을 구렁텅이로 끌어들이기도 한다.      


좋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생명부지의 모르는 사람에게 왜 돈을 벌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할 수 있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차라리 자신에게 돌아오는 운을 좋게 만들기 위해 사회의 약자들에게 베푸는 선행이 훨씬 정신적인 건강에 도움이 될지 모른다. 그렇게 좋은 주식정보나 오를 수밖에 없다는 코인 정보, 기회가 주어지는 부동산의 투자기회를 알려주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만약 선의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조차 확신할 수 없는 불투명하거나 사기성 정보가 대부분일 가능성이 높다.      


빨리 가려고 해 봤자 양지가 아니라면 세상은 공평하게도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다. 운전을 할 때 지금까지 익힌 자신만의 기술을 사용해 빨리 가본들 어차피 자신이 지나친 차량이 신호대기중에 옆자리에 온 경험이 있지 않은가. 때론 시간을 그걸 알려주는 재판관이기도 하다. 과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글도 쓴 적 이 있었지만 그들은 대응이 상당히 늦다. 웬만하면 책임지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도박과 관련된 사이트 차단이라던가 문자, 전화번호 등에 대응도 이미 피해가 상당히 진행되고 나서야 하는 편이다. 정부가 무언가를 막아주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세상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스스로가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보호해주겠는가.      


항상 주변 사람들에게 차별화된 능력의 기본 단위는 10년이라고 말한다. 관련 분야의 경력에 머리가 조금 좋고 노력이 뒤따라주면 기술사도 1년이면 취득할 수 있다. 기사 자격증도 분야에 상관없이 그보다는 수월하게 5개월이면 된다. 그 외에도 별별 자격증이 다 있지만 회계사, 세무사, 감정평가사 등을 제외하고 자격을 따는데 3~4개월을 넘는 자격증은 거의 없다. 변호사 시험도 바로 그해에 통과하지 못하면 통과 확률이 현저히 떨어진다. 오래 준비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될 수 있는 사람은 시간이 그렇게 많이 걸리지 않는다. 노력은 도박과는 성질이 다르다. 노력은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도박은 방향성은 없지만 뇌의 쾌락은 있다. 도박에 방향성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10년에 걸려서 만든 차별화된 능력은 자격시험이 따로 없어도 높은 장벽을 만들어준다. 그 시간은 그냥 지나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 소질과 방향에 맞는 분야이면서 10년 후에도 사회가 필요가 하는 분야라면 어느 것이나 상관이 없다. 그다음부터는 돈이라는 것에 그렇게 구애받지 않게 된다. 아무 노력 없이 큰 수익을 보려고 하는 것은 사기의 덫에 빠지지만 만들어진 차별화된 능력은 만족할만한 피드백이나 수익으로 돌아온다. 어떤 의미에서 도박은 돈에다가 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재능을 키우는 것에 거는 것이다.      


도박의 가장 큰 문제는 더 이상 노력을 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이다. 노력으로 인해서 받은 보상보다 훨씬 더 짧은 시간에 받는 보상은 사람을 매우 근시안적으로 만들어 버린다. 사업을 크게 일구어보았던 사람들이 오히려 도박에 쉽게 빠지는 것은 달콤한 결과에 대한 욕구가 다른 사람보다 크기 때문이기도 하다. 더 짧고 강하고 빠르게 보상을 원하면 원할수록 작은 즐거움은 아예 느끼지 못하게 된다. 삶 자체를 전체로 보지 않고 작게 쪼개서 볼수록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된다. 도박의 덫은 우리가 느끼든 느끼지 못하던 간에 어디에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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