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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Dec 14. 2023

돈의 관점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 뜨겁고 차가운 것이 돈

사람에게는 일정한 온도가 있지만 돈에는 일정한 온도가 없다. 매년 연말이 되면 지자체마다 사랑의 온도탑을 세워두고 목표기부액수에 도달하였는지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람마다 느끼는 돈의 온도는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돈의 크기가 작아도 온기를 느끼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느끼는 돈의 온기를 느끼지 못하기도 한다. 사람은 자극에 민감한 동물이다. 일상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과 적당한 타협을 하면서 살아갈 뿐이다. 갑자기 생긴 돈으로 인해 커진 씀씀이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잘못을 저지르다가 범죄자까지 되는 사람들도 자신에게 맞지 않은 돈의 온도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을 지속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자금지원등으로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자금의 한계에 도달했다. 러시아는 산유국이기도 하지만 매년 전 세계에서 채굴되는 금의 약 10%를 생산하는 규모가 큰 금 수출 국가이기도 하다. 여러 자산중 금은 전쟁을 지속해야 하는 러시아에게 있어서 큰 자산이기도 하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미래에도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다. 돈은 모든 것을 가능하게도 하고 국가를 패망하게 만들기도 한다. 돈 없이 움직이는 군사도 없으며 돈 없이 강력한 무기를 소유하지도 못한다. 군인을 뜻하는 영어의 soldier와 스웨덴어의 soldat 모두 은화 솔리두스 solidius, '지급받는 자'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지급받을 대가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군인이다.      


미국의 남북전쟁은 노예해방과 같은 도덕적인 의미가 부여된 전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노예해방은 구실일 뿐 경제적인 이익의 충돌에 있었다. 남북전쟁 초기에 남군은 북군에게 연속적으로 승리를 거두었다. 링컨의 북군은 전쟁을 지속할만한 돈이 부족한 상태였다. 유럽의 금융재벌들에게 다시 고액의 이자를 감당하면서 전쟁을 지속했을 경우 전쟁이 끝난 후 미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빛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던 링컨은 금과 같은 금속화폐와 연결되지 않는 화폐를 발행했다.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정부가 발행한 그린백이라는 새 지폐는 4억 5,000만 달러에 달했다고 한다.      


전쟁 화폐로 인해 만들어지는 여파는 구석구석까지 미치게 된다. 과거 미국의 남북전쟁이 유럽과 미국에만 영향을 미쳤다면 세계화가 된 지금은 미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 비행기를 타고 가도 한참을 가야 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은 어떤 식으로 머니 엔트로피가 여파의 확산을 만들어내고 있을까. 환율이 그 여파를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으며 환율과 수출이 제한된 자원의 여파가 합쳐져서 물가를 올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면 보통은 물건을 사려고 하는 수요가 많은데 코로나19이후의 인플레이션은 스테그네이션(불황)과 함께 찾아오고 있다. 만일 앞으로 인플레이션만 있다면 물건을 지금 사는 것은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오늘이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내일의 가격이 더 저렴해질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면 오늘 물건을 사지 않게 된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각국 간 벌어지는 신화폐 전쟁은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 간 관계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상황과 맞물려 의외로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한 머니 엔트로피는 그 결과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게 확산이 된다. 역사적으로 큰 이익을 생각하고 전쟁비용을 대던 국제 금융재벌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의 하나로 경제 불황의 조작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을 의도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코로나19는 그들에게 매우 좋은 호재였다. 0%에 수렴하는 금리는 신용대출을 확대함으로써 경제적 거품을 조장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투기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이후 연준이나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화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금리를 올렸다. 그럴듯한 구실은 만들어졌다. 이미 자연적으로 대응하기 힘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의 파도는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부동산과 주식과 가상화폐로 들어간 돈이 갑자기 허공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풀린 돈은 부동산을 올리고 다음에는 주식 마지막으로는 가상화폐와 같이 과거의 상식으로 납득은 되지 않아도 돈만 된다면 가격이 오른다. 가상화폐에 투자를 할 수도 있다. 최적의 순간에 빠져나올 수 있다는 절대적인 믿음이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거품이 빠질 때는 가상화폐, 주식, 부동산의 역순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런 걸 두고 양털 깎기(fleecing of the flock)라고 한다. 사람의 털을 깎아봤자 어디 쓸 곳도 없지만 돈을 털어갈 수는 있다.      


우리는 안방에서 TV와 SNS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의 국민들이 전쟁으로 인해 받는 피해를 보고 있다. 러시아를 상대로 과연 우크라이나가 전면전으로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은 어떻게 끝이 날까.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 자원보호, 기후변화 등이 모두 합쳐져서 오늘의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쉽게 해소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코로나19가 불을 붙이고 전쟁 화폐가 만들어낸 화폐전쟁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고 있다. 사람들은 아무것도 안 했는데도 불구하고 실질 구매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번에 찾아온 스테그플레이션은 보이지 않는 전쟁의 다른 모습이다. 실제 전쟁은 우크라이나 와 이스라엘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진 머니 엔트로피는 어디까지 확산이 될지 알 수는 없다. 전쟁이 시작된지도 한참이 되었지만 이제 무감각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강한 자극도 한 번 시작되고 시간이 지나면 무감각해진다. 이미 상당히 오른 물가로 인해 먼 나라 이야기는 더 이상 주요 관심사가 될 수가 없다. 이미 미국을 비롯하여 유럽 등도 장기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와 NFT 등 가상 자산은 ‘더 큰 바보 이론(greater-fool theory)’에 근거하고 투자한 사람들이 모여 메아리효과를 통해 확산되어왔다. 왜 그런 화폐가 필요한지에 대해 그럴듯한 이유를 대면 사람들은 혹해서 돈을 넣는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명목으로 풀어놓은 돈이 아무 곳에나 파동 치듯이 흘러 들어갔다. 2020년부터 시작된 머니 엔트로피는 2022년부터 축소되는 과정에서 곳곳에 여파를 만들어내며 2020년대 중반에는 신경제 질서의 재편을 만들어낼 것이다.      


2023년에는 실리콘 벨리를 넘어서 미국과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SVB(실리콘 밸리 은행 이하 SVB)가 파산하였다. 한국의 국민연금도 SVB에 투자한 금액만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확인되는등 국내증권에도 미치는 여파가 적지 않았다. SVB가 파산한 이유는 바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에 너무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채권인 미국 국채를 비롯하여 채권은 이자율이 높아지면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쉽게 말해서 이자율이 높다는 것은 상품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다. 매력이 떨어진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이자율이라도 조금 더 챙겨줘야 구매하려고 하지 않겠는가. 반면 시장에서는 매력이 떨어진 상품은 저렴한 가격에 팔리게 된다. 아무리 미국 국채라고 하더라도 매번 좋을 수는 없다. 채권의 5%의 할인율은 엄청난 손해를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쏟아진 유동성에 돈이 생겨난 SVB는 미국 국채에 많은 돈을 묶어두었다. 그렇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 연준이 금리를 올리면서 희석되었던 돈의 유동성이 줄어들자 사놓았던 미국 국채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 이시기에 고객들이 돈을 찾기 시작하니 돈을 돌려주기 위해 손해를 보면서 미국국채를 내다 팔다가 결국 못 버티고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SVB는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이 연 2023년 첫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스몰 라이선스의 대표적 사례로 꼽은 은행이었다.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상관없이 살아가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와 연결된 것처럼 영향을 받게 된다. 모든 사람이 돈을 바라보는 관점이 같을 수는 없다. 어떤 사람은 단돈 10,000원도 생각해보고 쓰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1,000,000원도 한 끼 밥값으로 아무렇지 않게 지불 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돈을 바라보고 생각하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태어난 환경이나 살아온 주변 환경에 따라 돈에 대한 관점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돈은 숫자로 표시되지만 그 숫자에 대한 기준은 경제적으로 처한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코로나19로 많은 돈이 풀려났지만 내 주머니속에 돈의 밀도가 높아진 것을 느껴본 사람은 많지가 않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풀려난 돈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가치가 있는 것들에 가서 붙어서 살을 찌운다.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경제적으로 다이어트한 것처럼 날씬해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코로나19로 인해 몸은 확찐자로 돌변했는데 경제적으로는 통장의 숫자는 날씬해졌다.    

  

유동성을 줄이기 시작하면 희석된 돈의 밀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즉 현실에서는 필요없다고 생각했지만 경제적으로 넉넉하게 만들어줄 것처럼 등장했던 것들의 가치가 속절없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피의 농도가 높아지기 시작하면 몸의 구석구석에 문제를 만들어낸다. 신체기관중에서 가장 안좋은 곳만 조금씩 망가트린다.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미국 국채마저 가치가 하락하는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가격을 유지할 수가 있을까. 세상에는 최선을 다해 힘들게 돈을 벌어서 먹고 살고 싶다는 사람의 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월하게 돈을 벌고 싶어하며 심지어 미래의 꿈이 먹고 노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이 되지 않아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충실하게 종사하며 노력할 뿐이다.      


돈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개인적인 변화는 내부적인 것과 외부적인 것이 있다. 앞서서 외부적인 요인이라면 자신한테 줄 것도 아닌데 미국이 엄청난 돈을 뿌려대는 것이다. 그 돈은 나에게로 와서 경제적으로 살을 찌워주지도 않았고 돈의 유동성을 줄일 때는 원하지도 않았는데 경제적인 다이어트를 하게 만든다. 최근 몇 년간 주식을 했던 많은 사람이 자신의 계좌가 생각보다 홀쭉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감하게 된다. 내부적인 요인은 외부적인 요인과 달리 돈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이다.      


돈을 쓰던 가락이 있어서 쉽게 줄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가 않다. 환경이 변했지만 변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는 문제가 생긴다. 가끔씩 뉴스로 들려오는 한 가족의 안타까운 사례도 이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다. 돈을 밀도 있게 보면 작은 돈이라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지만 희석해서 보기 시작하면 크고 작음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진다. 미래가 불확실해질수록 사람들은 작은 기회에서 큰 성공을 보려고 한다. 노년층의 취약한 일자리는 늘었어도 가장 많은 돈이 들어가는 4050세대들의 일자리를 더 많이 줄어 들어가고 있다. 보편적이면서 서비스 분야같은 일자리를 만들기 쉬워도 양질의 일자리는 만들기가 더 어려워지고 그 공급도 더 줄어 들어가는 것이 저출산으로 인한 미래의 모습이다.      


특별한 상황에서 정부나 전세계가 주도해서 희석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고 물가가 상승하게 되면 결국 돈이 희석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기도 하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외적요인과 내적요인이 있겠지만 우리는 그 내면속에서 적당한 밀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떤 가치는 때론 과대평가되기도 하고 어떤 것은 과소평가되기도 한다. 적어도 분명한 것은 시간은 정답을 말해준다는 사실이다. 앞서 돈과 관련한 역사적인 사례와 전쟁등을 가볍게 예를 들어서 기술하였다. 돈은 생각의 관점에 따라 뜨거울 수도 있고 차가울 수도 있다. 어떻게 돈을 사랑할지 그리고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만으로 삶은 풍족해질 가능성이 높다. 가장 사랑하기에 어려운 상대지만 삶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것도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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