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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21. 2017

그레이트 월

위대한 벽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만리장성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액션 활극을 그린 그레이트 월이라는 작품은 할리우드와 중국자본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온갖 이민족의 공격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만리장성에 판타지라는 색깔을 입혀서 할리우드와 시너지 효과를 노렸지만 결과적으로 투자 실패로 이어졌다. 


특히 할리우드에서 주목받는 배우인 맷 데이먼이 출연했으나 캐릭터에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채 영화 속으로 스며들지 못했다. 그레이트 월에서 볼만한 장면이 있다면 화려한 군복의 색채이다. 과연 그 시대에 전장의 선봉장에 있는 병사들이 그렇게 화려한 옷을 입고 싸울 수 있었을지 의아할 정도로 화려하다. 최근 중국 영화의 제작 트렌드로 볼 때 색을 중시하는 경향에서 벗어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아무튼 눈은 즐거웠다. 


서양에서 넘어온 신궁 윌리엄은 인류를 지키기 위해 장벽에서 색깔별 갑옷을 입은 중국인 군대와 고대 무기를 사용하여 괴물들과 전투를 시작한다. 초반의 공성전은 잠시 눈길을 사로잡는 데는 성공한다. 그러나 만리장성을 공격해온 괴물들은 만만치 않다. 생명조차 초개와 같이 버리는 군사들의 활약이 돋보이지만 그냥 여왕만 잡으면 된다는 뻔한 설정 외에 인간군 대가 우위에 서 있을 가능성은 드물어 보인다. 탐 크루즈 주연의 앳지 오브 투머로우의 외계 괴물들과 설정이 상당히 닮아 있다. 오메가를 찾아 죽여야 하는 간절함과 여왕을 찾아 죽여야 하는 간절함은 있지만 긴장감은 전혀 다르다. 

배우 멧 데이먼이 출연한 영화는 메시지를 던지던지 그래도 믿고 보는 영화였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레이트 월로 인해 그의 명성에 금이 간 듯하다. 우선 그의 캐릭터가 명확하지 않다. 대체 왜 그렇게 이들과 같이 싸우려고 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고 중국인들과 갑작스럽게 친해지는 과정도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중국은 투자한 돈을 제대로 회수하려고 생각했는지 화려한 출연진으로 스크린을 채우지만 중국 내에서도 외면받는다. 중국 색채가 너무 강한 탓에 할리우드나 한국에서 조차 흥행에 실패하면서 대규모 적자가 나게 된다. 

그레이트 월은 메시지도 없고 전체적으로 완성도도 떨어지면서 액션 영화로서의 매력을 가지디 못했다. 

전체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지긴 했지만 초반의 공성전이나 집결된 중국 군대의 조직적인 방어전도 볼만 했던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영화 속의 캐릭터들이 모두 건조했다고 할 정도로 겉을 맴돌았다. 어설프게 중국인 속에 서양인을 넣으면서 조화를 이룬 것이 아니라 억지스럽다는 생각만 들게 만든다. 


이 영화를 보면서 판타지 영화는 웬만큼 잘해야 본전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 같다. 이미 책으로도 스토리의 탄탄함이 증명된 수많은 판타지 실사 영화의 실패에서 보았듯이 상상 속의 세상을 만드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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