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복구 속에 찾아오는 청룡의 해맞이하기
정도전이 설계하고 지금까지 그 구조가 남아 있는 한양에 대형 화재가 일어난 적이 있었다. 세종 8년인 1426년, 한양 대화재로 무려 1780채가 넘는 집이나 가게들이 불탄 바 있다. 당시 한양 인구 1/5이 죽거나 피해에 휘말려 피해를 보았다고 한 정도로 엄청난 사고였다고 한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화재는 곳곳에서 일어나면서 사람들의 터전을 앗아가기도 한다.
2024년 설에 앞서서 서천특화시장에 큰 불이 났다. 화마가 휩쓸고 간 서천시장은 잿더미로 변하고 지금은 화재피해 통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필자도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을 계절마다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조개를 사다가 지인에게 선물을 해준 적도 있기에 남의 일 같지 않았다.
지난달 22일 오후 11시 8분경 서천특화시장에는 큰 불이 나면서 292개 점포 가운데 수산물동과 식당동, 일반동 내 점포 227개가 모두 전소됐다. 그 현장을 설날에 앞서서 잠시 들려보았다. 주차장에는 심리상담 치료를 위해 ‘국립공주병원 충청권 트라우마센터’ 문구가 적힌 대형 승합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불이라는 것이 크게 일어나면 개인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기에 안타까운 결과가 초래가 되기도 한다. 이번 기회에 서천의 수산물 특화시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에서 장을 봐서 간 것이 여러 번이다. 봄이면 주꾸미와 새조개, 여름이면 대하와 전어, 겨울이면 물메기를 사가던 곳이 바로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이었다. 이제 활발하던 그 모습을 언제 다시 보게 될까. 건물의 상태를 보니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지어야 될 듯하다.
서천 수산물 특화시장이 화마에 불이 타면서 청과물시장까지 불똥이 튀었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확 줄어서 이곳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보였지만 설이 시작되는 2월의 둘째 주인 5일부터 정상적으로 운영을 시작하였다.
농산물동에는 48개 점포가 입주해 영업하고 있으며, 먹거리동에는 6개 식당이 입주해 있는데 군은 설 대목을 앞둔 7일 서천장날 서천특화시장 동편(먹거리동 뒤편) 주차장 도로에 임시시장을 개설 운영한다. 이번 임시시장에는 서천군민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한다.
설이 전통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대목인 것은 사실이다. 싱싱한 농산물이 이곳에 가득 담겨 있다.
직접 찾아가 본 서천시장의 분위기는 많이 가라앉아 있었지만 전화위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서천에서 가장 큰 시장이면서 바다와 면해 있는 시장과 다른 매력이 있는 서천시장이다.
역시 서천이라서 그런지 모시떡이 눈에 뜨인다. 어린잎이 아닌 다 자란 모시를 데쳐 쓰기에 비슷한 종류의 떡이지만 어린 쑥을 쓰는 쑥떡과는 달리 맛이 진하고 독특한 모시떡은 설에 어울리는 맛이다.
2024년의 설은 그렇게 지나가고 서천만의 색깔이 있는 서천특화시장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변화를 볼 수 있을 듯하다. 모두가 설날에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올해 추석에는 풍성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