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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Feb 04. 2024

정읍 소고기

샘이 많던 곳에 시장이 만들어진 전국 5대 정읍 샘고을 시장

어릴 때 소고기는 구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설이나 추석이 되면 그나마 여유가 있었던 이모가 선물로 주었던 것이 소고기였다. 지금과 같은 비주얼이 좋은 소고기가 아니라 적홍빛의 소고기는 보통 미역국이나 장국에 쓰였던 기억이 난다. 많이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소는 그냥 멀리 있는 그런 동물이라고 할까. 그런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지금이야 어딜 가던지 소고기가 대중화되어 있어서 만나는 것이 어렵지가 않다. 

정읍 샘고을시장은 입지가 좋은 곳이다. 정읍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정읍의 제1시장이라고 불리던 정읍 샘고을시장으로 들어가 본다.  

정읍 샘고을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여로곳이다. 지금 같은 규모는 아니지만 조선 순조 임금 때 서유거(1764~1845)가 지은 '임원 16지'와 이안문이 지은 '만기요람'에 따르면 호남의 정읍장시로 정읍군 읍내시장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먹을만한 과자가 많지 않던 시절에 이런 과자는 인기가 많았다. 지금이야 제과회사들이 많아서 다양한 맛의 과자를 생산하고 있지만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런 스타일의 과자가 대세였다. 

샘고을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특산물은 홍어, 양하, 비늘 없는 굴비와 무쇠칼이지만 필자의 눈에 가장 많이 뜨인 것은 바로 소고기였다. 소를 대놓고 발골을 하면서 부위를 나누는 정육점이 여러 곳이 있었다. 이날은 설날에 사용할 음식들을 구매했지만 다음번에는 소 특수부위를 구매해 볼 생각이다.  

이곳이 공식적으로 장이 열리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4년이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행정 편의를 위해 정읍 제1시장이라고 지었는데 현재의 자리에 위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는 행정·교통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뻥튀기 기계의 소리를 듣게 된다. 1914년 4월 고부와 태인 2개군이 병합돼 군청소재지가 만들어졌으며, 같은 해 고부에 소재하고 있던 광주지방법원 고부지청과 농공은행(현 제일은행) 지점이 시장의 인근으로 이전하게 된다. 

태조실록에 '새로 난 석수어(石首魚)를 종묘에 천신(薦新)하였다'(1397년 4월 1일)란 기록이 있을 정도로 조기는 예로부터 최상의 대접을 받았다. 진짜 굴비는 먼저 내장이 먹을 만해야 한다. 하얀 쌀밥 한 숟가락 위에 굴비 살점을 두툼하게 얹어 입으로 가져가면 굴비 살 자체가 신선하고 간은 심심한 매력이 그대로 드러난다. 

대도시에서는 이렇게 밖에서 발골을 하는 것을 보는 것이 쉽지가 않다. 이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소의 각 부위를 발골하는 것을 볼 수가 있다. 괜히 특수부위를 사고 싶은 마음이 속에서 들기 시작한다.  

정읍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해서 일제가 붙인 이름은 2011년 7월 1일 시민공모를 통해 현재의 샘고을시장으로 변경됐다. 정읍 샘고을 시장은 대구 서문시장, 옥천 우시장, 부산 자갈치시장 등과 함께 전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전통시장으로 성장했으며 전국 5대 시장으로 불렸던 곳이다. 

아무튼 설이 가까워져서 그런지 정읍이라는 도시의 사람들이 이곳에 모두 모여든 것처럼 사람들이 많았다. 

보통 소고기를 홍보하는 글은 부위 좋은 고기를 구워먹는 사진을 올리는데 이번에는 날 것의 장면을 올려본다. 설날에는 어떤 음식이 좋을까. 무송송 소고기가 들어간 뭇국, 잘 간이 되었지만 담백한 굴비, 진득하면서 깊은 맛의 홍어는 정읍 샘고을시장의 추천하는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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