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의 맛 물회, 대게

바다 풍경이 너무 좋았던 영덕의 맛과 기억을 담아보다.

영덕을 정말 얼마 만에 가본 것인지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간만의 방문이었다. 천년의 맛, 모두의 맛이라는 슬로건으로 축제가 열린 것이 지난 3일까지였다. 대게 하면 대게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아하는 해산물이다. 영덕이 바다가 아름답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누구나 대게를 먼저 연상한다. 서쪽에 영양군과 청송군이 있는 영덕은 느낌이 달달한 동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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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은 봄이면 피어나는 복사꽃이 생각나는 곳이며 바다를 제집처럼 드나드는 갈매기와 은어가 유명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차치하고라도 대게는 영덕을 대표하는 먹거리다. 동해안 제일의 청정해역이라는 영덕의 푸른 바다와 대게는 우리 기억 속에 연결이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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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현은 해읍 벽현(壁縣)으로 토착양반이 적은데 비해 영해 지방은 도처에 사족의 동족마을이 형성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덕에는 강구항에 인접해 있는 영덕해파랑공원의 일원으로 횟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곳에 있는 대게들의 수만 대충 합쳐봐도 수천 마리쯤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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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은 흐린데 불구하고 이곳의 풍광은 그렇게 주눅이 들어 있지 않다. 영덕 해파랑공원은 탁 트인 풍광에 수천 명이 와도 넉넉할만한 공간의 여유를 가지고 있다. 영덕대게는 명실상부 한국의 대표 먹거리로, 10년 넘게 한국에서 열린 다수의 국제 행사에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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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만찬장에 올랐고,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대표 수산 식품으로 전시되었지만 사실 대게를 그렇게 자주 먹지는 못하고 있다. 1년에 두어 번쯤 먹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그렇지만 영덕대게는 금방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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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업을 나갔다 들어온 배들이 다시 나갈 시간을 기약하며 준비를 하고 있다. 영덕이라는 곳은 맑은 공기 특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데 이곳에는 내내 절경인 블루로드 해안길뿐만이 아니라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는 개개인마다 다르니 뒤로하더라도 즐거운 여행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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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야생화와 꽃나무, 언덕 절벽 길을 따라 난 나무 산책로, 뒤편 언덕 풍력발전소의 풍차가 그림 같은 풍광이 있는 영덕 해맞이 공원은 연인들의 일출 순례지로 알려져 있다. 대게만큼 흔한 것이 또 하나 있는데, 현지에서는 '미주구리'라 부르는 가자미다. 회로, 찌개로, 물회로, 회덮밥으로, 구이로, 찜으로도 먹을 수 있다. 이날은 물회를 먹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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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읍에서 흘려내려 오는 오십천을 따라가다 보면 오십 개의 물줄기가 하나로 만나서 동해로 흘러들어 간다. 이곳에는 엄청난 대게가 있는데 가격까지 상당하다. 지갑의 사정은 상당하지 않으니 어떡할까 고민이다. "어찌할까, 어찌할까라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나도 어찌할 수 없다"라고 말했던 공자의 말 여지하(如之何)를 생각해 보니 역시 답은 물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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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 대게를 상징하는 등대가 있는 이곳은 해안 둘레길의 정점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영덕의 바다를 보면서 걷는 길은 힐링 그 자체 이기도 하다. 마음으로 수시로 변하는 가운데를 찾아 끊임없이 묻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상태가 중용이라고 한다. 마음은 수시로 변했지만 결정은 했다. 물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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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의 대게들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일본 오사카를 간듯한 느낌마저 든다. 일본 오사카에 가면 먹거리들이 이렇게 거대하게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두오 사람들을 현혹하고 있다. 공자가 궁극적으로 높인 것은 속과 겉이 모두 훌륭한 사람이라고 보았다. 겉과 속은 다를 때가 있다. 대게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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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과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본다. 언젠가 다시 찾아왔을 때 그대로 있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다른 대게가 이 수족관에 채워져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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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을 두고 가려는 발길을 차마 떨어지지 않는다. 전국을 다녀보아도 이렇게 많은 대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은 영덕이 유일할 듯하다. 울진이나 포항, 울산도 이 정도로 대게가 모여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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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 선택은 물회였다. 물회의 가격은 1인분을 기준으로 어디를 가도 20,000원이다. 대부분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그래도 골라서 골라 들어가 본다. 물회의 양념과 밥이 생각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시원하면서도 얼큰하고 바다의 향이 나는 물회를 먹고 밥을 말아먹고 싶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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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회는 어부들이 배 위에서 생선과 고추장 등으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던 데서 유래한 음식으로 같은 동해안이지만, 경상도와 강원도는 물회 먹는 방식이 좀 다르다. 경상도 쪽에서는 고추장을 회와 비벼 찬물을 넣어 먹는다. 여름철 최고 인기 메뉴는 단연 물회. 싱싱하고 풍성한 재료와 한 달간 숙성한 양념장이 입맛을 자극하지만 설익은 봄에도 맛이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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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강원도 고성에 이르는 688km의 해파랑길 중에서 영덕 블루로드는 영덕 대게공원에서 시작해 축산항을 거쳐 고래불해수욕장에 이르는 약 64.6km의 해안길이다. 푸른 바다를 보면서 걸어볼 수 있는 길에서 잠시 바다의 거센 에너지도 느껴보고 물회도 먹고 세차게 부는 바람에 상태가 엉망이 되었으니 모든 것이 균형을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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