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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알이 찬 주꾸미를 먹기에 좋은 서천의 마량진항

동백꽃을 자세히 보고 있으면 붉디붉다. 붉디붉은 꽃 속에 모든 것을 내포한 듯 진한 느낌이 물씬 풍겨 나는 것이 동백의 매력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유정이 지은 동백꽃이라는 단편소설에서 소녀는 성숙하지만 소년은 전혀 깨닫지 못하는 비성숙한 느낌으로 그려진다. 남자는 여자보다 철이 늦게 든다고 하였던가. 꽃피는 시기가 남다른 동백꽃에는 벌이 수정을 하지 않는다. 공기가 차가워 곤충이 별로 없기 때문에 수정을 꿀벌 같은 곤충이 아닌 새에게 맡기는 조매화(鳥媒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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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는 마을 마량포구로 필자가 방문한 이유가 있다. 이곳에서 오는 16일부터 31일까지 서천 동백꽃 주꾸미 축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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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역시 어린이 주꾸미 낚시 체험, 동백정 선상낚시 체험, 동백나무숲 보물카드 찾기, 물고기 뜰채 체험, 주꾸미 요리장터, 수산물 판매촉진 행사, 서천 특산품 판매등이 이루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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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에서는 동백꽃을 카멜리아라고 부른다. 카멜리아는 여러 곳에서 이름을 사용하고 있는데 드라마로 만들어진 적도 있다. 설경구, 강동원, 송혜교가 주연을 맡았던 카멜리아에서는 가까운 미래의 부산을 배경으로 사랑을 파고 사는 산업화 속에서 서로의 기억을 잃어버리고 치명적인 사랑에 스며들게 되는 연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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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것은 보이지도 않고 항상 똑같지도 않으며 그때그때 모습이 달라진다. 바다가 시시때때로 바뀌듯이 말이다. 오래간만에 마량포구에 들려 등대까지 가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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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의 상징도 까멜리아, 즉 동백꽃이다. 샤넬의 제품 중에 카멜리아가 들어간 제품들이 적지가 않다. 샤넬의 검은색 포장상자에 장식으로 달린 흰 꽃이 동백꽃을 상징한다. 아마 샤넬 좀 구매해 본 사람은 그 포장지의 꽃을 본기억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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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마량포구 달맞이를 할 것은 아니었지만 달 맞이하기에 좋은 입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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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1월 마량포 해돋이 축제, 3월 동백꽃 주꾸미 축제, 5월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 6월 한산모시문화제, 7월 춘장대해수욕장 여름 문화 예술제, 8월 홍원항 전어·꽃게 축제 등까지 줄줄이 열리는 고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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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의 등대는 익숙한 색깔이지만 개나리가 바다에 피어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량 동백은 꽃잎이 6개인 토종으로 3월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해 4월 초절정을 맞게 된다. 이곳으로 주꾸미를 먹기 위해 온 사람이라면 마량리 동백섬을 들려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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쭉 뻗은 해안선을 따라 저 끝에 가면 축제가 열리는 곳이 나온다. 지금은 한참 축제를 준비 중에 있어서 부스를 설치하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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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갔더니 3kg이 안 되는 광어를 보여주겠다며 오라고 한다. 싱싱한 활광어를 잡아서 자리를 잡고 앉아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다음 여정이 있어서 움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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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부터 먹을 수 있었지만 3월이 주꾸미를 먹기에 가장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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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힌 주꾸미 몸통을 벌리면 마치 꽃이 피듯이 알이 툭 터치면서 열린다. 송이송이 피어난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마치 밥알 같은 느낌의 주꾸미알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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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까지 간 김에 동백꽃을 보고 온다. 피어날 때 곤충이 나오지 않아 벌과 만나지 않는 꽃이지만 그래서 더 인기가 많은 듯하다. 겨울 추위를 이겨낸 동백꽃들이 한 송이 두 송이 진하디진한 분홍색 꽃이 필 무렵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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