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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함께 걷는 봄의 길

겨울에 올라가 봄에 내려오는 보령의 충청수영성

어떤 날은 살아있다는 사실만으로 행복함을 느낄 때가 있다. 세상을 볼 때 흥미진진하다는 것을 볼 수 있을 때가 온다. 그렇게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상상하고 이곳을 지나쳐갔던 수많은 배들의 흔적을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 즐거울 때가 있다. 손에 잡힐 듯이 바다 위에 떠 있는 배들의 변주, 해암기암절벽에 홀로 세워져 있는 충청수영성은 외로워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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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가 느껴지고 주변의 풍경이 바뀔 때, 주변의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궁금할 때가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대표적인 계절로 봄과 가을이 있지만 봄과 가을은 느낌이 다르다.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을 만난 적은 있지만 그 느낌은 다르다. 봄은 기지개를 켜고 더 활기찬 에너지를 여름에게 준다. 여름은 뜨거운 열정을 뒤로하고 색 바랜 노트를 주듯이 가을에게 주고 가을은 물러가듯이 겨울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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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온도라고 할지라도 봄이 주는 분위기는 가을과 남다름이 있다.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친구인 봄과 가을은 여행하기에 좋은 때이다. 마치 바다로 나아간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충청수영성과 같은 곳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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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 서해안 지역에 위치하여 한양으로 가는 조운선(漕運船)을 보호하고 왜구 침탈을 방지했고, 근대에는 이양선을 감시하는 등의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전쟁을 대비했던 곳에 자리한 충청수영성에 영보정이라는 정자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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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수영성에 있는 건물 중 오천 수영 관아는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136호, 충청수영 내삼문은 충청남도 유형문화재 제210호, 충청수영 장교청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411호, 충청수영 진휼청은 충청남도 문화재자료 제412호로 지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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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은 “세상에서 호수와 바다, 정자와 누각의 뛰어난 경치를 논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영보정을 으뜸으로 꼽는다”라고 언급하였다. 다산 정약용이 살았던 시대와 지금은 다르기 때문에 풍경만을 가지고 논할 수는 없지만 지금도 봄 풍경으로 넉넉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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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강하늘은 보령과 인연이 있나 보다. 영화 재심과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의 촬영지도 보령이었다. 주꾸미 낚시로 유명한 오천항은 백제시대 회이포로 불리며 당나라와의 교역에 교두보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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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는 5개 수군영이 있었는데 전라좌·우수영, 경상좌·우수영, 충청수영이었다. 5개 수군영 중에서 현재 제일 잘 보존돼 있는 곳이 바로 충청수영성이다. 3월은 충청수영성 영보정 마루들 기름칠공사를 하고 있었다. 쇠만 기름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나무도 기름칠을 해주어야 오래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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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보정은 봄맞이 마루보수를 하고 있고 4월이면 이제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오픈이 될 예정이다. 충청수영성은 서해안의 수군사령부로 군선 140여 척에 8400여 명의 병력이 주둔해 있었을 때의 모습은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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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수영성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오천항이 보인다. 서해에서 길게 들어오는 바다여서 이곳은 잔잔하기만 하다. 천혜의 방파제 같은 섬들로 둘러싸인 오천항은 터키석 같은 쪽빛 바다에 배들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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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함께 걷는 봄의 길에는 옥빛 바다가 일렁이는 곳에 사람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의 반짝이는 꿈이 속삭이는 봄빛 찬란한 서해에서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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