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대에게 피는 꽃

250년간 만석부를 누린 공간 청송의 송소고택

사람이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공간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작지가 않다. 사람이 살아가려면 공간이 있어야 하고 공간 속에서 많은 것을 생각하고 꿈꾸며 이루어간다. 경북 청송에 새겨진 한국사람의 이야기와 역사를 더듬어 시간 여행을 했다. 날이 온화해지면 마당에 심어져 있는 매화나무는 어김없이 꽃봉오리를 피워내 가장 먼저 봄을 알릴 것 같을 때 청송의 송소고택을 찾아가 보았다.

MG0A2476_новый размер.JPG

청송에는 예로부터 자리를 지켜온 양반가 집성촌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파천면에는 청송심 씨 본향이 있는데 이곳에 오면 문화장터라고 명명이 되어 있다.

MG0A2479_новый размер.JPG

조선 영조 때 만석의 부를 누린 심처대의 7대손 송소 심호택(松韶 沈琥澤)이 1880년 파천면 지경리(호박골)에서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리로 이거 하면서 건축한 가옥으로 ‘송소세장(松韶世莊)’이란 현판을 달아둔 고택이 이곳에 자리하고 있다.

MG0A2481_новый размер.JPG

필자가 찾아갔을 때에는 이곳을 정비하기 위함인지 사람들이 일을 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청송 심부자는 조선시대 12대 만석꾼으로 알려진 경주 최부자와 함께 9대에 걸쳐 250여 년간 만석의 부를 누렸다고 한다. 그 오랜 시간 부를 누렸다는 것은 집안의 교육이 남달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MG0A2482_новый размер.JPG

사랑공간, 생활공간, 작업공간으로 공간이 구분되어 있는 등 조선시대 상류 주택의 특징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는 이곳에는 내·외담과 대가족 제도하에서 4대 이상의 제사를 모실 수 있는 별묘 등 민속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라고 한다.

MG0A2483_новый размер.JPG

이곳에서는 드라마가 촬영되기도 했는데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이 이곳에서 촬영이 되었다. 밤만 되면 담을 넘어 의적 활동을 하는 15년 차 수절과부 여화(이하늬)의 활약상을 그린 코믹 시대극으로 종영이 되었다.

MG0A2486_новый размер.JPG

아파트는 자신의 의지대로 지어진 건축물은 아니지만 고택은 자신의 생각이 녹아들어 가 있는 집이다. 어떤 생각이나 개념이 건물에 녹아들어 건물의 부분을 이루고 공간으로 만들어질 때 그 생각은 대를 이어서 후대로 이어지게 된다.

MG0A2488_новый размер.JPG

장독에서 맛있는 음식을 하기 위한 재료를 가져오고 마당에서 봄의 향기를 맡으면서 커가는 채소를 보고 있으면 땅이 주는 변화를 알 수 있다. 청송군의 송소고택은 넉넉한 느낌이 드는 집이다. 이곳에서는 예약을 하면 한옥체험도 가능하다.

MG0A2494_новый размер.JPG

녹차와 맛있는 먹거리를 가져다 놓고 가만히 앉아서 밖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좋다. 한국의 고택 속 공간은 흐르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사람의 생각이 녹아들고 이어지고 있기에 오랜 시간 경제적인 여유를 즐길 수 있었던 듯하다.

MG0A2499_новый размер.JPG

인생의 찬란한 봄날은 언제였는지 사실 알기란 어렵다. 어떤 때는 봄날 같고 시간은 가고 해는 반복되고 봄은 또 왔다가 간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고 그 속에서 스며들어 있는 소중한 것들을 찾는 것이 좋다.

MG0A2502_новый размер.JPG

전국에 있는 수많은 고택을 방문해 보았고 그곳에서 살던 사람들도 만나기도 했고 그 선대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접해보기도 했다. 청송의 송소고택은 처음 방문해 본 곳이다. 그 오랜 시간이 어떤 교육을 해왔을까.

MG0A2503_новый размер.JPG

그녀와 거닐며 노란색의 별송이와 같은 산수유꽃을 보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과 같은 눈으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것은 어떤 풍경 속에서 느껴지는 풍성한 감성을 느끼기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가득하게 담긴 봄의 내음이 채워져 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집의 품격, 가옥(家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