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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의 미학

봉화 도천 고택의 종가를 품은 종택에는 봄이 왔다.

오래된 나무가 품은 세월의 흔적과 바람이 부는 소리에도 고요함이 내려앉은 집이 있다. 종가가 수백 년 세월을 견디면서 지켜온 최고의 보물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마음과 대를 이어 숨이 스며든 집에는 사람이 살았다. 우리나라 곳곳에 자리한 종가는 살아 있는 역사이면서 사람의 본질이기도 했다. 어느 종가든 아끼는 보물 목록에 고목이 반드시 들어가 있으며 자연 그 자체가 종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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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것에 대해 무겁게 생각하지도 않고 어렵게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가서 보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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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해지기 시작하고 별을 닮은 산수유꽃과 생강냄새가 나는 노란 생강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아래지방에서는 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아직 중부권은 색채가 다채로워지고 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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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고택은 봉화에서 영주로 가는 국도변 문단리에 위치하며 정확한 건립연대는 알 수 없으나 조선 중기 진사를 지낸 홍이성(洪以成, 1556-1606)의 7대손인 중묵(重?)이 19세기초(1820년경)에 건립한 것으로 알려진 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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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후손이 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은 고택에는 사랑채와 안채 좌. 우로 고방채를 두어 이 지방 사대부가의 전형적인 ㅁ자형 배치를 보여주고 있는 남향한 건물로 안채 좌우에서 사랑채로 연결된 고방채 지붕과 사랑채의 지붕 곡선이 독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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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가이면서도 사랑채의 소박한 예스러움과 기법이 나타나고 건립 당시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고택이 봉화군의 도천고택이다. 이 고택은 2007년 5월 7일 경상북도의 문화재자료 제521호로 지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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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나 고택을 보유하고 있는 가문이라고 하면 가문이라던가 유산을 생각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장 컸기에 그 가문이 보존되고 유지될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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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 자리한 마당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었을 것 같은 공간이 남아 있다. 낙동강 1천300리 여정은 봉화를 거쳐 영남의 대지를 두루 적신 뒤 경남 김해를 지나 부산 바다에서 여정의 종점을 이루게 된다. 봉화에는 복원되는 강변길과 함께 낙동강 곳곳에는 이야기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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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는 이런 디딜방아가 하나쯤은 꼭 있었다. 오늘날에도 헛간 옆에 설치되어 있는 디딜방아를 볼 수 있고, 그것이 있는 방앗간의 존재가 확인되고 있다. 디딜방아는 곡식을 찧는 이외에 떡을 찧거나, 고추를 빻기도 하며, 메주콩을 이기는 등 요긴한 것이어서 부엌 가깝게 설치되기에 바로 옆에 아궁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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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도천고택을 돌아서 뒤편에 걸어가 본다. 넓은 뒷마당에는 과일나무가 심어져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생각보다 고택에는 과일나무가 많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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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화는 산과 숲의 고장이며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공존을 이루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봉화는 사람을 키우는 지역이었을까. 봉화 지천을 흐르는 물은 봉화를 거쳐서 낙동강이 되며 이곳에서 태어난 사람들도 조정에 출사 하여 자신의 뜻을 펼치기도 했다. 강변 걷기와 ‘산을 즐긴다’는 유산(遊山)을 통해 길을 보여주듯이 봉화에서 봄을 여는 길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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