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봄을 느끼기에 좋은 봉화 바래미마을의 만회고택
이전까지 살아왔던 땅의 세상을 내려다보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것은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의미를 부여하기 전까지 자신의 과거는 가변적인 것이다. 과거를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나가 결정이 된다. 이어지는 후반의 인생을 통해 그 결정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한다. 오늘 먹은 마음이 자신의 과거와 미래를 모두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저만큼 물러가는 겨울, 봄 여행을 결정하지 않았다면 여유롭고 한적한 고택에서 찾아오는 꽃향기를 맡으면서 정취를 느껴보면 어떨까. 봉화군에는 옛 아름다운 정서를 고이 간직한 고택들이 모인 전통문화마을이 있는데 과거에 마을이 하상(河上) 보다 낮아 바다였다는 뜻을 가진 바래미마을에 방문할만한 고택이 여러 곳이 있다.
불변응만변(不變應萬變)
‘불변은 만변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만변에 기꺼이 응할 수 있다’는 의미로 주역에서 나오는 말이다. 작은 것에 집착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하지만 절대 불변하지 않는 달의 마음으로 살라는 진리가 담겨 있다.
날이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도시에서 하늘을 채우고 있는 고층건물을 보다가 이런 곳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하늘을 온전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옛 마을의 장점이다.
만회 고택은 조선 말기의 문신 봉화현감·김해부사를 거쳐 내직인 승정원의 우부승지를 지낸 김건수(金建銖)가 살던 집이다. 이 집을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건물은 사랑채인 명월루(明月樓)다. 1850년(철종 1)에 중수한 바 있다. 안채는 김건수의 6대 조가 입 향하면서 여기에 살던 여씨(余氏)에게서 매입하였다고 한다
고택마다 가지고 있는 매력이 달라 취향껏 고르는 재미가 있으며, 하룻밤을 머물며 다양한 전통체험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한 번 경험해 본 사람들은 이곳이 생각나서 다시 찾아오기도 한다.
만회고택 안채는 1690년에 준공된 33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이며, 사랑채는 200년이나 된 국가문화재로 문화유산 부문 최고 등급인 관광공사지정 명품고택으로 지정됐다고 한다. 봄에는 태백산의 바람이 루를 감싸고돌아 자연이 주는 바람이 꽃을 피우고 밤이면 이름에 걸맞게 밝은 달을 품고 있어 자연에 둘러싸인 봉화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안쪽에 들어가면 나오는 안채는 봉화일대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튼□자형으로 남향한 중앙에 3칸의 대청이 자리 잡았으며 사랑채는 고설(高設)한 죽담 위에 올라앉았는데, 내루(內樓)로 구성된 부분만은 누하주(樓下柱)가 특징이다.
누가 찾아올지 알고 꽃을 화병에 꽂아두었을까. 봄여름의 나무처럼 외형이 성장했던 전반생을 보내고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좋은 운가 좋지 않은 운을 대하는 법이라던가 삶과 세상에 대한 지혜가 생각나는 요즘이다. 잠시 대청에 앉아서 따뜻한 태양의 온기를 느껴본다.
오랜 시간을 견뎌온 고택의 과거 속에서 미래를 걸어보았다. 만회고택은 독립운동의 거점 역할을 했던 명가로 고택의 누각 명월루에서는 약 1,000여 편의 시가 쓰였다고 한다. 믿음을 가지고 마음을 같이하면 길하다고 한다. 마음의 심연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찾기에 좋은 지금 고택의 미학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