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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r 17. 2024

오래된 사람의 흔적

상주 삼악이라는 노악산자락에 자리 잡은 상주 4 장사의 남장사

경북에서 맛있는 사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기후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질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남한을 지나는 백두대간 684km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하는 315km가 경북을 지나가고 그곳에는 수많은 사과산지가 자리하고 있다. 경상북도의 상주라는 도시는 명산이라고 불리는 갑장산(805.7m)과 앞산 격인 백원산과 식산이 안산案山이 있고 북서쪽 천봉산天鳳山(435.8m)과 노음산(노악산·728.5m)이 분지형의 상주 시가지를 둘러싼 병풍 역할을 해주고 있다. 

노악산자락에 자리한 남장사를 찾았다. 왠지 세차가 하고 싶어질 때는 세차를 하고 나면 비가 내리는 은혜를 입을 때가 많다. 산길을 따라서 올라가다 보면 사과가 맛있게 익어갈 것 같은 공간에 사찰의 흔적이 나오기 시작한다. 

상주 노악산의 남장사로 올라가는 길목은 두 갈래길이다. 일주문으로 가는 방법이 있고 그 옆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사역(寺域)으로 진입하는 비탈길에 자리하고 있는 일주문이 보인다. 전체적인 짜임새와 건축 기법으로 보아, 건립 시기는 1889년(고종 26)에 다시 건립된 보광전(普光殿)보다는 늦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세차를 한 것은 어차피 다시 더러워질 것을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곳의 분위기는 봄이 아니라 가을처럼 느껴지게 만들고 있다. 비가 오기 때문일까. 

노악산 남장사가 소장한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만 하더라도 8개에 이른다. 보광전 철조 비로자나불좌상, 보광전 목각 아미타여래 설법상, 목각 아미타여래 설법상, 극락보전 목조 아미타여래 삼존좌상, 남장사 감로왕도, 남장사 영산회 괘불도, 관음선원 목조관음보살좌상, 영산회 괘불도와 복장유물등이다. 

여러 곳을 다니다 보면 세상일이 허투루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은 모두 연결되어 돌아간다. 상주 남장사는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노악산의 분위기만큼은 좋다. 이곳에는 상주 남장 곶감마을도 있는데 그 마을은 전래동화 호랑이와 곶감의 주무대라고 한다. 

안쪽으로 들어오니 상주 남장사의 보광전이라는 건물이 보인다. 신라 흥덕왕 7년(832)에 창건된 유서 깊은 사찰. 한국 최초의 범패(불교음악) 보급지이며, '보광전 목각탱''철불좌상' 등 불가의 보물들이 보존된 곳이 남장사다. 

대사찰이라고 부를 정도의 큰 사찰은 아니지만 경사를 이용해서 지어놓은 사찰의 배치가 조금은 독특해 보인다. 보광전은 처음에는 무량전(無量殿)으로 불렀으며 내부에 아미타불을 안치했던 곳으로  극락보전을 돌아 2층 누각인 설법전(說法殿)의 아래층을 지나 다시 계단을 오르면 자리하고 있다. 

보광전을 둘러보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본다. 아래로는 극락보전이 자리하고 있고 요사채 다향각과 비가 와서 그런지 몰라도 살짝 차가운 기운이 올라오는 가운데 포근한 느낌도 든다. 

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니라 인연이라는 말을 하는 것은 불교에서 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상주 남장사는 발해가 있었던 남북국시대인 통일신라시대인 830년(흥덕왕 5) 진감국사 혜소가 세운 사찰이라고 한다. 세워질 당시의 이름은 장백사였다고 한다. 각원화상이 사찰을 이곳에 옮긴 것은 1186년(고려 명종 16)으로 중창하면서 남장사로 바꾸었다고 한다. 

하동에 가면 가장 멋스러운 사찰인 쌍계사는 장백사라는 사찰을 세운 혜소가 중창한 것이라고 한다. 

내리는 비가 조금씩 멈추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게 순환한다. 항상 똑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는 없듯이 세상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 상주는 북장사, 갑장사, 사라진 승장사와 함께 이곳 남장사가 네 곳의 장사라고 불리는 사찰이 있었다. 대전과 공주에 걸쳐 있는 계룡산의 갑사, 동학사, 신원사 등처럼 균형을 맞춘 것처럼 보인다. 비가 그치고 바람 불어오니 풍경 소리가 들여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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