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각기동대 1995
인간과 기계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는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듣기도 하고 말하기도 한다. 사람답게 산다는 것은 참 모호하면서도 정의 내리기 어려운 표현이다. 여러 가지 통계 등에서 1인 최소 주거공간 등에 대한 데이터를 제시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지 강제사항은 아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지 못하는 데다 미래에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반려견을 학대하는 장면을 보면 마치 자신의 개가 학대당한 것처럼 분노하지만 막상 사람이 당한 것에 대해서는 무심한 사람도 있다. 세월호가 바닷속으로 수장되었을 때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한 자영업자들은 불황의 탓을 세월호로 돌리기도 했다. 필자가 직접 만나본 몇 명의 자영업자가 그러했다. 이제 그만 좀 하지라고 하면서 말한 사람을 직접 목격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극히 주관적이다. 자신의 이득과 상관이 있다고 생각한 것에는 상당히 긍정적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무관심하던가 부정적인 경우가 적지 않다. 1995년에 제작된 공각기동대는 사람의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물음을 던지는 작품이다. 자신이 존재하기 위해서라면 그것도 안정적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이기적인 존재가 되어야 되는 것이 사람이라면 지성을 가진 기계가 등장하는 것은 반드시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때가 올 것이다.
영화 공각기동대와 애니 공각기동대는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다르다. 주인공이 모두 의제가 전부 기계로 만들어진 것에서는 동일하지만 철학적인 의구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애니메이션이 더 심오하다. 자신이 자신이기 위해서는 상상한 것 이상으로 많은 것이 필요하다는 말은 무슨 의미일까. 나 자신이기에 내가 움직이고 싶을 때 움직이고 내가 먹고 싶을 때 먹고 내가 자고 싶을 때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세상에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거의 없다. 내 몸 하나도 사실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내 생각도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다. 당신이 아무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과거의 기억 속에서 벗어나려고 해도 벗어나 지지 않는다. 출가한 스님들조차 매일매일 수행을 거듭해야 간신히 그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느낀다고 한다.
사람은 자신이 존재하는 것을 알기에 종족 보존의 욕구에 의해 결혼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더 잘살려고 하고 수없이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만약 인공지능이 사람을 닮기 위해서는 존재의 이유를 각성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로봇은 사람을 닮은 인형 같은 기계에 불과하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를 각성한 기계는 과연 인간을 위해 일해줄까? 왜? 자신을 만들어준 존재이거나 구매했기 때문에? 글쎄 그렇게 인간답다는 우리는 그러한가. 자신을 만들어준 부모에게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 많지 않다. 사람이 최선을 다하는 존재는 대부분 무언가 이득을 주는 대상이다. 아마 부모가 물려줄 재산이 많다면 오래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식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발달하고 지능화되면서 범죄 역시 그 형태가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옛날에는 범죄의 유형을 단순화할 수 있었다면 최근에는 범죄의 유형을 단순화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잘 알고 있다. 네트워크 상에서 존재하며 정보조작이나 다양한 범죄를 후방에서 컨트롤하는 인형사(프로젝트 2501)를 잡기 위해 9과 쿠사나기팀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쿠사나기는 신체의 모든 부분이 인공으로 만들어졌지만 가장 인간적인 고민을 하는 캐릭터다.
과거에 비해 문명사회가 급격한 발전을 이룬 것은 인간의 지능이 그만큼 높아져서 그렇다고 보기 힘들다.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후세에 남겨줄 지식의 기록방법의 발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면서 인간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극히 일부만 후손에게 물려주고 사라진다. 인간의 뇌에 담겨 있는 지식을 온전히 DNA에 남겨 주는 것이 아니라 신체 유전자에 대한 정보 위주로 후손에게 넘겨줄 뿐이다. 그러나 지식을 기록하는 수단의 발전은 문명사회를 급격하게 발전하게 만들어 주었다. 동굴에 남겨진 벽화나 지금은 유치하게 보이는 나무 조각 등에 쓰인 기록이 중요한 이유는 기록 수단의 변화에 따라 미래 변화를 예측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니 공각기동대는 존재의 이유와 그 가치를 생각해보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