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의 가포해안변공원에서 만나본 바다에서 이삭을 줍는 듯한 모습
그림을 그리는 입장에서 바다에서 조개를 캐는 분들을 보면서 연상된 영화는 장 프랑수와 밀레의 이삭 줍는 여인들이었다. 밀레의 대표적인 그림으로 알려진 이삭 줍는 여인들에서 하루 일과를 마친 뒤, 아무리 고된 삶이라도 그저 신에게 묵도하는 겸손한 농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훗날 알려진 것이지만 비슷한 분위기의 만종은 열악한 환경 때문에 굶주려서 생을 마감한 아이의 시신을 담은 바구니를 그렸다가 지운 사실이 밝혀진 것으로 보아 본인의 주장이 어떠하든 그에게 분명 현실 고발적 의지가 있었다고도 볼 수 있다고 한다.
창원에 숨겨진 여행지중 하나인 가포해안변공원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가포신항도로 끝자락에 있는 가포해안변공원은 탁 트인 바다 조망과 일출을 볼 수 있어 새해가 되면 많은 해돋이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다.
나무 데크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가포수변공원으로 길이 이어지는데 가포해안변공원 곳곳에 벤치와 테이블이 있어 쉬어갈 수 있고, 간단한 음식 등을 먹을 수 있어 가볍게 여행하기에 좋다. 늦은 시간까지 기다리고 있으면 마창대교의 멋진 야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것을 수확하고 난 다음에도 주인 동의 없이 수확하는 것은 금지가 되기도 했었다. 바다는 다양한 먹거리를 내어주는 곳이다. 낮에는 허리를 구부리고 이곳에서 먹거리를 수확하는 사람들을 볼 수가 있다.
밀레는 농민화가를 이름을 얻게 된 것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삶을 그렸기 때문이다. 가혹한 노동의 현장은 지금도 어디에나 있다.
비가 오는 날 이곳을 방문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비가 온 덕분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지는 않은 곳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만끽하면서 잘 보이지도 않는 풍경을 보고 걸어본다.
걷다 보니 사람이 앉아있는 벤치 곁이나 사람들의 발걸음이 잦은 데크, 중앙통로에도 아무렇지 않게 다니며 놀고 뒹굴기도 하는 고양이가 보인다. 길고양이가 참 친숙하게 사람들에게 다가온다.
길고양이를 뒤로 하고 다시 걸어본다. 테마산책로를 기점으로 가포해안변공원과 가포지구 친수공간을 연결하는 해안둘레길도 만들어져 있다.
걷다 보니 아래에는 작은 나무와 피어 있는 꽃이 보인다. 마치 어린 왕자가 키우고 있는 것 같은 작은 꽃이다.
아래로 내려와서 비가 오는 해안길을 걸어서 가본다. 이곳에서 매일매일 나와서 먹거리를 캐는 사람들은 그것이 일상일 것이다. 사람 마음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후,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이 무엇인지도 깨닫게 된다는 내용이 톨스토이의 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도 등장한다.
모자를 벗겨보지는 않았지만 저곳에 계신 분이 모두 여성분이라고 추측을 할 수는 있다. 이삭을 줍는 것처럼 바닥에 있는 숨어 있는 먹거리를 찾는 것은 같은 모습이다. 우리에게는 나이 듦이라는 여정을 먼저 걸어간, 그것도 아주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 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나온 날들과 잘 결별하고 다가올 날들을 받아들일 때, 우리 앞에는 늘 새로움은 다가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