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봄 햇살을 맞으며 걸어본 진천의 핫한 출렁다리
생거진천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평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가벼운 산행을 하면서 찾아가고 있다면 다른 이야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진천군을 찾아다니기 시작한 것이 벌써 5년이 훌쩍 넘게 지났다. 이제 진천 농다리는 예전처럼 주차도 용이하고 한가하게 돌아볼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주말에는 방문하는 사람들로 인해 중부권의 핫 플레이스가 되어버렸다.
농다리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써서 이제는 조금은 색다른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에 초평호 미르 309가 개통한 것이다. 309라는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309미터로 전국 최장의 출렁다리라고 알려져 있다.
진천 초평호 미르 309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농다리를 건너서 접근하는 방법과 반대편에서 접근하는 방법이 있는데 어느 길로 가도 산행은 해야 한다. 그렇게 산행을 빠르게 하면 지금은 땀이 날 정도로 기온은 많이 높아졌다.
농다리 옆으로 부교도 따로 설치를 해두었다. 그래서 농다리를 측면에서 찍을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주말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갈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게다가 5월 첫 주 어린이날이 아닌가. 왜 필자가 설레는지는 잘은 모르겠다. 어머니는 어린이날 선물을 사줄 생각도 없는데 말이다.
초평호를 주변으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이제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미르 309 출렁다리에서 왕복 1.8㎞ '황토 맨발 숲길' 조성되었고 숲길 중간에는 세족장, 먼지떨이기, 황토볼 체험구역도 설치했다.
평소에는 위쪽까지 올라갈 생각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도 출렁다리를 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올라가야 하는데 그곳까지 가는 길에 다양한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도록 만들어두었다. 이곳의 콘셉트는 용을 뜻하는 순우리말인 미르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에 KT가 인터넷 사업으로 한 포털 사이트가 한미르였다. 한 때 광고모델이 핑클이었는데 말이다.
길을 열심히 걸어서 올라가 본다. 이곳에는 용고개 성황당도 자리하고 있다. 한 사람이 마음을 살린 이후 지금까지도 초평에는 성황당이 유지되어 오고 있으며, 사람들이 묏자리를 내기 위해 산을 깎은 자리를 용고개라 불리고 있다고 한다.
어느 정도 걸어 올라갔을까. 용고개라고 하는 이야기가 적혀 있는 공간이 보이기 시작한다. 용고개에는 용의 형상을 한 조형물이 있고 그 아래에 여의주가 있다. 여의주를 만지면 행운이 올 것이라고 한다.
러시아로 미르는 평화와 세상을 의미한다. 미르는 어떤 나라에서나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이 된 듯하다. 이곳에 돌무더기를 쌓아둔 것은 성황당으로서의 의미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고개를 건너서 오면 현대모비스가 후원하여 조성된 야외음악당이 자리하고 있다. 초평호를 배경으로 다양한 공연이 가능한 무대와 600석 규모의 객석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가끔씩 열리는 공연을 보고 싶은 사람들은 공연일자를 확인하고 방문하면 될 듯하다.
드디어 미르 309가 보이기 시작한다. 저 너머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농다리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조우하는 순간이다. 앉아서 쉴 수 있는 그늘막과 작은 카페도 자리를 하고 있다.
대청호를 제외하고 중부권에서 충주의 충주호를 비롯하여 초평호는 대규모를 자랑하는 수변공간이다. 미호천의 상류를 막아 축조했으며, 초평천 등을 비롯한 지류들이 유입하는 초평호는 나지막한 구릉성 산지에 둘러싸여 있다.
이제 출렁다리를 건너가 볼 시간이다.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생각보다 많이 흔들린다. 어떤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출렁다리는 다리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아래를 내려다보며 걷는 약간의 짜릿함을 선사해 준다.
진천군이 농다리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다시 다리로 연결된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5월이 시작되는 시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몸은 흔들렸지만 한 곳만을 보면서 걸었다. 삶이 그렇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