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파사드로 선상의 빛이 비치어지고 있는 통영
어떤 샘영체를 표현할 때 있어서 이름에는 규칙이 따른다. 밤을 밝히는 곤충이며 짙은 어둠에서도 빛이 있기에 형설지공이라고 해서 사자성어로 잘 알려진 빛의 주인공은 반딧불이(螢)다. 앞에 두 글자는 곤충의 이름이며 불이는 빛이다. 배 끝에 있는 기관(발광기)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빛을 내는데 이때 사용하는 에너지는 모두 빛으로 전환이 된다. 그래서 빛을 많이 낸다고 해서 반딧불이가 뜨거워질 가능성은 없다. 일본어로 반딧불이는 호타루라고 부른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보았던 드라마 호타루의 빛은 아야세 하루카가 주연을 맡았었다.
수백 척 어선들이 어지러이 정박해 있던 자리엔 거북선과 판옥선이 자리한 곳에 강구안 브릿지가 연결이 되어 있다. 주변 문화마당과 도로는 화려한 빛의 미디어 시설을 비롯해 각종 조형물, 누각, 예술조각품 등으로 밤이 더 화려한 곳으로 변신했다.
통영의 강구안에서 바라보니 판옥선 위로 비추어지는 불빛이 짙은 바다에 떠 있는 반딧불이처럼 보인다. 푸른색으로 발광하는 그런 빛이라고 할까.
통영으로 넘어오는 길목에는 휴게소도 있는데 밤에 영업을 하지는 않아도 빛을 밝혀두고 있어서 통영까지 건너오는 길에 피곤하다면 잠시 쉬어볼 수가 있다.
남해안 대표 관광도시인 통영은 대한민국 제1호 야간관광도시로 지난해 선정됐으며 삼도수군통제영(옛 해군사령부)과 서피랑 등에 야간 경관을 설치했다. 야간 축제 활성화를 위해 문화재 야행도 5년째 이어오고 있다.
끝자락에 자리한 도시 통영은 밝디 밝았다. 하루가 달라진다고 해서 남은 시간이 다채로워지지는 않겠지만 하루에 하루를 더하다 보면 야경이 빛나는 도시처럼 만들어지지 않을까.
강구안 브릿지도 좋지만 통영의 공간을 채우는 것은 조명이 설치된 이 건물이다.
작년 통영시는 전국 지자체 중 유일하게 야간 관광 특화도시 브랜드 슬로건 '투나잇 통영'이 최고의 브랜드대상에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2024년에는 관광혁신국을 신설해 남부권 광역관광개발, 복합 해양레저관광도시 조성 사업, 야간 관광 특화도시 조성 사업, 스마트 관광도시 조성 사업등을 추진하여 2025년 12월까지 통합적 야간 관광 정책 및 체계를 구축하고 각종 축제를 야간에 맞춰 추진하고 있다.
모든 전환된 에너지는 열을 필수적으로 만들어낼 수밖에 없다. 열을 내지 않고 빛을 만들어내는 반딧불이는 조금은 신기한 곤충이다.
통영에 내려앉은 선상의 빛을 보면서 걸어서 돌아본다. 수많은 통영 사람들이 선상의 빛을 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 길을 걸었던 사람들 중 문학인들이 있다.
“모든 단어들은 유령의 손 안에서 방향을 바꾸면서 화자에게로 끝을 겨누는 창이 된다” 프란츠 카프카
그 길에서 빛을 찾으려는 글을 썼던 이들의 삶을 생각해 본다.
밤에도 빛이 나는 반딧불이처럼 속에서 빛을 내면서 살아가는 순간은 언제나 찬란해 보인다. 반딧불이의 빛은 정확한 간격으로 켜졌다 꺼지기도 한다. 반딧불이가 만드는 빛은 아니지만 통영의 야경의 중심이 되는 곳은 길이 92.5m, 높이 13m 규모의 다리로 밤이 되면 무지개색 조명을 뿜어내는 강구안 브릿지다. 호타루의 빛처럼 밤에는 모든 것이 뚜렷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