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는 누군가 May 08. 2024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미래는 우리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사람과 비슷하게 생긴 인종을 호모 속이라고 한다. 호모와 관련해서 그 생김새나 지역등에 따라 뒤에 붙게 되는데 지금까지 살아남은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들이다. 어떻게 힘이 약하고 홀로만 본다면 생존능력이 떨어지는 호모 사피엔스들은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을까. 개인적으로 필자를 포함한 인간이라는 대상을 관찰하면 복잡한 개체들이다. 다른 존재에 대해 연민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탐욕스럽고 자신 이외에 다른 존재들을 배척하는 것 같으면서도 받아들이기도 한다. 분명한 건 호모 사피엔스들만이 자신과 같은 종의 인간들을 생존과 상관없이 대량살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라고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 우리는 새로운 것이라고 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겠지만 새로운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위기가 된다. 코로나19에서도 보았듯이 우리는 무언가를 연구하고 끊임없이 발명해 낸다. 그 과정 속에 우리도 상상하지 못한 세포변화라던가 인류의 종말이 올 수도 있다. 혹성탈출은 치매를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로 인해 인류에게는 치명적인 질병과 더불어 급격한 지능의 하락을 초래하였다. 그렇지만 유인원들에게는 지능과 언어를 선사해 주었다. 언어를 주었다는 의미는 단순히 수화나 얼굴표정으로 할 수 있는 소통수단을 훨씬 뛰어넘게 만들어준다는 의미다. 

인간들에게 오는 치명적인 질병들은 대부분 유인원이나 우리가 키우는 소, 돼지, 닭등에게서 온다. 유인원에서 시작한 AIDS는 유인원에게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인간에게는 모든 질병에 대한 방어막을 풀어서 결국 죽게 만든다. 진화한 유인원과 퇴화된 인간들이 살아가는 땅. 유인원 리더 '프락시무스'는 완전한 군림을 위해 인간들을 사냥하며 자신의 제국을 건설한다. 이미 인류의 시대는 끝이 나고 수세기가 지나 위대한 지도자라고 불리었던 시저는 사라져 버렸다. 

혹성탈울 새로운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총, 전차와 같은 강력한 무기처럼 보였지만 필자에게는 책이었다. 생각을 담아서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다른 생각을 퍼져나가게 할 수 있는 책이야 말로 가장 강력한 그 무언가다. 하루하루 생존하는 것을 넘어서 집단을 이루고 잉여생산물이 생겨나기 시작하면 지능을 가진 생명체들은 왜 살아가야 하는지 목적을 가지게 된다. 그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 철학이며 종교이며 희망이며 미래다. 천년 혹은 수천 년 이전에 선지가가 어떤 말을 했다는 것은 그냥 그 자체로 신뢰와 믿음이 된다.  

영화는 인간의 관점으로 보자면 절망적이지만 생명체의 관점으로 본다면 새로운 변화다. 신체적으로 월등한 힘을 가진 유인원이 지능을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인간이 가진 힘은 한계가 있다. 인간이 두 발로 잘 걸어 다닐 수 있게 된 덕분에 힘을 잃었으며 온갖 질병이 걸릴 수 있는 확률이 높아졌다. 유인원들에게 허리디스크 같은 것은 없다. 네 발로 뛰는 것이 두 발로 뛰는 것보다 훨씬 빠르다. 광활한 숲과 폐허가 된 도시 등 배경들도 현실감 가득하게 꾸몄으며 일부 장면은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그냥 나약한 소녀처럼 보이는 메이가 생각보다 현명했으며 강력하고 의지가 강하게 등장한 것이 의외였다. 책은 과거 사람들의 생각을 담아놓은 것이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않을수록 위정자나 기득권들은 대중을 지배하기가 수월해진다. 생각 없이 행동하는 것은 이루는 것이 없으며 생각만 하는 것은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독단적인 누구나에게 의해 끌려가는 것이 아닌 새로운 시대는 그렇게 만들어낼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기나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