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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25. 2024

탈북여성의 결혼

탈북 아이스하키 선수 이금숙의 이룰 수 없는  꿈

전국을 다니다 보면 탈북여성들을 우연하게 볼 때가 있다. 적지 않은 탈북 여성들이 유흥 쪽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정착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보여준다. 탈북 남성과 결혼을 알선해 준다는 업체는 없어도 탈북 여성과 결혼을 알선해 준다는 업체들이 적지가 않다.  결혼하기 위해 수많은 조건들이 붙어야 하기에 한국남성들조차 결혼하기 쉽지 않은 마당에 가진 것도 없고 기반도 없는 탈북 남성과 결혼하고 싶은 한국여성들은 많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현실은 여러 방송이나 언론 혹은 각종 정보를 통해 접할 수가 있다. 대부분의 무역통로가 수십 년간 막힌 폐쇄된 국가가 풍요롭게 될 가능성은 없다. 그렇기에 그곳에서의 삶이 좋을 리는 없다. 이 정도로 국가의 경계가 나누어져 있으면 같은 민족으로 보아야 하는지도 가끔씩 의구심이 든다.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하더라도 문화가 70년이 넘게 단절이 되었다면 다른 국가라고 보아도 무방할 수도 있다. 이미 생활하는 방식이나 사고, 철학 등 모든 것이 다른 것이 대한민국과 북한이다.  같은 영어를 쓰고 비슷한 외양을 했다고 하더라도 미국과 영국을 같은 나라라고 하지는 않는다.  


북한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모두 풍요로울 것이라는 착각이다. 북한은 스스로 모든 것을 얻어내야 하는 경쟁사회가 아니지만 대한민국은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이 겨우 될 뿐 북한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경쟁사회다. 경쟁력이 떨어지면 도태되고 결혼이라는 개념자체가 북한과는 너무나 결이 다르다. 결혼의 의미를 전혀 다르게 생각하는 탈북 여성들과 대한민국 남성들과의 만남이 해피엔딩으로 되기가 쉽지가 않다. 탈북 여성들과 결혼하려는 남성들이 한국에서 결혼 배우자로서 경쟁력이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까. 


1981년 함경북도 온성군에서 태어난 이금숙이라는 여성은 아이스하키로 입문해서 선수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병이 걸리고 죽음의 문턱에 간 끝에 살아남았지만 귀가 거의 들리지 않은 청각장애를 갖게 된다.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났던 그녀는 북한의 국가대표선수로 활약을 했지만 대한민국으로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대한민국을 풍요의 땅이라고 생각했던 그녀는 2000년 중국으로 건너가 동남아를 전전한 끝에 대한민국으로 들어올 수가 있었다. 2004년에 들어온 그녀는 대한민국 하키 국가대표로 뛸 수 있었지만 다음 해인 2006년 2월 성형외과 원장이라고 접근한 남자 사기꾼에게 결혼사기를 당해서 정착지원금 3,000만 원을 모두 잃어버리게 된다.  


그녀에게는 자신의 엄마를 대한민국으로 데려오겠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개인에서 줄 돈이 필요했다. 같은 탈북인에게 남자를 소개받았는데 그가 남편 김 모 씨다. 어떤 언론에서는 열 살 혹은 열두 살이라고 하는데 아무튼 2006년 10월에 결혼을 하기로 결심을 한다. 아이스하키선수로서의 미래도 불명확하고 이미 그 남자의 아이를 임신했던 이유도 있었던 듯하다. 그렇지만 그 남자는 200~250만 원 정도를 벌고 있었다. 모은 돈도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중개인에게 줄 돈 같은 것은 생각하지도 않았던 듯하다. 


그녀는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서 엄마를 데려올 요량으로 식당등에서 일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남편과 적지 않은 충돌이 있었다. 당시 언론에서는 술집을 언급하기도 했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결혼한 지 5개월 남짓 되었을까. 2007년 2월 남편과의 돌아올 수 없을 정도의 충돌이 일어났고 남편에 의해 교살등의 방법으로 살해되어 암매장되었다. 탈북여성의 결혼은 이미 그 시작부터 삐그덕 댈 수밖에 없다. 탈북여성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현실은 훨씬 가혹하고 생각하는 수준의 남성은 쉽게(거의 불가능한) 만날 수가 없다.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개개인의 몫이지만 믿고 싶은 것이 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많지가 않다. 젊은 한 탈북여성의 가혹하면서도 기구한 삶을 보면서 때론 희망이라는 것이 판단의 눈을 흐리게 한다는 것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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