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 칠보면에 있던 태산군(太山郡)의 현감이 세운 피향정 (披香亭)
정읍의 초록녹음(綠陰)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6월 정읍에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호남제일정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는 피향정이라는 곳으로 방문해 보았다. 보물 제289호로 지정된 이 정자는 원래 헌강왕대(857~860 재위)에 최치원(崔致遠)이 지금의 정읍시 칠보면에 있던 태산군(太山郡)의 현감으로 있을 때 세운 것이니 1,000년이 훌쩍 넘는 역사의 공간이기도 하다.
호남제일정이라는 피향정의 바닥은 지상으로부터 142㎝ 정도 떨어져 있으므로 막돌기단 위에 막돌초석을 놓고 그 위에 석조로 된 28개의 짧은 두리기둥을 놓고, 다시 그 위에 목조로 된 두리기둥을 세웠다.
최치원이 정읍시 칠보·태인·산내면 일대를 돌보는 태산군수로 재임하면서 이곳 연지 주변을 거닐며 풍월을 읊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피향정 인근에는 최치원을 배향(配享)한 무성서원, 태인동헌과 향교 등 선비문화유산들이 흩어져 있다.
물의 도시이기도 한 정읍에는 초록 녹음이 채워지고 있었다. 피향정이 유명한 것은 이곳에 연지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피향정 주변의 경관을 다시 조성하고 상·하연지 두 개의 연못 가운데 지금은 사라진 상연지를 복원해 두었다.
피향정을 돌아보고 복원된 주변의 산책로를 돌아본다. 아직 연꽃이 피어날 때가 아니어서 아름다운 연꽃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여름이 온 것은 충분히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녹색 잎과 연분홍 꽃봉오리들의 어우러짐이 눈을 즐겁게 하고, 바람 끝에 묻어나는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간질이게 하는 피향정이 있는 정읍시는 옛 정읍현(井邑縣)·고부군(古阜郡)·태인현(泰仁縣)이 합쳐져 이루어진 지역이다.
피향정이 자리한 태인(泰仁)이라는 지역은 태산(泰山)과 인의(仁義)가 합쳐서 생긴 지명으로 1995년에는 정읍군과 정읍시가 통합되어 정읍시가 되었다.
호남평야의 일부를 차지하고 있어 이곳에서 생산되는 곡물은 남창(南倉) · 산창(山倉) · 창삼(倉三) 등에 모아 서해로 보내기로 했던 곳이어서 큰 관청이 자리했던 곳이다.
피향정과 둘레길을 돌아서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태인 동헌이 나온다. 태인동헌은 조선 중종 때 태인현감 신잠이 처음 세웠으며 현재 건물은 수조 16년(1816)에 다시 세운 곳이라고 한다.
태인동헌의 정면에는 고을을 맑고 편안하게 다스리겠다는 뜻의 청령헌을 새긴 현판이 걸려 있다. 건물은 남쪽 전면에는 툇간이 일자로 있고, 그 뒤레 오른쪽으로 대청이 있으며 왼쪽에는 온돌이 만들어져 있다. 그 위에 다시 북쪽으로 툇간이 있는데, 이 툇간의 오른쪽 2칸은 대청보다 바닥이 높은 마루이다.
한국관광공사는 녹음이 짙어지는 6월에 가볼 만한 테마로 정원별곡을 선정했다고 한다. 특색 있는 조경이 있는 피향정과 주변에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는 태인에서 자연 그대로의 자연스러움을 만끽하고 옛사람의 발자국을 따라 걸어보아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