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춘양구곡 중 제6곡 쌍계의 삼척봉 아래의 연주정
두 시내가 바위를 휘감아 물굽이를 만들면서 곳곳에 봉우리가 있는 가운데 볼거리들이 자리하고 있다. 봉화군이라는 지역은 오랜 세월을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선비들의 이야기와 대를 이어 내려오는 사람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만들어져 있는 적연, 옥천, 풍대, 연지, 창애, 쌍계, 서담, 한정, 도연으로 이어지는데 그중에 6곡인 쌍계에는 삼척봉이라는 봉우리가 있다.
구곡이라고 명명되어 있는 곳에는 공부를 하면서 그 의미를 찾아가는 곳이었기에 단순히 자연경관을 넘어서 문화와 이야기가 있다. 운곡천을 따라서 가다 보니 이곳 삼척봉에 이르렀다. 삼척시의 삼척이라는 한자를 사용한 삼척봉은 고려시대에 삼척이라는 지역의 지방관으로 가던 사람이 아름다운 풍광 속에 놓인 봉우리를 그렇게 불러서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많이 더워져서 그런지 이제 여름이 코앞이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이곳까지 들어오는 길은 마을 분들만 알고 있을 듯한데 차를 가지고 들어오면 돌려서 나갈 곳이 없다. 작은 산이라고 할 수도 있는 삼척봉은 가볍게 올라갈만한 곳이다.
천이 흘러서 하나의 마음을 이루고 그것이 마음 심자가 되어 아련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겼던 것일까. 한자로 생각할련, 그리워할 련, 그릴 련의 이름을 딴 연주정이라는 정자가 이곳에 있다. 연애를 할 때도 그 한자를 사용하고 연인도 역시 같다.
계곡의 안쪽에 고즈넉하게 들어서 있는 정자의 이름은 연주정이다. 정자는 ㄱ자형으로 오른쪽 전면에는 연주정이라는 현판이 있고 왼쪽에는 제월헌이라는 현판이 있다. 정면 세 칸과 측면 한 칸 반의 정자로 연주당 홍여방이 한양에 건립한 것을 후손들이 이곳에 내려와 세거 하면서 함께 옮겨온 것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당시 선대의 사람들의 이야기와 연주정과 관련된 건립비가 세워져 있다. 연주당 홍여방은 사마시를 거쳐서 1401년(태종 1)증광문과에 병과에 급제하였으며 이조참의, 대사헌, 한성부윤, 경상도관찰사, 판한성부사, 이조판서등을 지냈다고 한다.
정자의 우측에는 홍여방의 후손인 홍세공의 비를 세워서 제향하고 있다. 홍세공은 임진왜란 때 활동했던 사람이다. 우연하게 지나쳐가다가 멀리서 정자가 보이기에 이곳까지 들어오게 되었다. 연이라는 한자를 보면 말씀 언을 마음심이 밑에서 받치고 있는 형태다. 마음으로 말을 해야 그 말이 진심으로 전달이 되는 법이다. 그래야 그 말에 그리움이 담길 수가 있다.
어떤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과거에 대한 의미는 달라지게 된다. 봉화군에서는 8월에 지역을 대표하는 은어축제가 열리게 된다. 올해의 축제는 ‘은어야 놀자! Let’s go 봉화로!’라는 주제로 오는 7월 27일부터 8월 4일까지 9일간 봉화읍 내성천 일원에서 개최된다. 봉화군을 흘러가는 천은 은어가 살기에 깨끗하고 아름답기로 유명해서인가.
지금도 그 후손들이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가 살아갈 이유를 찾는 것은 의미가 있다. 연주정을 세운 사람이 어떤 관직을 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개인적인 삶은 알 수가 없다. 연주정이라는 이름을 지은만큼 그는 간절한 마음으로 누군가를 지켜주기를 원하지 않았을까. 당신은 누군가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어주기도 한다.
봉화군 춘양면서벽리~봉화군 명호면 명호리 26㎞를 흘러내리는 운곡천은 수정 같은 맑은 물과 어디에 내놔도 손색없는 빼어난 경치를 보여준다. 때론 삶에서 복잡하고 설명이 필요한 말들보다 단순한 한 마디가 더 힘이 될 때가 있다. 그리워할 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