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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09. 2024

노인이 만드는 인플레

비생산인구가 늘어나게 되면 많은 것이 변하게 된다.  

얼마 전 한국의 1인당 GDP가 일본의 1인당 GDP를 넘어섰다는 기사가 나왔다. 국민의 삶과 전혀 상관없는 그런 기사를 중요하게 발표하는 이유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고 보인다. 한국인들의 경쟁력이 높아졌다기보다는 일본의 엔화가 달러에 비해 크게 약화된 결과다. GDP가 달러로 환산이 되니 자연스럽게 나타난 결과이기도 하다. 일본은 지난 30년 동안 중국이 만들어내는 세계화와 더불어 노령화사회를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방어해 왔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사람들은 적자구간의 삶과 흑자구간의 삶을 살아간다. 태어나 성장하면서 취업하기 전과 퇴직해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의 적자구간과 자신의 앞가림을 하면서 돈을 버는 흑자구간의 삶이다. 흑자구간이라도 하더라도 저임금을 받게 되면 역시 적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 한국인들의 삶은 특이하게 흑자구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2024년 남자들을 기준으로 사회로 진출하는 평균적인 나이가 33살 정도이며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에서 퇴직하게 되는 나이가 53살 정도라고 한다. 


20년의 흑자구간을 통해 얼마나 많은 자산을 형성할 수 있을까.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것은 매우 현명하지 않은 선택이다. 한국의 경제문제는 고착화되고 구조화되어가고 있다. 앞으로 10년 동안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속도로 노인이라고 불리는 나이의 계층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그중에 많은 사람들이 재취업을 하겠지만 대다수가 전에 다녔던 직장보다는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게 될 것이다. 길에서 폐지를 줍거나 아파트 경비, 정부가 만드는 노인계층의 일자리등은 생산적인 일자리는 아니다. 


나이가 들면 소비를 자연스럽게 줄이고 사회에 기여하기보다는 위축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시절보다는 소비가 줄었지만 문제는 어쨌든 간에 소비를 한다는 사실이다. 전 세계의 모든 것들은 연결이 되어 있다. 과거 30년 동안은 생산하는 경제활동인구의 급격한 증가로 인해 인플레가 제약이 되었다. 생산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자신이 쓰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생산한다는 의미다. 즉 물자가 넘쳐나기 때문에 인플레는 제약되고 풍요의 시대를 살 수 있었다. 


비경제활동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생산하는 사람보다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아무리 적게 써도 그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면 물자는 부족해진다. 물자가 부족해지면 자연스럽게 가격이 비싸지고 생활비는 높아지게 된다. 쓸 돈이 없어지게 되면 시장에서 물건을 덜 사게 되고 팔리지 않은 물건을 생산하지 않으며 기업은 고용을 줄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가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과거 성장을 만들었던 것은 그때 태어난 밀리언 세대들이지만 그들이 적자구간으로 들어서고 있다. 


필자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하더라도 지방국립대학의 경쟁력은 괜찮았다. 서울 안에 있는 대학들과 비교해도 경쟁력이 있었으며 기업을 들어가는 데 있어서 큰 불평등은 없었다. IMF 이후로 대학을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바뀌어 버렸다. 지방국립대학의 경쟁력은 예전보다 훨씬 떨어졌고 서울 안에 있는 대학, SKY, 의대로 이어지는 고리가 정석이 되어버렸고 지방에 있는 대학들을 다니는 학생들의 경쟁력은 더욱더 낮아져 버렸다. 지방국립대학이 그럴진대 지방 사립대는 말할 것도 없고 전문대학은 특정과를 제외하고는 마치 고졸과 유사한 학벌이 되어버렸다. 


사실 모든 이면에는 돈이 있다. 같은 국립대이지만 서울대에 투자하는 돈과 지방국립대에 투자하는 돈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학교에 돈을 투자하면 당연히 인재들이 입학을 한다. 포항공대와 카이스트가 지방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것은 투자되는 돈으로 대학의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방을 살리려면 우선 서울대와 비슷한 수준의 예산을 지방국립대에 투자를 해야 한다. 출산율이 전국에서 가장 낮은 서울의 청년층 인구가 늘어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바로 학벌 때문이기도 하다. 지방에서 태어나 서울로 올라가서 사는 사람들이 많다는 의미다. 


인플레가 심해지면 심해질수록 자신이 가진 자산의 볼륨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살기가 팍팍해질수록 좋은 조건의 직장에서 일하려고 할 것이다. 괜찮은 직업 혹은 직장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괜찮아 보이는 대학을 졸업을 해야 한다. 퇴직하면서 늘어나는 노인들에 의해 발생하게 되는 인플레는 한국사회의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서울과 수도권으로 집중은 더 심화될 것이고 이들의 투표권은 더 많은 인프라를 그곳에 투자를 하게 만들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한국돈의 가치는 경쟁력이 더욱더 떨어질 것이다. 물론 저 먼 나라 아르헨티나의 화폐처럼 극단적으로 평가절하되지는 않겠지만 성장동력이 식어가는 한국의 화폐 경쟁력도 동기화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에너지원과 쌀을 제외하고 80%에 가까운 식량을 수입하는 한국은 세계경제와 밀접하게 연동이 되어 있다. 한국만 노령화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 역시 노령화의 길을 걷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태어나는 세대들의 1/4에서 1/3은 통계적으로 치매를 앓다가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은 최소 한 명의 건강한 성인이 필요하다. 노령화는 단순히 노인 한 명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경제활동인구를 줄이는 결과까지 만들어낸다. 


비생산인구의 증가는 국가의 성장동력을 낮추는 것을 넘어서 인플레, 소득감소, 서울 및 수도권의 집중, 학벌문제, 저출산, 비혼인구의 확산등과 모두 연결이 된다. 더 적게 태어나지만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자식은 사람답게 살게 하기 위해서 지출하는 사교육비는 더욱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 전체상황을 통찰력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저출산 대책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속도만 늦출 수 있을 뿐이다. 물론 이 모든 판을 뒤집을 정도로 혁신적인 대책을 내놓는다면 배의 방향을 조금씩 바꿀 수 있을 테지만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지금 저출산과 관련된 사람들이나 정치인들은 문제의 본질을 전혀 알지 못한다. 출산에 돈을 주고 양육하는데 비용을 보조해 주고 집을 사는데 대출해 주는 것은 아주 약~간의 도움만 될 뿐이다. 


이미 이런 변화의 시작은 30년 전부터 시작이 되고 있었다. 그때는 아무런 문제의식을 가지지도 못했고 그 누구도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지는 않았다. 필자는 그때부터 말은 했었다.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부동산에서 시작이 될 것이고 더욱더 고착화될 것이기 때문에 부동산으로 발생하는 문제를 미리 예방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자신이 사는 집 한 채외에 더 많은 부를 부동산으로 만들게 하면 안 된다고 계속 말했었다. 


30년 전에 생산활동인구로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나이로 은퇴를 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 돈의 값어치를 떨어트리게 만들 인플레의 주역이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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