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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25. 2024

도시공학자의 관점으로 본 세종

사람이 사는 도시가 아니라 거대한 세트장으로 만들어진 계획도시

개인적으로 세종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것은 세종시를 테스트베드로 한 스마트시티를 연구할 때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잠깐 전국적으로 돈이 미친 것처럼 풀렸을 때 세종시는 내재적 가치와는 전혀 상관없이 투기의 장이 되어버렸다. 세종시가 어떤 도시가 될 것인지에 대해는 아무도 고민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런 것을 보아야 되는 사람은 정책 입안자나 정치인들이지만 그들은 세종시가 어떻게 되든 간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가끔씩 세종시를 방문하면 느끼는 것은 너무나 계획스럽게 만들어진 도시라서 융통성이라는 것이 없어서 도시가 살아 숨 쉬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모든 것이 계획적으로 세팅이 되어 있어서 사람과 도시가 어우러져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마저 없다. 대부분의 상가는 공실상태이며 이곳에 와서 굳이 무언가를 먹으려는 사람도 없고 관광적인 측면으로 보면 호텔이 있을 이유가 없다. 

세종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초대형 세종 엠브리지는 2021년부터 매각을 진행했지만 2433억 원으로 시작한 매각가격이 7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1293억 원까지 떨어지자 매각절차 자체가 중단됐다. 서울 및 수도권의 인구는 거의 끌어오지 못하고 대전, 공주, 충남의 도시에서 인구를 끌어와서 채운 세종시는 40만 명이 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40만 명 규모의 다른 도시와 비교하면 도시가 살아 숨 쉬지는 않는다. 그냥 잠자고 공무원들이 일하기에는 괜찮지만 말 그대로 노잼의 도시다. 

정부청사등에 미팅을 할 일이 있어서 가면 정부청사가 들어간 일부 건물을 제외하고 텅텅 비어버린 것이 벌써 10년이 넘어가는 곳도 있다. 세종시는 도시의 성장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른 도시가 아니다. 원도심이 생겨나고 자연스럽게 부도심으로 연결되는 형태가 아니라 6개의 생활권으로 계획적으로 세팅이 되었다. 걷기를 무지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세종시에서 차 없이 오고 가는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알 수가 있다. BRT노선으로 대중교통이 잘 조성된 것을 제외하고 협소한 도로로 인해 출퇴근 시간대에는 짜증의 불쾌지수가 무엇인지 알 수가 있을 정도다. 

세종시는 2040년 인구가 계획대로 80만 명까지 늘어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글쎄 그 80만 명을 어디서 채울 것인가. 세종에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역동성이 부족하지만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노년층이 아니면 완벽한 가정(?)을 꿈꾸는 2030 세대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여성분들이 세종을 선호한다. 유흥이 없고 아이들을 키우기에 비교적 안전한 이렇게 완벽하지만 이상하게 세트장 같은 도시는 영화 속에서 보는 그런 도시와 같은 느낌이 든다.  

연구 예산 문제로 인해서 대부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교류를 많이 했다. 행복청은 도시의 규모를 원래 계획대로 추진하는 데 있고 세종시는 도시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서로 생각하는 바는 다르지만 가장 많은 예산은 행복청이 쥐고 있다. 그래서 희한하게 둘이서 서로를 반목하는 느낌도 들게 된다.  

도시공학적인 측면으로 볼 때 세종시는 거대한 세트장처럼 만들어진 도시다. 비교적 모든 인프라가 최신식으로 만들어진 것은 막대한 중앙부처의 투자가 있어서 가능했었다.  

세종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수요층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은 주말에 빠져나가던가 이곳에서 모임을 잘하지 않는다. 물론 낮시간에는 여성분들이 나와서 한가로이 산책을 하는 모습을 볼 수는 있다. 너무나 큰 기대를 가지고 건설이 되었지만 사실 살아 숨 쉬지 않는 도시 세종은 브루마블 위에 놓여 있는 도시처럼 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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