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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7. 2024

복원되는 매향리

빨간 깃발대신 파란 깃발과 매화나무의 향이 풍겨오기를 기다린다.  

화성이라는 도시는 수도권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정주하기 시작하는 도시다. 동탄을 가보면 알겠지만 주거단지로 개발되어 높디높은 아파트들이 즐비한 곳이다. 그렇지만 화성시가 현대적인 느낌의 도시로 자리하게 된 것은 불과 20여 년에 불과하다. 화성시는 전형적인 도농복합형 도시로 아직도 서쪽으로 가면 갯벌과 바다를 기반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곳에 매향 1리, 매향2리, 매향 3리, 매향 4리, 매향 5리 등을 포함한 매향리가 있다. 

엄청나게 쏟아지는 폭우를 뚫고 화성의 매향리를 찾았다. 이곳은 고온포라고도 불리어서 바다 쪽으로 나가면 고온리마을과 고온리어촌계라고 적혀 있는 간판등을 볼 수가 있다. 매향리가 포함되어 있는 읍은 우정읍으로 경기도 화성시 남서쪽의 남단에 위치한 읍이다. 충청도와 인접해 있어서 충청도의 문화와도 연결이 되어 있다. 

필자가 매향리를 처음 방문한 것은 7~8년 전쯤이다. 매향리와 전혀 상관없이 살아가다가 화성에 대해 글을 쓰면서 매향리를 처음으로 만나보았다. 오랜 시간 미공군 폭격장의 아픔과 직선화된 간척사업으로 천혜의 자연을 잃었기에 지금은 그 생태환경과 사람들의 정주환경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미군의 대대급 부대가 머물렀던 곳이다. 대부분의 시설을 철거가 되었지만 영구보존되기로 한 건물이 남아 있고 안쪽으로는 당시 사용했던 막사를 매향리의 역사를 기억하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있었다. 처음 조성이 될 때 왔었는데 오래간만에 오니 또 바뀌어 있다. 

당시 이곳에 거주했던 미군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거주했었다. 그들에게도 이곳은 오랜 시간에 걸친 삶의 터전이었을 것이다. 매화꽃 향기가 피어나는 이 시기에도  비행기 날던 전쟁터의 공간에서 가슴 조마조마하게 살아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볼 수가 있다. 

2005년 미 공군의 훈련장소였던 쿠니 사격장이 완전히 폐쇄되고 폭격 소음이 사라진 후 20번째 맞이하는 여름이기도 하다. 그러고 보니 시간이 그렇게 빨리 흘러갔다. 2005년이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2024년도 절반이 넘게 지나가고 있다. 막사의 안으로 들어가 본다.  

막사는 기존의 구조를 잘 살린 상태에서 매향리 마을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매향의 넓은 간석지는 해산물이 풍부하여 어장의 기능을 해왔다고 한다. 구릉과 구릉 사이의 지역은 농지로 이용하거나 염전으로 개발되었다. 이제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마을의 평화와 생태를 위한 발걸음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도 시간은 더 걸릴 듯하다.  

섬과 넓은 갯벌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곳이었기에 다양한 형태의 사격을 해볼 수 있는 곳이었다. 해상과 육상도 가능한 아시아 지역 최적의 공군 사격장이자 아시아 주둔 미군 공군기의 폭격장으로 활용되었다. 

앞서 본 매향리생태공원은 여러 번 본 적이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방문해 보니 쿠니평화마당이라는 곳도 조성이 되어 있었다. 쿠니평화마당은 캠핑데크, 역사가벽, 놀이터, 데크무대, 파고라, 그네의자, 주차장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어두었다. 

2021년 7월 유네스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고 강화, 인천, 화성, 아산 등을 추가로 권고했는데 화성시와 함께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현장 실사 준비 등을 통해 2026년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위원회에서 최종 등재를 위해 환경보전 노력에 힘쓰고 있다.

매향리를 가보면 알겠지만 일반 어촌마을과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갯벌이 있는데 군사적인 시설이 공존하고 있으면서 평화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말을 하지 못했던 갯벌생물과 갯벌식물은 매향리의 환경변화에 대해 그냥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 

매향리는 앞으로도 할 것이 많은 지역이다. 과거를 기억하면서도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그러면서도 생태를 복원해야 한다. 매향리에 살았던 사람들을 위해 고온항 일대는 유통시설이 낙후된 데다 장기간 어항이 개발되지 않아 열악한 환경을 철거하고 복원하여  ‘평화의 꽃을 피우는 바지락 마을, 고온리 마을’을 기치로 내세워 다목적지원센터에서 바지락을 주제로 한 상품을 개발하고 바지락 카페 운영 등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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