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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2. 2024

열매, 프리기아

천안 뮤지엄호두 기획전 '열매를 맺지 않겠다.'

인생에서 무엇을 이루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생명력이 살아 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셀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자유라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올해 열리는 파리올림픽의 마스코트는 프리기아다. 자유의 모자로 산타클로스 모자의 기원이 되었으며 고대부터 프랑스에 이르기까지 노예가 자유를 얻어서 쓸 수 있는 모자의 상징이다. 

하나의 결실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으로 예술작품만 한 것이 없다. 좋은 글, 좋은 그림, 상징물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개개인의 열매다.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는 7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 천안에 자리한 뮤지엄호두에서 기획전으로 열매를 맺지 않겠다 전이 열리고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서 왜 파리의 상징이기도 한 프리기아가 연상이 되었을까. 프리기아가 예술적으로 알려진 것은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그 앞에서 이끌고 있는 여성이 쓴 모자가 프리기아였다. 

프리기아의 기원은 로마시대까지 올라가게 된다. 오랜 시간 노예가 있었던 로마시대에서 집에서는 노예가 있었는데 대부분은 월급을 받으면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돈의 일부를 모아서 자신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자유를 주인에게 지불하게 되면 자유의 모자를 쓸 수가 있었다. 

열매를 맺지 않겠다 기획전의 입구에서는 상반된 두 개의 색이 필자를 맞이해 준다. 빨간색은 프리기아라는 모자의 상징이기도 하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들도 자유롭게 살고 있는 것일까. 

이곳에 걸린 작품들은 마치 자신을 나타내려는 것처럼 보이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소품이 원래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끊임없이 자신을 전시하는 시대에 독립된 자아로서 나다움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주어진 인생과 운명하고 노예가 아닌 주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선택은 무엇일까. 

흔하게 볼 수 있는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서 만든 작품들은 소소하지만 의도된 메시지가 보인다. 열매를 맺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열매를 맺기가 쉽지 않다는 현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열매를 맺지 않겠다의 작가는 김희라다. 배우인 김희라가 아니다. 주로 여성들이 사용했던 의류를 활용하여 작품들을 만들어두었다. 요즘에는 버려진 것들을 활용해서 전시전을 열고 있는 곳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반적으로 빨간색의 계열과 푸른색의 계열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지금의 자유는 쉽게 얻어진 것들이 아니었다. 여전히 우리는 자유를 갈망하면서 나아가고 있다. 철학자 니체는 기독교를 부정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 진리는 선으로 향해 있으며 천상의 세계에서 고통 없이 행복하게 살 수 있고 지상에 사는 인간은 자기를 사랑하고 긍정하기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가 없는 것일까. 

하나의 공간은 하나의 천으로만 채워두었다. 그 아래에서 가보면 실처럼 보이는 것들이 특정한 패턴이 없이 부드러운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열매를 맺지 않아도 지금 과정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자유에는 고통스러운 일면이 있다. 삶의 가이드라인 같은 것이 없이 선택에 자신이 대가를 치르고 나아가야 한다. 

그림이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어두운 면이 더 어둡게 그려져야 밝은 면이 더 밝게 드러날 수가 있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의 손에 들려 있는 프랑스 깃발과 그녀의 머리에 쓰여 있는 모자 프리기아처럼 자신만의 열매를 찾는 여정을 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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