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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19. 2024

로시니 오페라

솔리스트디바오페라단 20주년에 만나보는 세빌리아의 이발사

문화를 향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문화를 누릴 수 있을 정도의 시간적인 여유뿐만이 아니라 보고 들을 수 있는 감각과 어느 정도의 경제적인 여력이다. 필자에게 오페라가 인상 깊게 느껴진 것은 오페라가 아니라 영화였다. 미션임파서블 5 로그테이션에서 오페라 장면을 촬영했는데 영화에서 장엄한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액션 그리고 레베카 퍼거슨이 총을 들고 오페라의 절정순간에 저격하려는 장면이 교차되는 순간이었다. 

오페라는 노래와 대사가 어우러진 장르다. 그래서 오페라를 조금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오페라에서 부르는 노래의 언어가 대부분 그 나라 언어로 불려지기 때문이다. 영어만 해도 조금은 수월한데 유럽의 언어들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한다. 대전문화재단등에서 후원한 대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오페라는 솔리스트디바오페라단 20주년 로시니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다. 

세르비아의 이발사는 피에르 보마르셰의 희곡으로 피가로 3부작의 첫 번째 작품이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로 부르고 있다. 어릴 적에 책으로 읽어본 세빌리아의 이발사를 오페라로 만나본 것은 처음이다. 장르로는 희극 오페라로 150분 정도 시간 동안 그 당시의 삶과 사람들의 웃음을 만나볼 수가 있다. 주인공 알마비바 백장이 이발사 피가로의 도움으로 의사 바르톨로의 후견을 받고 있는 로지나와 결혼하고 바르톨로는 로지나의 재산을 탐내 로지나와 결혼하다가 백작이 로지나와 결혼하는 걸 동의하고 대신 그녀의 재산을 받으면서 모두가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내용이다.  

원래 원작도 있지만 한국적으로 해석해서 웃음을 준다. 알마비바 백작 역에 테너 서필과 강동명, 로지나 역은 소프라노 이윤경과 이경진, 피가로 역은 바리톤 김종표와 김광현, 바르톨로 역은 바리톤 박상욱, 바질리오 역은 베이스 손철호와 이두영, 베르타 역은 메조소프라노 이호정, 암브리지오 역은 바리톤 손차윤이 맡았는데 다들 좋았지만 특히 로지나 역의 이윤경의 음색이 돋보이는 오페라다. 

솔리스트디바오페라단은 이영신 단장을 주축으로 지난 2004년에 창단한 전문예술단체로 우리 가곡·오페라 등 다양한 레퍼토리로 매해 꾸준히 공연을 개최하고 있는 단체다. 적지 않은 공연시간 동안 노래가 끝날 때마다 박수를 치면서 올해 박수를 몰아서 친 느낌이다. 그래서 조금은 건강해진 것 같다.  

오페라가 모두 끝나고 나니 예술의 전당의 저녁이 무르익어 있었다. 19세기에는 한국도 양반들도  그렇지만 유럽 역시 귀족들의 구태가 있었다. 잘못된 사회적 관습으로 인해 사랑조차도 왜곡이 되어 있었던 시대에 그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남자와 현실을 이겨내려는 용기로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오페라 속의 피가로는 마치 동네의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감초 같은 역할을 하는 이발사다. 빼어난 솜씨로 이발도 해주고 머리도 다듬어주면서 이 소식 저 소식을 옮겨준다. 사실 그런 역할을 미용실이 하고 있지만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던 이발사는 중세유럽에서 적지 않은 역할을 했었던 직업이다. 심지어 의사역할까지 했었다. 

오페라의 대사와 노래가사가 적힌 대본도 가져왔다. "변함없는 사랑을 모두 축복하오. 모두 축하하오. 변함없는 사랑을." 그렇게 항상 서로를 배려하고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사랑의 본질이 아닐까. 로지나의 노랫소리가 아직 귓가에서 맴도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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