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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May 14. 2017

물 흐르고 꽃은 피네

좋은 때를 놓치지 않고 사는 법

여행을 좋아하고 새로운 것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전국의 사찰은 적지 않게 가본 기억이 있다. 그렇지만 전남 끝에 자리한 미황사는 아직도 가보지 못했다. 이 번에 만난 물 흐르고 꽃은 피네라는 책은 그곳에서 주지로 있는 금강 스님의 산문집이다. 스님들 책의 공톰점이 있다면 대부분 철학적이라는 것이다. 수행을 하면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이나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 혹은 다시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사찰을 찾아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의 인생은 바쁘고 고단하다. 인생의 동력은 고요하게 있을 수 있는 시간에서 그 힘이 쌓인다. 그렇지만 한국 사람들은 그 시간마저 아까워하고 오늘도 끊임없이 달린다. 그러다 보면 엔진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금강스님은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은 그 자체로도 귀하다고 말하고 있다. 윤회의 삶에서 좋은 업을 수 없이 쌓아야 가능한 인생은 잘살아야 한다. 

참사람은 누구인가, 몸과 말과 마음을 잘 사용하는 사람이다. 

참사람의 향기는 사방으로 널리 퍼진다. 


살기 바빠서 삶을 돌볼 틈이 없다는 지인들이 적지 않다. 생각하면서 살고 살면서 생각한다. 사람들은 평정의 상태가 어떠한지 잘 알지 못한다. 평정은 맑음이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통나무를 붙들고 있는 간절한 마음


당신은 어떻게 태어나서 지금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가. 자신의 의지에 의해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사랑하고 그 결실로 당신이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금강스님은 사람으로 태어나길 간절히 원했기에 태어났다고 말한다. 


"우리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우리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간절히 원해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가 이제 겨우 수행의 시간을 얻었습니다." 

책은 전체적으로 수행에 대해 말하고 있다. 선 수행의 목적은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함으로 자신이 만들어놓은 '나'라는 상을 떠나 비로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 TV에서 여러 스님들이 나와 말했던 것과 비슷하다. 책을 읽던 도중에 의미 있는 문구가 있다. 


"흐르는 강물은 바다를 꿈꾸지 않는다." 


두릅을 세우고

두 손 모아

천수관음 앞에 비옵나이다.

천의 손, 천의 눈

하나를 내어 하나를 덜기를

둘 다 없는 이 몸이오니

하나만이라도 주시옵소서.

아아! 나에게 주시 오면

그 자비 

얼마나 클 것인가.  - 도천 수관 음가

멋지게 살 수 있는 절호의 시간이 누구에게나 남아 있다. 


만겁의 시간이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는 사람의 삶은 어렵고도 귀한 선택이다. 사람들은 그 귀함을 어떻게 소모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삶을 우리는 어떻게 대하는 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 장인 초심에는 금강 스님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다.


너는 뭣 때문에 왔느냐?

나무는 지난가을의 열매를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을 보는 것이 마음을 쉬는 것이다. 


몸을 쉬는 것 이상으로 마음을 쉬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는 몸을 쉬면 마음도 쉰다고 생각하는데 마음은 그냥 시간을 가지고 아무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고 해서 쉬어지지 않는다. 마음을 쉬어보고 싶을 때 때론 좋은 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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