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은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는다.
아침마다 일어나면 이제는 익숙해진 바다의 모습이 보인다. 작은 도시지만 대도시에 살 때보다 여유도 있고 나름의 삶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곳이다. 시청에서 빈집으로 방치되었던 곳을 리모델링해서 저렴하게 임대한 덕분에 주거에 대한 부담은 없었다. 그렇게 와이프와 10살 된 딸과 이곳에 산지 4년째이다. 처음에는 이곳의 삶이 상당히 낯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복잡한 도시에서 치대면서 사는 삶은 아예 잊어버릴 정도로 익숙해졌다.
"커피 한잔 내려줄까?"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갔다 온 와이프가 평소의 루틴처럼 커피를 마실 것이냐고 물었다. 살고 있는 집은 크지는 않지만 고개부근에 자리 잡고 있어서 베란다에 나가면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었다.
"어 한 잔 내려줘."
"커피는 지난주에 들어온 것에 있는데 그걸로 내려마시자."
"지난주에 사 온 베이컨에다가 계란프라이 얹어서 가볍게 오늘 아침은 해결하자."
"알았어. 그런데 오늘 날씨 정말 좋다. 저 멀리에 있는 섬이 보이는 것은 정말 오래간만이다."
"요즘에 사람들에게 이곳이 핫플레이스로 알려져서 정말 많이 찾아오는 것 같다. 그거 알아? 저 안쪽으로 가면 요트를 탈 수 있는 풀빌라가 있는데 규모가 2만 평도 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것 같아."
남자는 일 때문에 오가면서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일반적인 펜션과 달리 기업형으로 만들어져서 그런지 상당히 큰 규모로 만들어진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살고 있는 도시는 바다가 있는 도시였지만 저 멀리 자리한 해수욕장 한 곳과 풍경 좋은 해수욕장이 있는 곳은 섬으로 배를 타고 나가야 접근할 수가 있었다. 바다가 있지만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곳이 없는 곳이다. 물론 항구로 나가 물에 빠져서 수영을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여름의 더위를 잊으면서 수영을 하는 사람은 본 기억은 없었다. 바다에서 반쯤 태양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느새 저 멀리 떠있는 배위로 태양이 떠올랐다. 와이프는 내린 커피와 접시에 베이컨과 계란 프라이를 담아 베란다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옆에 앉았다.
"베이컨 때깔이 왜 이렇게 좋아. 두께 봐~ 생삼겹살이라고 해도 믿겠다."
"이곳에서 사는 것도 이제 많이 익숙해졌나 봐."
둘은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일을 하러 나가기 위한 준비를 했다. 남자는 마리나리조트를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고 여자는 케이블카를 관리하는 회사의 직원이었다. 이렇게 날이 좋은 날에는 리조트나 케이블카를 타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날은 유난히 기분이 자신 같지 읺다는 느낌이 드는 날이었다. 둘이 일하는 곳은 직선거리로 1km가 안 되는 곳이어서 보통은 가는 길에 남자는 와이프를 내려주고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출근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매일 똑같은 풍경을 보는 것 같지만 유달리 처음 보는 것 같이 보이는 날 있잖아." 여자는 바다풍경을 보면서 혼잣말을 하듯이 말을 했다.
"그러게 오늘은 기분이 참 이상하네. 낯설다고 할까. 지금 이 도로도 이상하게 보여."
여자는 남자의 말이 끝나자 물끄러미 쳐다봤다.
"이 앞에서 우회전해야 하잖아. 왜 직진차선에 선거야."
"아 그런가. 당신이 일하는 곳이 우측으로 올라가야 하는 거야?"
"왜 그래. 한두 번 가본 곳도 아닌데 말이야. 오늘날이 너무 좋아서 어디 놀러 가러 싶어 진 거야? 우리 2주일만 있으면 여행 가기로 했잖아. 아무튼 우회전해."
"알았어. 그런가. 아~ 저 케이블카 오가는 정류장으로 올라가면 되는 거지?"
하늘에서는 케이블카를 타려고 일찍 방문한 관광객들을 태운 케이블카가 끊임없이 오가고 있었다. 누가 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곳에 와서 돈을 쓰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더 늘었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러고 보니 케이블카는 전국에 너무 많이 설치가 되어서 사람이 좀 줄었다는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남자는 여자를 관광안내소에 내려다 주고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 갑자기 기억이 파편이 나는 듯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익숙한 건물이 눈에 뜨였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홀린 듯이 차의 트렁크를 열었다. 트렁크 안에는 예리하고 날카로우면서도 제법 길이가 있는 금속이 놓여 있었다. 남자는 손잡이를 쥐고 트렁크를 닫았다. 저 앞에는 바다가 보이는 등대로 걸어가고 있는 남자가 눈에 띄었다.
"그 계약건은 다음 주에 처리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리고 황사장은 내가 올라가는 대로 알아서 연락을 할 테니까. 그건 신경 안 써도 돼."
방파제 등대로 걸어가는 남자는 자신이 하는 일 때문인지 통화를 하기에 바빠 보였다. 그 남자는 자신이 뒤에서 다가가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손에 반짝거리면서도 예리한 금속을 들고 무슨 생각으로 거기까지 걸어갔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그렇게 그 남자와의 거리가 1m 정도 남았을 때 자신도 모르게 오른손에 들려 있는 칼로 그 남자의 옆구리를 힘껏 찔렀다.
"헉. 이게 뭐야."
칼에 찔린 남자는 외마디 소리를 내면서 뒤돌아 자신을 보는 순간 주저앉았다. 아마도 폐까지 칼이 들어간 모양인지 숨소리에 물이 섞인듯한 끓는 소리가 들렸다. 그렇게 앉아 있는 남자의 허벅지를 다시 찔렀다. 너무 힘이 들어갔는데 칼을 든 오른손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멈추어지지는 않았다. 다시 배를 한 번 더 찌르고 불가항력적으로 보이는 남자목의 아래쪽을 그었다. 남자의 몸에서 나오는 피는 마치 샘솟듯이 흩뿌려졌다. 남자는 간신히 자신의 목을 감쌌지만 얼마 버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멀리서 누군가가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미 남자의 손은 힘이 빠졌는지 힘없이 옆으로 떨어졌고 두 눈의 동공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안개가 낀 것처럼 사라져 갔다. 그리고 정신이 들었다. 대체 이 사람은 누구지? 오른손을 바라보니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중지손가락을 타고 내려온 피는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흠칫 놀란 남자는 칼을 그냥 떨어트렸다. 그리고 정신 나간 사럼처럼 다시 뒤돌아서 걸어 나갔다. 저 멀리서 달려온 남자와 교차하면서 지나가는데 그 남자가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쓰러진 사람에게로 가고 있었다.
"이번주가 가장 바쁜 시기니까 다들 주의하고 박형사는 지난번에 절도사건 정리해서 검찰로 빨리 넘겨."
"예 알겠습니다. 어차피 증거는 빼박이고 CCTV에도 다 찍혀서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조형사는 박형사가 조서 정리하고 넘기면 같이 절도범 잘 인계하고 마무리해."
"옙 알겠습니다. 이제 1주일 만에 쉴 수 있겠네요. 오늘은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시죠. 형님."
"그래 그렇게 하자. 오늘 당직은 2팀이지?"
"예 좀 있으면 오면 인수인계하고 들어가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루의 업무분장을 하고 있을 때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살인사건이었다. 이런 때는 당직을 했던 팀이 초동수사를 하기 위해 나가야 했었다. 팀장은 박형사와 조형사 그리고 다른 직원들까지 현장으로 나가라고 지시를 했다. 동시에 경남경찰청 과수대에도 연락을 했다. 관광도시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 것은 올해 처음이었다. 그것도 신고자의 말에 의하면 사방이 트여있는 곳에서 마치 보란 듯이 살해를 했다는 것이다. 요즘 정신이상자가 많다고 하더니 이곳까지 내려온 것이 아닌가 하고 박형사를 생각했다. 생각보다 간단하게 해결할 수도 있는 사건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그곳에 CCTV 가 한두 개도 아니고 대부분의 이동동선은 모두 확인이 가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