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살인 01-2

어떤 사람은 죽을 이유가 있어서 죽는다.

저출산이라는 시대에 박형사는 최근 둘째가 태어나서 남다른 행복을 느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강력사건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몇 날 며칠을 집에 들어가지 못하는 날은 많지가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인해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지구대에서 나간 경찰들이 가해자를 쫒고는 있지만 아직 잡았다는 소식은 듣지는 못했다. 사람을 나누어서 피해자가 실려간 병원의 응급실로 보내고 조형사와 함께 현장으로 가고 있는 박형사는 못내 복잡한 심경으로 해가 저물어가는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형님 무슨 생각하십니까."

"아 아니야. 그냥 둘째 생각하고 있었어."

"맞다. 지금 형수님 산후조리원에 계신다고 했죠."

"응 뭐 어쩔 수 없지. 그건 그렇고 병원에 간 피해자는 어떻게 됐대?"

"이미 현장에서 과다출혈로 가망이 없었다고 하던데요."

"이제 살인으로 보고 수사해야겠네."

"이 신호만 지나면 현장이에요."

박형사는 주차한 차에서 내려서 현장으로 걸어서 들어갔다. 방조제 끝에 자리한 연필 모양의 등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인증숏을 찍기로 유명한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박형사는 핏자국이 처음 보이기 시작하던 곳에서 웅덩이를 만들 정도까지 마지막으로 절명을 한 곳까지 거리를 재어보았다. 10미터가 약간 넘는 거리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이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건 뭐 원한에 의한 것인지 대낮에 이런 사건이 일어난 거 본 적이 있으세요?"

"나도 여기로 와서 처음 보는 사건이야."

"피해자 신원은 나왔나?"

"예 주머니에서 지갑과 신분증이 나왔는데요. 진남 초등학교 수학교사라고 합니다."

"진남 초등학교?"

"예 진남 초등학교라고 하던데요. 아참 형님 큰 딸이 진남 초등학교 다닌다고 하셨죠?"

"이름이 뭔데?"

"고경석이라고 하던데요."

"고경석? 그 교사 우리 애 담임인 거 같은데."

"진짜요?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대요."

박형사는 우연한 기회에 딸을 데려다주면서 담임과 마주쳤던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다. 서글서글한 얼굴에 친절한 말투로 인사를 했던 그 사람이 누군가의 원한을 살 것 같지는 않았다. 가끔씩 딸에 대한 이야기를 편지를 써서 보냈다는 이야기를 아내에게 들었는데 다른 교사들보다도 상당히 다정다감하고 담임선생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했다는 이야기를 전달받았기에 예상조차 하지 못했다."

"나는 학교로 가볼 테니까 조형 사는 병원에 가서 사인과 알아볼 것좀 알아보고 특별한 것이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

"예 여기는 어떻게 하죠?"

"사진 충분히 찍어두고 현장보존한 다음에 과수대가 오면 넘겨."

"예 알겠습니다."


한 사람의 몸이라는 것이 온전하게 그 사람이 조정할 수 있는 것인가. 때론 자신이 자신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느낄 때는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그런 문제에 접했을 때이다.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을 때가 대부분이다. 여정은 그런 것을 요즘에 많이 느끼고 있었다. 자신의 정신과 몸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면서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함께 많은 것들에 대한 고민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있었다.

"여정아.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고 있어."

"아 아니야. 그냥 이런저런 잡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왜 뭔데? 뭐가 그렇게 고민이 되는데?"

"아냐 뭐 나 그렇잖아. 혼자 쓸데없는 생각 많은 거 말이야."

"그래! 요즘 너 같지 않았어. 너다운 모습이 있잖아."

"요즘 나 답다는 것이 뭔지 잘 모르겠어."

여정은 요즘 자신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속에 무언가 빠져 있다는 것을 느낄때가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가면서 점점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일에 휘말릴 수도 있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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