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를 지향하는 청주시의 2024 직지문화 축제
사람들이 어떤 소비를 한다는 것은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기능적인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어떤 대상에는 과도하게 지출을 하더라도 만족도를 느끼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이 기반에는 이야기가 있으며 문화가 있다. 문화기반 없이 고부가치의 상품을 만들기란 어렵다. 모든 사람에게는 모두가 소비하고 싶은 대상이 있으며 그 대상은 문화적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가치가 창출이 된다.
다음 달인 9월에 열리게 될 2024 직지문화축제에 미리 방문을 해보았다. 청주는 직지의 고장이기에 직지문화특구가 조성이 되어 있고 2024 직지문화축제는 청주고인쇄박물관 일원에서 열리게 된다.
사실 청동기 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은 대다수의 사람들과 구분되는 무언가를 가지려고 했던 욕망이 있었다. 청동기시대에는 청동으로 만든 다양한 물건들을 보유하려고 했었으며 문명이 확산이 되면서 그 대상은 책으로 바뀌었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에서 한국에 온 담당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구텐베르크 박물관은 독일 소도시 마인츠에 자리하고 있다. 영어로 설명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악센트가 상당히 강해서 마치 독일어로 설명을 듣는 것만 같았다.
1,440년경, 뛰어난 금속세공 실력자인 구텐베르크는 세상을 변화시킬 발명을 위해 그의 작업장에 함께 했던 금속세공인들에게 맹세를 받아가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시작한다. 과거 성경 한 권은 한 사람이 3년 가까이 걸려서 쓸 수가 있었다. 한 사람의 노동력으로 만들어진 그 책을 누구나 가질 수가 있었을까. 귀족이나 종교와 관련된 사람이 아니면 보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파리시에서 약 500㎞ 떨어진 옛 신성로마제국의 땅이자 서 라인강을 끼고 독일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프랑스 7대 도시 스트라스부르는 유네스코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4월 23일)을 기념해 매년 선정하는 '2024 세계 책의 수도(World Book Capital)'이기도 하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등 유럽이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 이면에는 인쇄 기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다. 아이러니하게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했던 것은 가톨릭 교회의 면죄부 대량 인쇄였다.
'2024 직지문화축제'가 9월 4일부터 8일까지 충북 청주시 직지문화특구 일원에서 열리는 올해에는 '직지, 즐거운 놀이'를 주제로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 '직지'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즐길거리와 볼거리·먹거리를 만나볼 수가 있다.
이번 축제는 플레이파크, 뮤지엄파크, 콘서트파크, 피크닉파크 등 4개 공간으로 나뉘어 펼쳐지게 된다. 국제기록유산센터, 금속활자전수교육관, 고인쇄박물관 주차장에 마련된 '플레이파크'에서는 직지 복본 및 디지털 북 직지 전시, 제정 20주년 유네스코 직지상 수상기관 특별전(인도네시아 국립도서관), 금속활자장 주조 시연, 나만의 장서인 만들기 체험, 직지 키링 만들기, 청주국가유산 모형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
고인쇄박물관 광장과 차 없는 거리의 '피크닉파크'에서는 시민콘텐츠 공연, 버스킹, 랜덤플레이댄스, 직지큐브대회, 직지골든벨 등을 푸드트럭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직지라는 인쇄기술로 만들어지는 불교 책자는 청주 흥덕사(소실)에서는 고려 우왕 3년 때인 1377년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약칭 직지)'이 금속활자로 간행됐다.
독일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보다 78년, 중국의 '춘추번로'보다 145년 빠른 현존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이다.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콘서트파크로 조성된 청주예술의 전당 광장에서는 매일 오후 7시마다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진다. 1200석 규모의 무대에 박서진, 영기, 안성훈, 육중완밴드, 박현빈, 강화정, 정동하, KCM, 뉴진스님(윤성호) 등이 오를 것이라고 한다.
직지는 19세기말에 주한프랑스공사였던 꼴랭 드 플랑시가 조선에서 수집한 여러 유물 중 하나로, 프랑스로 가져가 1900년에 개최된 파리 만국박람회 때 한국관에 처음 전시하면서 알려졌다.
필자는 사람들이 인쇄 등으로 만들어진 책의 가치를 알게 된다면 더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항상 가지고 살아간다.
풍요로운 세상에서 그 어떤 것보다 더 큰 가치가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게 된다. 그것이 온전한 자신만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에 그렇게 전해져 왔던 금속활자에 대한 기술을 재현하는 곳에서 설명을 들으면서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가 있었다.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에도 달라지지 않는 것은 바로 가치기준을 어떻게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그것이 바로 문화의 힘이다.
인쇄기술로 만들어낸 다양한 지식들이 있지만 그 자체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은 많지가 않은 요즘 결국 지식이 명품을 만든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엄숙한 표정을 짓고 있는 구텐베르크가 "Et la lumiere fut"(그리고 빛이 있었다)라는 창세기 구절이 활자로 찍힌 종이를 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구텐베르크가 살았던 시대보다 더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2024 직지문화축제
9월 4일(수) ~ 8일(일)
청주직지문화특구 일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