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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Sep 07. 2024

청주읍성 큰 잔치

청주성 탈환 432주년을 맞아 열린 청주에서 열리는 잔치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지, 임금이 임금답지 못하고 신하가 신하답지 못하면 아무리 곡식이 있더라도 내가 먹을 수 있으랴?' 이 말은 조선왕조 실록에 딱 한 번 언급되었던 내용이라고 한다. 궁궐에서 늙은 선비를 흉내 내는 놀이를 하다가 '전하는 요, 순과 같은 임금이시고 저는 고요와 같은 신하인데, 요순은 항상 나오시는 성군이 아니지만 고요는 언제든지 있을 수 있는 신하입니다'라고 연산군을 띄워주었다. 그리고 저 말을 한 덕분에 인생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청주는 역사의 도시이기도 하면서 교육의 도시로 알려진 곳이다. 청주성 전투야 전에 시나리오를 쓰면서 찾아보았기에 잘 알고 있었는데 육지에서 왜군에게 승전한 가장 첫 전투로 기록이 되어 있다. 그 전투 이후로 모두 금산에 가서 몰살을 당하게 된다.  

올해 열리는 청주읍성 큰 잔치는 청주성 탈환 432주년을 맞아 9월 6일부터 9월 7일까지 청주 중앙공원에서 열리는 축제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의병과 승병들이 주도한 연합군이 처음으로 성을 지켜낸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시민참여형 역사. 문화 축제이기도 하다.  

축제 첫날에는 의·승병 추모 씻김굿을 시작으로 개막식이 펼쳐졌으며 개막식 무대는 청주시립무용단과 KBS어린이 합창단, 일렉트론 연주자 한지연 등의 축하 공연이 열렸다. 7일에는 청주읍성 시민 퍼레이드가 진행되며 신명 나는 농악한마당 공연과 함께 옛 청주 읍성 터 거리를 행진하며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의 청주 읍성 탈환 전투를 재현한다.

다양한 체험 중에 해본 경험이 있다고 해서 가야금이 먼저 눈에 뜨인다. 몇 년을 쉬었더니 그간의 기억이 모두 사라진 듯이 감이 잘 오지 않는다.  

미니 가야금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여러 사람이 체험해 볼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사실 미니 가야금은 폼이 좀 나지 않는다.  

청주문화원의 시민동아리 공연, 전통 줄타기 공연, 망선루의 밤, 고려음식 체험, 호드기, 한궁, 도장전각, 가훈 쓰기, 가죽공예, 한복 체험, 시민장기자랑, 팔씨름대회 등 다양한 볼거리도 볼 수 있었다.  

한복 패션쇼, 의·승병 성탈환 퍼포먼스, 그때 그 시절 (7080 레트로) 퍼포먼스, CHEER UP! 청주읍성!, 망선루의 밤, 씨름 등 다채로운 공연과 체험행사(어린이 백일장, 도장(전각) 체험등과 함께 시민이 즐기는 자리가 마련이 되었다.  

도시의 중앙에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요즘에는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공원이 큰 무게를 가지면서 도시를 여행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다.  


7일에는 특히 민속공연이 주를 이뤘는데 이날의 공연은 영화 왕의 남자를 연상케 했다. 줄에 올라타서 하는 공연으로 백성들에게 어필하는 그런 장면들 때문이었다. 

영화 왕의 남자는 먹고살기 위해 한판 놀아라! “왕을 가지고 노는 거야! 개나 소나 입만 열면 왕 얘긴데, 좀 노는 게 뭐가 대수야?” 조선시대 연산조. 남사당패의 광대 장생은 힘 있는 양반들에게 농락당하던 생활을 거부하고, 자신의 하나뿐인 친구이자 최고의 동료인 공길과 보다 큰 놀이판을 찾아 한양으로 올라오면서 펼쳐지는 내용이었다.  

평소에 접근하지 못했던 역사적인 공간도 이날은 열려 있었다. 낮부터 저녁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자리였다. 

왕의 남자에서 연이은 연회에서 광대들은 여인들의 암투로 인해 왕이 후궁에게 사약을 내리는 경극을 연기하고, 연산은 같은 이유로 왕에게 사약을 받았던 생모 폐비 윤 씨를 상기하며 진노하여 그 자리에서 선왕의 여자들을 칼로 베어 죽게 한다.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면서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아쉽게도 악력왕 선발대회는 필자가 이곳에 오기 전에 끝이 났다. 한 번쯤 해봐야 아직도 나이가 창창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이 든다. 

'광대'라는 단어의 원래 한국어 의미는 판소리의 소리꾼을 비롯한 소리패와 사당패를 뜻했었다. 그렇지만 귀족이나 왕가에 소속된 광대는 박식하거나 음유시인 수준으로 말재간이 뛰어난 자들이 맡았다.

읍성의 가장 큰 잔치를 보면서 우리는 역사를 기억하고 과거 속에서 미래를 찾기도 한다. 대다수가 살기에 좋은 나라를 꿈꾸는 마음이 다수다. 그렇기에 우리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잔치를 하면서도 누군가를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올해 청주읍성 큰 잔치는 이렇게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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