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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Oct 04. 2024

채색되는 배론성지

시대적 변화라는 것은 한 번에 오지 않는다. 

지금은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은 과거에는 그렇지 않은 것들이었다. 한 사람의 가치관은 그 사람만의 생각이 아니라 시대적으로 생각되도록 만들어진 것들도 적지 않다. 지금의 70대 이상 세대들은 현재 결혼을 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2030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선택의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의무의 영역으로 생각되고 강요되기도 했다. 

제천이라는 도시에는 10 경이 있는데 제1경 의림지, 제2경 박달재(백운면), 제3경 국립공원 월악산(한수면 일대), 제4경 청풍문화재단지 및 호반(청풍면), 제5경 금수산(금성면 일대), 제6경 용하구곡(덕산면), 제7경 송계계곡(한수면), 제8경 옥순봉(수산면), 제9경 탁사정(봉양읍), 제10경 배론성지(봉양읍)이다.

제천 10 경이기도 한 배론성지는 수많은 정치인이 오는 것은 그만큼 천주교역사에서 의미가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천주교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조선 후기에 수많은 교도 들어 배론으로 모여들어 살기 시작했다. 1801년 황사영이 이곳에서 숨어서 백서를 쓰기도 했는데 그 해에 능지처참을 당했다. 

제천 배론성지 경내에 종교 시설로 순교자들의 집, 성요셉 성당, 황사영 순교 현양탑, 사제관과 경당, 최양업 신부 기념 성당 외 많은 부속 건물들과 봉쇄 수녀원이 자리하고 있다. 

어떠한 종교나 사상, 관점이 시대적으로 바뀌는 것은 쉽지가 않다. 태어나서 부모나 성장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게 되면 그 생각이 고착화되게 된다. 수백 년을 이어온 국가의 정신이 쉽게 바뀔 수가 없었다. 조선 후기 천주교는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이었다. 

배론성지는 특히 가을에 다양한 단풍나무가 채색되면서 방문자들이 늘어나는 제천의 여행지이기도 하다.  산림청이 지난 23일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하는 참나무류와 단풍나무류, 은행나무의 단풍 시기를 담은 '2024 산림단풍 예측지도'를 발표했다.

수종별로 다르겠지만 보통 10월의 마지막 주가 수종별 단풍 절정시기를 맞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론성지∼팔왕재∼박달재 정상을 잇는 7.8㎞ 구간에 숲길을 조성하는 성지순례길도 제천시에서 추진하고 있다. 

배론성지는 일부 나무들은 가을에 물들 채비도 하고 있었다. '배론'은 마을 계곡이 '배 밑바닥을 닮았다'라고 해서 유래한 이름이다. 황서영이 쓴 백서는 박해로 폐허가 되고 어려움에 처한 조선교회의 현실과 신유박해 때까지 이뤄진 조선 조정의 천주교 탄압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다. 그렇지만 백서에는 자신들의 종교의 자유를 위해 조선을 군사를 이끌어 정복해 속국으로 만들어달라는 내용이 있었으니 조선 조정에서 더욱더 핍박할 이유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모든 생각에는 균형이 필요하다. 어떤 것들은 무조건 옳은 것도 아니고 무조건 틀린 것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자신이 살아온 방식을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주장하기도 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스스로가 좋은 말을 만들지는 못하니 종교등에 의지해 다른 사람에게 그런 말을 강요하기도 한다. 

1855년(철종 6년)에서 1866년(고종 3년)까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교육기관인 배론 신학교가 소재했던 지역인 배론성지를 직접 가보면 알겠지만 산속에 묻혀 있는 포근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여서 도자기를 굽고 같은 신앙을 가지고 살았던 터이기도 하다. 

우리의 정신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는 없다. 세상의 수많은 존재들 중에 어떤 것은 아름답게 물들기도 하고 어떤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볼품이 없어져간다. 가을에 물들어 아름답게 채색될 수 있는 그런 길을 가기 위한다면 어떤 것에 물들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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