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살고 싶다
도준
"이건 냉동 살인도 아니잖아?"
"그런데 깔끔하게 죽은 것이 이상했나 봐요."
"그러게 왜 이런 외진 곳에 시체를 유기했지?"
"만약 같은 사건이라면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었나 보네."
"사망 추정시간은 5일 전쯤이랍니다."
"아이 진짜! 진형사 폴리스 라인 잘 관리하라고 했잖아. 저 사람 뭐야?"
"아 예 죄송합니다. 여기 들어오시면 안돼요."
뭐가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 죽으면 한 번이라도 보려고 슬금 거 린다. 물론 이 주변에 모여든 사람을 찍어두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다. 어떻게 발견되었는지 증거가 무엇이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범인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왜 이곳에서 살인 발생했는지 궁금하고 혹시 집값이라도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한다. 기자들은 뭐라도 하나 건질까 봐 두리번 거리는 것은 여전하고.
"참 선배님. 서울청에서 프로파일러 보냈다고 하던데요."
"누가 그래?"
"아까 팀장님이 전하라고 했습니다."
"달갑지도 않은 사람을 보내고 그래."
"그래도 잘 협조하랍니다. 그리고 인터넷이나 SNS 등에 'ICE M'이라고 퍼져나가고 있던데요?"
"아이스 엠? 그게 뭔데."
"냉동 살인자의 줄임말 같은 거죠."
"살인해서 냉동했다는 거 누가 흘렸어?"
"모르겠어요. 그래서 냉장고 큰 것을 집에 들여놓는 사람을 조심하라는 둥. 아이스크림 창고를 조심하라는 둥의 그런 이야기가 퍼져나가나 봐요."
"사람들이란..."
"안녕하세요. 서울청의 민시현 경위입니다."
"아~ 그 프로파일러라는 분?"
"예. 업무 협조차 이번 사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프로파일러는 미국이란 유럽같이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곳에서나 유용하지 아직 감이나 엄청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한 한국 살인사건 조사에서는 생각만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부분 주변 지인들에 의해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때문에 주변을 캐는 것으로 사건의 50% 이상은 해결이 되는 편이다. TV 시사프로에서 경찰대학교 교수나 자문단 등이 조언해주고 그러면 그것이 신빙성 있게 보일 뿐이다.
"뭐 좀 알아낸 게 있어요?"
"지금 현장에 와서 보고 있는 중이에요."
"그래요? 나이 35세. 이름은 이은애이고 서대문구 쪽에 살고 있어요. 부모님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 한 뒤 어머니가 구리 쪽에 살고 계시고 아버지는 지금 알 수 없는 상태고요."
머지 이 여자? 사체가 발견된 것이 조금 되었다고 하지만 어떻게 이것까지 알아낸 거야.
"프로파일링 그런 것은 아니고요. 지문을 제가 조금 일직 사진으로 전송받아 경찰 DB와 비교해서 알아낸 거예요. 그냥 일찍 일어나는 새가 일찍 벌레를 잡은 셈이죠."
"그 벌레는 안타깝게도 일찍 일어난 죄로 죽은 거고요."
"지금 견제하시는 거요?"
"아니요.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그리고 더 알아낸 것은 있나요?"
"아직 없어요. 정보가 그다지 많지는 않더라고요."
진형사보다 3~4살 정도 많을 라나? 경찰대 출신인 듯하다. 저 나이에 프로파일링 교육까지 받으려면 미국 등에 갔다 왔을 가능성이 큰데. 앞으로 좀 피곤해질 것 같은 불안한 예감이 든다.
"제가 보는 이 피해자는 차 속도가 조금 늦춰졌을 때 아스팔트가 아닌 모래등에 스스로 떨어진 것으로 보이네요. 우선 타박상이나 상처부위를 볼 때 1차 상처는 차에서 떨어질 때 발생한 것 같습니다. 승용차가 아닌 SUV 같은 차랑에서 떨어진 것 같아요."
"박형사님도 거기까지 추론하셨군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일반적으로 승용차였다면 트렁크에서 몸을 확 던지기에는 힘들었을 거예요. 발을 먼저 땅에 대면서 내리려고 했을 텐데 이 피해자는 어깨와 등부위에 타박상이 있는 것을 보면 온몸으로 먼저 떨어진 것 같아요."
"그럼 물어볼게요. 왜 죽였을까요?"
"흠 범인은 지금의 스타일대로 잘 죽여왔어요. "
"잘 죽어요?"
"아니요 살인 스타일에 일관성이 있었다는 거죠. 그런데 무엇 때문인지 이 피해자는 마취가 충분하게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트렁크에 실리게 되었고 중간에 눈을 뜨게 된 거죠. 그리고 밧줄을 풀고 트렁크를 열고 탈출하는 것을 쫒아가다가 죽이게 된 거죠. 누군가 볼까 봐 이곳에 방치한 거고요."
"밧줄을 풀었다를 너무 쉽게 생각하시네요?"
"묶여 있던 것이 사실 아니에요? 이 손목이나 발목에 밧줄흔이 남아 있는데요."
"아마 이 피해자는 우연치 않게 아주 작은 칼날이 있는 그런 걸 가지고 있었을지 몰라요. 평소의 범인이라면 몸이나 손을 비틀어서 뺄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묶지 않았을 거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주변에서 그런 칼을 발견했나요?"
"아니요. 아직 못했어요. 그리고 이 피해자를 보고 생각난 건데. 이 피해자 원래 대상자가 아니었을지도 몰라요."
"그럼 범인이 잘못 죽였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예 그럴 수도 있다는 거죠. 죽일 의도가 없었던가 어떤 사람과 바뀌어서 납치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지금까지의 다른 희생자들을 보면 옷이나 액세서리를 온전하게 달아둔 채 남겨두었거든요."
"예 그래서 이 범인은 강간이나 성적인 취향과 다르다는 것을 증명하는 건가요?"
"다른 피해자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의 외모나 액세서리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사실입니다. 액세서리도 적어도 준명품은 하고 다녔죠. 그런데 이 피해자는 크루치아니 팔찌 두개 정도만 하고 있어요. 만약 범인이 이 피해자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을 없애버리고 싶었다면 귀걸이나 목걸이뿐만이 아니라 이 팔찌도 없앴을 거예요."
"그럼 뭐예요. 가난해 보이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았다는 건가요?"
"아닙니다. 이 범인은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범죄적 폭력의 잠재적 가능성이 어린 시절 가족 사이의 외상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리고 그것은 외모나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특정 여성에게 분노를 표출한다는 것"
"지금 프로파일링 하시는 거예요? 섣부른 판단 같네요."
"아직은 그럴 수도 있고요. 아무튼 이 피해자는 범인이 생각했던 대상은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은애
시속 몇 킬로미터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뛰어 내려야 한다. 아스팔트 구간을 지나 모래가 있는 곳이다. 어설프게 발을 내밀어 봤자. 발만 다칠 것 같다는 느낌이다. 충격을 분산하기 위해 온몸으로 뛰어내려 여러 번 구르면 도망칠 수 있을 정도의 상태가 될지 모르겠다. 마침내 뛰어내렸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를 만큼 여러 바퀴를 돌았다. 재빨리 일어설 수 있는지 가늠해 봤다. 다행히 어디 골절이 된 것 같지는 않다. 팔꿈치가 상당히 저려오기는 했지만 도망치는데 있어서 그다지 문제가 될 것 같지는 않다.
도준
"진형사. 이곳으로 오는 CCTV 모두 확인해보고 특히 SUV위주로 확인해봐. 그리고 트렁크가 조금이라도 열렸다던가 하는 것을 주의 깊게 보라고 일선 경찰들에게 요청하고."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진형사님 지문 감식 결과 나왔으니까. 피해자의 직업, 어머니와의 관계, 친구관계, 애인, 친구와의 애인관계, 경제상태 등도 같이 조사해줘요."
"민 경위님... 아니다."
"뭐예요?"
"아니에요. 우선 이 반경으로 목격자가 있었는지 찾아보기나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