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왜 더러워야 하나.
국가의 정치는 무척 중요하지만 삶에 찌들어서 혹은 관심이 없어서 외면한다. 그리고 국가는 특정 선동가들에 의해 좌지우지되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에서는 민주정체가 전복되는 이유를 아래와 같이 보고 있다.
"과두 정체로의 이행, 민중이 민중 선동가들의 사주를 받아 부자를 박해하면 부자들은 민주정체에 맞서 단결하게 된다. 참주 정체로의 이행, 옛날에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났는데 당시에는 민중 선동가들이 동시에 장군이었다. 많은 공직자들에게 너무 큰 권한이 위임되어 있었다. 도시들은 작고 농촌 주민들은 생업에 바빠 여념이 없었다. 옛날의 온건한 민주정체가 극단적인 민주정치로 바뀌었다."
특별시민의 서울시장 선거는 일명 막가파 정치의 끝판을 보여준다. 현실 정치가 영화 특별시민의 정치보다 깨끗하지 않지만 조금 더 인간적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국민들에게 있다. 특별시민은 서울시장의 유력 후보인 변종구와 양진주의 선거팀으로 들어간 박경과 임민선을 통해 그 더러움에 물들어질 수 있는지를 그련고 있다. 특히 변종구 선거팀에서는 사소한 분쟁이라도 최고 권력을 가진 자들 사이에서 발생하면서 큰 파장을 몰고 오는 것을 제삼자의 시각으로 보게 된다.
정치가 더러워지는 것은 시작 단계의 잘못에 있다. 시작 단계의 잘못은 작다 해도 나중 단계의 모든 잘못을 합친 것과 맞먹는 것이다. 그래서 그 잘못을 감추기 위해 더 큰 잘못을 하고 그 과정에서 더러워진다. 시작이 반이라는 것은 그만큼 시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시작하는 순간 반을 채운다. 그것이 모든 일의 시작점이다. 힘들게 나머지 반을 바꾸는 것보다 시작을 잘하는 것이 더 쉽다.
대한민국 선거 중에 대통령 선거 다음으로 가장 큰 선거는 1,000만 명이 모여사는 서울시장 선거다. 대선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다.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는 국회의원보다 더 매력적인 서울시장은 서울이라는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국에 영향을 미치는 유일한 지역이다.
특별시민의 내용은 선거의 시작에서 끝이 전부다. 겉으로는 깨끗한 이미지를 만들고 속으로는 곪아가는 그들의 삶 속에 정치가 가진 선의 이면과 악의 추악한 면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선이 가진 면은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영화를 보면 정치는 그냥 더러움 그 자체다.
사실 정치인을 더럽게 만드는 것은 유권자에게도 책임이 있다. 언론이 휘두르는 대로 휩쓸려 가고 만들어진 이미지 속에 숨겨진 이면을 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관심은 더 최악의 정치인을 만들어낸다. 그러고 나서 정치인을 욕한다. 정치인은 특정 계층이나 사람에게 이득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이득에 의해 사람을 뽑으려고 한다. 영화 속에서 홍보 역할을 맡았던 박경은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독 법조인 출신들이 정치인이 많은 이유는 분명히 그들의 권력욕에 있다. 특히 검사 출신들의 국회의원들이 많은데 이는 그들의 야욕을 넘어선 탐욕에 기인한다. 그들의 법조계에 일하고자 하는 이유는 법은 공식적으로 휘두를 수 있는 칼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법은 국민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야욕을 채워주기 위한 방법이자 수단으로 이용이 된다. 그렇기에 그들의 카르텔로 인해 썩어간다.
가장 깔끔하게 정치판에서 빠져나온 양진주 선거팀의 임민선은 정치가 굳이 더러울 필요가 없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이다. 정치와 법은 묘하게 닮은 점이 많다. 법정은 세 가지 요인으로 차이가 난다. 어떤 사람들 중에서, 무엇에 관해서, 어떻게가 그것이다. 한정된 계층에서 뽑을 것이냐 전 국민에서 임명할 것이냐, 무엇에 관해는 얼마나 많은 것을 다룰 것이냐고 어떻게는 투표로 할 것이나 특정인에 의해서 뽑을 것이냐를 의미한다. 정치는 투표권 행사 차원을 넘어 충분히 많은 고민을 할 필요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