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불허전 톰 크루즈의 매력
톰 크루즈가 미이라에 등장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만큼 그가 배역을 맡은 것은 의외였다. 예전 미이라 시리즈에서 브랜든 프레이저가 심어놓은 이미지가 컸던 탓도 있다. 그런 우려도 잠시 영화를 감상하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역시 믿고 보는 톰 크루즈구나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톰 크루즈는 항상 위기 끝에 지구를 구하던지 나라를 구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그런 그가 그냥 돈 좀 밝히고 때로는 기회주의자로 적당하게 살아가는 정찰 부사관으로 등장한다. 그런 그가 막강한 힘을 가진 미이라 아마네트에 맞서서 인류를 구할 수 있을까.
미이라 아마네트의 한 가지 약점이 있다면 그녀의 매력을 너무나 자신한 나머지 선택만 하면 모든 남자가 그녀에게 빠질 것이라는 착각 정도다. 아마 닉 모튼의 정체성이 확실하게 구축이 되어 있었다면 아마네트에게 빠져 세상을 저버렸을지도 모른다. 생각 외로 닉 모튼은 복잡한 캐릭터다. 사악하고 기회주의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착한 내면이 숨겨져 있다. 그 착한 내면을 일깨워주는 것은 역시 한 여자였던가.
미이라가 가진 매력은 잘 살리면서 톰 트루즈가 가진 장점을 잘 녹이면서 영화의 매력이 배가가 되었다. 미이라가 이집트에만 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뒤틀고 거기에 중세시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십자군 이야기를 적당히 넣었다. 십자군 원정 당시 이집트나 이슬람의 유물의 상당 부분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명예를 위해 시작했다는 십자군 전쟁은 추악한 원정과 담합이 뒤에 숨겨져 있었다. 다행인지 모르지만 그들이 고대 유물을 훔쳐오는 바람에 아마네트가 고생 좀 하게 된다.
정찰을 핑계 삼아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암시장에 물건을 팔아오던 닉은 과거 5,000년 전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 흔적은 이집트 죽음의 신인 세트와 거래한 아마네트를 봉인한 것으로 발견하지 말았어야 하는 것이었지만 호기심이 왕성하신 닉 모튼은 그녀를 깨우는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한 짓이 있는지라 선택받은자(세타파이)가 되어 운명의 굴레를 쓰게 된다.
영화는 불멸에 대한 유혹, 선, 악, 인간, 인간이면서 다른 모습을 가진 남자, 인간과 괴물의 경계를 과하지 않게 잘 표현해냈다. 수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절대존재 아마네트는 자신이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기 위해 현세로 다시 돌아온다. 영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영화가 Dark Universe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리부트 작품이긴 하지만 다른 방향을 보고 접근한 작품이다.
미이라는 원래 보지도 않고 뒷발질에 일이 해결되는 영화라 개연성이 없는 스토리에 깊게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도굴범이지만 닉이 선택된 자가 된 것은 그냥 우연이고 그 후에도 어찌어찌하다 일이 해결된다. 소피아 부텔라가 맡은 막강 아마네트가 그 힘을 조금 더 보여줄 수 있었다면 영화의 매력은 더 커졌을 텐데 아쉬운 대목이다.
여러 설정이 섞인 결과 조금 뒤죽박죽이 되긴 했지만 그냥 여러 가능성을 본 것과 톰 트루즈의 연기가 잘 녹아든 작품으로 만족할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