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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도라

열지 말았어야 했을까.

평소에 원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전기를 생산하는데 원전의 비중이 상당히 높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러나 국민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보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에너지가 훨씬 더 많다. 원자력이 가진 강력한 에너지는 무척 달콤하지만 그 달콤한 뒤에는 열지 말아야 했을 정도의 강력한 독약이 숨겨져 있다.


납이나 탄소처럼 작은 핵에서는 핵력이 워낙 강해서 양성자들을 서로 밀쳐내는 전기력이 핵 속에 숨겨져 있어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라늄과 같은 정말로 거대한 핵에는 중성자가 들어감으로써 핵이 진동하고 시작하고 진동이 격렬해지면서 원자핵 내부의 전하는 파편들은 빠른 속도로 흩어지게 된다. 우라늄 핵 폭발은 그렇게 자발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한다. 공식에 의하면 우라늄은 빛의 속도의 제곱에 의해 450,000,000,000,000,000배 단위의 에너지로 전환된다.


불길한 발견이었다. 그리고 현대사회는 완벽한 통제를 하고 있다는 착각 아래 원자력을 이용하고 있다. 사실 운에 기대는 것이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지구가 아무런 문제 없이 가만히 있는다는 가정에서나 가능하다. 한국이 원자력 발전소를 쉽게 폐쇄하지 못하는 데에는 원자력의 강한 에너지 방출이 끝없기 때문이다. 한번 폐쇄하면 상당한 비용을 꾸준하게 투입해야 하지만 전기는 생산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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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위급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비상대응 매뉴얼이 과연 있을까. 세월호 같은 배 하나 침몰할 때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는데 국가 최대 비상사태를 만들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매뉴얼이 있을 턱이 없다. 그냥 하던 대로 봉쇄선을 만들고 1,2,3,4 단계 등의 매뉴얼이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에 대한 가상 시나리오일 뿐이다. 판도라는 그런 상황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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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원자력 발전소뿐만이 아니라 방사선의 에너지를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다. 전기가 항시 공급되어야 하는 비상등에는 방사성의 트리튬을 표시등 안에 설치하고 병원의 PET는 환자들에게 방사성 동위원소를 들이마시게 하여 원자의 핵을 특정 부위에서 붕괴시킨다. 줄어든 질량에서 나온 에너지가 몸 밖으로 방출되면서 기록된다. 암 치료를 위해 사용되는 방사성 코발트는 핵이 파괴되면서 생성되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암세포의 DNA를 파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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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생동안 방사성 물질을 마시고 살아간다. 원자력 발전소가 아닌 다른 곳에서 가이거 계수기를 가지고 있다면 숫자가 표시될 것이다. 방사성 물질에 피폭이 되면 모든 생명체는 빠르게 DNA가 파괴되면서 그 생명력을 잃어간다. 특히 인간같이 유약한 생명체는 방사성에 취약하다. 판도라에서 그 물질에 피폭되어 빠르게 생명력이 잃어가는 사람들을 잘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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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상에 매장된 우라늄 원자의 나이는 45억 년이 넘는다. 아주 오래전에 아교같이 강한 핵력으로 묶여 있는 우라늄은 이제 우리 실생활에서 꼭 필요하다는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활용되고 있다. 단 하나인 여분의 중성자로 인해 안정을 깨뜨리며 질주하는 중성자 파편이 에너지로 분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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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쩌면 보지 않아야 할 것을 보고 열지 않아야 할 것을 여는 바람에 더 큰 대가를 치를 그 날을 앞당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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