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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n 19. 2017

김광석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인간적이다. 

친구를 그리워하고 때론 가족을 그리워한다. 사람은 만나면 반드시 헤어지지만 좋은 만남은 그리움을 남긴다. 최근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진 가수와 달리 옛날 가수들은 그리움을 남겼다. 그중에 대구에서 태어난 김광석은 그리움을 남겼던 가수중 하나로 대구 대봉동 신천대로 둑길을 따라 350m의 길에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조성되어 있어 가끔씩 그에 대한 그리움을 채울 수 있는 곳이다. 


6월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뒤편에는 김광석을 조금 더 가까운 곳에서 만날 수 있도록 스토리하우스가 개관하였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사랑했지만 등의 서민적이고 친근한 노래로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김광석은 대구에서 태어났고 그 일대에서 자라났다. 

김광석을 그리며 노래를 음미하며 걷는 이 길에는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벽화로 남겨져 있다. 소주 한 잔을 마시며 듣기에 좋은 김광석 노래는 벽화로 재해석되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 그려져 있다. 삶이 퍽퍽해질 때 큰 위로는 아니지만 잠시 삶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김광석이 있는 이 길에는 추억을 나누기에 좋은 카페나 공방, 옷집, 소품 가게들이 즐비하다.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며 어떤 때 쉼이 필요한지 알고 멈추는 일이 중요한지 다시 보게 된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봄이 왔고 이제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오늘도 새롭지만 함께해주는 선물 같은 사람들이 있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는 이곳에서 찍어주는 사진으로 김광석 스토리하우스에 왔다는 흔적을 남겨볼 수 있다. 김광석을 그리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에서 추억을 남겨볼 수 있다. 

김광석이 거주했던 그 공간이 재탄생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에서 '그리기'는 김광석을 그리워하면서 (miss) 그리다 (draw)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김광석의 시간은 끝났지만 새로운 바람처럼 그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지상 2층, 지하 1층(연면적 181㎡) 규모로 만들어진 이곳에는 가객(歌客) 김광석의 자필 악보와 수첩을 만날 수 있고 김광석의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영상존 및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뮤직존이 있다. 입구부터 1층, 2층에는 김광석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사진 촬영 명소의 역할도 하는 곳이다. 

1996년 32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음악은 우리 곁에 남아 있다. 김광석의 촉촉함이 남아 있는 노래에는 아련한 노랫말이 있다. 20대의 젊은 나이이지만 김광석의 대표곡 '서른 즈음에'와 일어나’를 들으면서 눈을 감거나 그의 음색에 빠져서 가사를 다라 부르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지나간 시간은 항상 아쉬움을 남긴다. 그리고 가수는 그런 아쉬움을 담아서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김광석 노래 중에서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불러본 노래는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다. 서른이 언제였는지 기억이 되지 않을 만큼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노래 덕분에 아직도 서른을 기억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는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 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 (중략) /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 (중략) /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노랫말 한가락에 위로받고 힘을 받은 중년들도 적지 않지만 대구의 김광석 거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수많은 청춘들에게도 위로가 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메말라 가고 있는 논에 단비가 필요한 것처럼 메마른 영혼에도 단비 같은 음악이 필요한 때이다. 

어떤 기억 속에는 꽃을 넣어두기도 하고

어떤 기억 속에는 음악을 담아놓기도 한다.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꽃과 음악이 함께하는 김광석 스토리 하우스는 이달 1일 개관한 곳이다. 


필자에게 기억되는 단신의 키에 평범하면서 서민적인 얼굴을 가진 가수 김광석은 진솔한 목소리로 서정적인 발라드를 부른 가수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노래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군대 가기 전에 심금을 울리는 이등병의 편지, 첫사랑을 연상케 하는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세월이 흘러감의 야속함을 달래주는 서른 즈음에... 당신에게 그리움이란 어떤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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