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의 용 모양섬 고하도에 자리한 호남권생물자원관
섬이라는 것은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을까. 한국에는 한국에는 유인도 460여 개를 비롯해 3,300여 개의 섬이 있는데 바다에 점점이 자리한 곳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 있고 사람도 같이 살고 있다. 오랜 세월을 지나 이제는 아름다운 경관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많은 섬이 육지와 연결된 연륙도이며 섬과 섬이 연결된 연도이지만 뱃길이 없는 섬도 있다.
목포에 자리한 고하도라는 섬은 처음 방문해 본 곳이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자리한 고하도의 면적은 약 1.78㎢가량으로 영산강과 서해가 만나는 기수역에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목포대교가 개통하면서 접근성이 좋아진 연륙도이다.
다양한 생물자원을 연구하고 있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는 최근 식물 생장 촉진 미기록 세균 25종을 발견하는 등의 다양한 자원에서 발견한 것을 통해 상처 치료 효능을 규명하고 있다. 섬의 생태를 지키는 일은 결국 사람의 삶을 지키는 일과 맞닿아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물 이동, 특산종의 감소, 생태계의 단순화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다만 그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곳이 섬일 뿐이다. 우리가 섬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주의 깊게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족과 함께 방문하기에 좋은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다양성의 가치를 볼 수 있는 곳이며 바다와 섬에 있는 자원을 활용한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의 한 영역을 연구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자세히 보면 더 알 수 있게 되고 더 이뻐 보이듯이 생물이 가진 가치를 발견하고 지속가능한 섬과 자연·생태경관, 문화경관을 활용해 더 건강해질 수 있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 고하도는 연륙도로 육지와 연결되었지만, 여전히 섬이 가진 고유한 리듬과 생태를 간직하고 있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이곳에 자리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섬이 가진 경계성과 상징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선택처럼 보인다. 바다와 육지, 자연과 인간, 연구와 생활이 맞닿는 지점에서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기에 이보다 적절한 장소는 많지 않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과 연관된 콘텐츠를 만들면서 박제된 생물이 아니라 바다가 가진 가치에 대한 본질을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11월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고하도 주민들과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콘퍼런스도 개최했었다.
독도를 가볼 기회가 몇 번 있었지만 기후변화로 가보지 못했지만 울릉도와 독도의 모습도 간접적으로 이곳에서 만나볼 수가 있다. 콘퍼런스에서는 ‘함께 그려보고 짓는 미래 위에 섬’을 주제로 ‘명품 섬마을 만들기’, ‘지속 가능 고하도’, ‘섬! 늙어도 낡지 않아요’ 등의 주제 발표와 함께 패널 토크, 참여자 토론을 진행했다고 한다.
기후변화에 대해서 누구나 알고 있지만 가까이에 있지 않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호남권생물자원관에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것을 고민하는 곳이기도 하다.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이 가진 의미는 여기에 있다. 이곳은 단순히 생물을 수집하고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라지기 전에 기록하고, 변하기 전에 이해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는 장소다. 눈에 띄지 않던 미생물 하나, 계절마다 스쳐 지나가던 새 한 마리가 미래의 치료 기술이 되고, 생태계 복원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공간은 조용하지만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섬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할 수도 있지만 기후변화에 따른 특산식물의 생육지 이동에 따라 동해와 남해 연안의 산림생태계에서 특산식물의 다양성 감소가 예측되고 있다고 한다.
다수의 특산식물이 고지대와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컸고, 이러한 이동의 결과로 인해 동해·남해 연안에서는 특산식물의 다양성이 감소하게 되면 남해에 자리한 섬들의 생태도 많이 바뀔 듯하다.
섬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변화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육지보다 작고, 닫혀 있으며, 환경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작은 변화도 빠르게 기록된다. 그래서 섬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미래를 미리 들여다보는 일과도 닮아 있다. 고하도와 같은 섬에서 이루어지는 생물자원 연구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환경 전반에 대한 경고이자 제안에 가깝다.
올해는 생물자원 조사. 분류. 보존 및 생물자원 소재 발굴과 이용기술 개발, 생물자원 유용성 연구하는 올해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은 목포시 고하도에서 계절별로 만날 수 있는 새를 소개한 '사계절 섬에서 만난 새(고하도 편)’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생물의 다양성을 살펴볼 수 있는 한 해가 되었다.
섬은 작아서 지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작기 때문에 배울 것이 많은 공간이다. 자세히 들여다볼수록 더 많은 의미가 보이고, 천천히 바라볼수록 더 오래 남는다. 고하도를 걷고,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의 전시와 연구를 따라가다 보면 섬이 가진 가치는 경관이 아니라 시간과 태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섬이 우리에게 남기는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무엇을 지켜낼 준비가 되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