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요원
비정규직 특수요원은 사실 흥행에는 실패한 영화다. 왜 이 영화는 관객들의 외면을 받았을까.
여자 두 명을 투탑으로 내세워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확실한 캐릭터 설정이 필요하다.
산드라 블록과 맬리사 맥카시 주연의 더 히트처럼 한 명은 엘리트처럼 보이지만 허당이고 한 명은 평범하지만 의외로 재미지고 해결사로의 역할을 해낸다. 그러나 비정규직은 확실하게 코믹 코드를 넣은 것도 아니고 사회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것도 아니다. 게다가 강예원을 망가트리긴 했지만 무언가 불편하다. 한채아의 이쁜 미모는 시종일관 유지되는데 비현실적이다.
비정규직의 문제를 이렇게 풀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수많은 자격증을 따고 수많은 잡기를 배우고 나서도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그녀를 규정한다. 비정규직인 그녀는 못하는 일 하나 없는 만능 재주꾼처럼 보이지만 포장을 그렇게 해놓아서 그런지 몰라도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국가안보국의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그녀는 정규직이 되기 위해 상사의 보이스피싱으로 잃어버린 5억 원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열혈 형사이면서 일을 해결하는 것보다 망치는 것에 더 익숙한 한채아는 강예원과 함께 보이스피싱 회사에 잠입해 들어가서 일망 타진하려고 한다. 나름 괜찮은 조연진과 배우들이 등장했지만 영화의 내용의 부실함 덕분에 영화는 산으로 갔다가 다시 바다로 떠나간다.
한채아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여형사의 미모를 가지고 풀 메이크업을 하고 등장한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이라면 그녀로 인해 별 반개 정도는 된 듯하다.
자신이 잘 살기 위해 남을 속이는 사람들이 모이는 보이스 피싱 조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은 사실 모두 공범이다. 그리고 정규직만을 고수하면서 잠시나마 그들과 함께 배를 탄 강예원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영화는 대체 무얼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코믹하려면 제대로 코믹하던지 메시지를 던지고 싶으면 던져보던지 이런 애매함 속에 어설픈 설정으로 배는 산을 등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