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식당 2 (深夜食堂, 2017)

무얼 먹는 것보다 누구와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해 보이는 심야식당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일본에서 만난 그런 식당들은 아직까지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심야식당은 소소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에 따뜻한 음식이 있다. 많은 음식이 등장하는 심야식당의 이번 요리는 ‘불고기 정식’, ‘볶음 가락국수와 메밀국수’,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이다. 이야기를 요리할 줄 아는 마스터와 그 이야기를 맛볼 줄 아는 손님들이 있어 즐거운 심야식당의 이야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전작에서 출연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번 작품에도 등장했다. 언어는 일본어로 이야기 하지만 우리 생활과 그리 동떨어져 있지 않기에 친숙하다. 그들의 이야기지만 마치 내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는 상복을 입고 등장한 사람들이 식당에 모여 야키니쿠 정식을 먹는다. 두 번째 에피소드는 소바집을 꾸려나가는 세이코와 그녀의 아들과 연상의 연인이 연결되는 이야기에 야키우동이 등장한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아들을 만나기 위해 유키코 할머니는 돈을 가지고 올라오지만 문제가 발생한다. 이들과 함께하는 음식은 톤지루 정식이다. 마지막으로 에필로그로 마무리가 되는데 구석이든 중심 이든 간에 어디선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깊은 밤 심야식당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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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라고 말하기 힘든 표준화된 맛만을 내는 프랜차이즈가 넘쳐나는 한국에서 정감이라는 것을 찾기가 힘들다. 특히 최근 치킨값 논란으로 비롯된 문제는 음식이 우리 삶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얼마나 외면해 왔는지 알리는 반증이기도 하다.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힘든 치킨에 20,000원이 넘는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차치하더라도 음식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심야식당을 보며 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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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제각기 상처와 슬픔을 가지고 있다. 때로는 기쁨이 있기도 하지만 그 기억은 쉽게 잊힌다. 사람들마다 가진 내면의 상처를 음식이라는 것을 가지고 포근하게 안아주는 마스터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가 그들의 고민과 슬픔과 상처에 분노하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냥 평온하게 그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내어줄 뿐이다. 영화 제목은 심야식당이지만 그 식당의 이름은 그냥 '밥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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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무게는 그 사람이 가진 능력만큼 주어진다고 한다. 힘든 인생길 혼자서도 힘든 판에 누군가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사람과 성하지 않는 몸이 있다면 더 힘들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은 누구나 무거운 짐을 잠시 놓고 싶을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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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부터 영업을 하는 심야식당에는 단골들이 있다. 단골들의 이야기와 새롭게 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얽혀서 아늑함과 따뜻한 메시지가 전해진다.


한국은 이상하게 대접받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야식당의 주인공으로 한국에 온 고바야시 카오루는 경호원과 운전사가 딸린 것에 놀랐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배우가 스스로 운전해서 촬영 현장으로 간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보다 누구와 먹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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