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청주역의 기찻길 위에서 만나본 청주 근대의 공간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항상 상대적이다. 어떤 때는 길게 느껴지고 어떤 때는 짧게 느껴지기도 하고 어떤 시간은 기억되고 어떤 시간은 생각해내려고 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게 살아가면서 시간 너머의 삶을 생각하고 상상하기도 한다. 사람들에게 흘러가는 시간을 기억하는 것은 주변에 남아 있는 흔적들을 통해서 가능하다. 옛날에 기차가 지나가던 공간은 근대역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옛 청주역이 있던 곳도 그렇다.
청주를 기차를 이용해 방문하시는 분들이라면 이곳으로 오지는 않겠지만 예전에는 이곳에서 청주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사람이 책을 읽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 그 본질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함이다. 깨어있는 사람은 쉽게 물들이지 못한다.
해가 정말 많이 짧아졌다. 그래서 그런지 5시만 되면 주변이 어두워지면서 밤의 시간이 시작이 된다. 너무나 가까운 곳이면서 자주 방문하는 청주시의 근대역사공간이 갑자기 생각나서 방문을 해본다.
청주역은 충북선 영업 초기에는 현재의 청주시청 부근에 위치하고 있어서 청주시의 중심 역으로 이용객이 많은 역이었다. 이후 1968년 청주시 내의 곡선 노선이 개선되어 북쪽으로 약 2km 정도 떨어진 우암동에 있는 구 청주문화방송 자리로 역을 이전했다.
청주역은 조치원을 거쳐 외지로 통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지금은 사라진 상가와 창고 공장의 물류중심이었으며 충북선을 이용해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였던 곳이기에 이곳을 중심으로 먹거리들이 많았었다고 한다. 지금은 그 이야기만 접해볼 수가 있다.
일본은 한국에서 정말 많은 가져가기도 하고 지형 자체를 많이 바꾸었다. 전국에 있었던 읍성들도 일제강점기 때 대부분 사라졌는데 일본이 지역별로 읍성에 있는 상권의 구도를 바꾸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읍성중심의 상권은 일본인이 설정한 가로와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바뀌었다.
1920년 3월 조선철도 주식회사가 질 좋은 쌀이 생산되는 충북 지역의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기존 부강 청주 노선을 조치원-청주 노선으로 바꾸면서 본격적으로 놓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옛 청주역이 문화공간으로 부활한 것은 코로나19가 한참 전국을 휩쓸고 있을 때인 2020년이었다. 청주역사 전시관은 1층 125㎡ 실내 전시관에 총 4가지 주제로 구성됐다. Zone 1은 예전 열차표, 50년대 여행 잡지, 시대별 모형 기관차 등 청주역사의 사료를 전시하는 등 청주역 운행 당시의 시대 상황을 담았다.
Zone 3은 옛 추억의 기차에 탑승해 다양한 이색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고, 청주역 100년의 역사를 스크린 영상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Zone 2는 충북선의 탄생 배경을 관련 사진을 이용해 그래픽 패널로 연출했고, 일본의 식민지 수탈 수단에서 광복 후 산업철도로의 기능변화와 북문로 청주역에서 현재의 정봉동 청주역으로의 위치 변화에 따른 특징 등 청주역사의 변천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청주역사 전시관은 시민들 누구나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고,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청주역사 전시관은 청주역의 역사와 추억을 되새기며 남녀노소 누구나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중앙공원 ~ 청주역사전시관 ~ 문화제조창 C를 잇는 문화벨트로서의 거점 공간으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기차를 타는 느낌을 받으면서 여행을 가는 콘셉트로 하면 더욱더 실감이 날 텐데 그 부분은 약간 아쉽기는 하다. 이제 이런 분위기의 열차는 타보려고 해도 타기가 힘들다.
전시관 후면에는 옛 거리를 표현한 그림 담장과 열차가 들어오는 듯한 트릭아트를 배경으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청주역에서 창문 너머의 시간은 오래전의 청주라는 도시의 새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시간 너머의 삶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개개인의 삶 속에서 스치는 배경이었던 존재가 삶의 일부게 될 때 얻게 되는 세계가 있다. 어떤 관점으로 보면 세상이 열리기도 하고 시선 너머의 삶이 보이기도 한다. 청주를 방문해 보고 역사를 만나고 의미와 삶을 만나볼 수 있는 곳으로 이곳을 추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