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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 누군가 Jul 28. 2017

대구 냉면과 벽화 마을

냉면 한 그릇과 떠나는 여행

대구 여행은 항상 묘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부산보다는 가까운 곳에 있어서 가기가 쉽다고 생각하지만 항상 지나쳐만 가던 곳에서 색다른 매력이 많은 여행지들을 보면 즐겁다? 아니면 설렌다라고 하는 것이 적당할까. 대구를 4차 산업으로 도시 마케팅을 한다면 관광으로 포커스를 맞추어도 괜찮을 듯하다. 3대 냉면집 같이 음식점을 한계 두듯이 하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선택이 편리하기 위해서 굳이 꼽는다면 대동 면옥, 강산면옥, 대동강식당, 부산 안면옥 정도 일 듯하다. 


교동거리의 유명한 냉면만 먹기 섭섭하니 한우와 돼지고기를 양념에 재워 은은한 불에 구워낸 떡갈비도 하나 먹어본다. 떡갈비를 보고 있자니 어떻게 보면 서양에서 시작된 패스트푸드 햄버거에 들어가는 쟁반 모양의 고기나 다진 고기의 패티는 한국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다. 만약 떡갈비는 조금 더 빨리 익도록 얇게 만들었다면 한국이 먼저 시작했을 수도 있다. 

이곳의 냉면은 절대 곱빼기를 주문하면 안 될 듯하다. 둘이 왔다면 냉면 하나와 떡갈비 하나만 주문해도 충분해 보인다. 이곳은 1951년에 문을 연 곳으로 대구경북에서는 최초로 평양식 냉면을 만들어 판 곳이기도 하다. 면은 메밀가루와 고구마 전분을 혼합하여 사용하는데 국물을 떠먹어보니 감칠맛이 나는데 발효식초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은 특이하게 냉면 안에 주먹밥이 들어가 있다. 그것도 뭉쳐 있어서 밀도가 상당한 주먹밥 한 덩이가 말이다. 주먹밥만 먹어도 어느 정도 요기가 될 정도이다. 

시원한 열무와 감칠맛 나는 발효식초 덕분인지 몰라도 한 여름 시원하게 느낄 수 있는 맛이다. 배부르다 배부르다 하면서 계속 수저를 들게 만든다. 황태채를 넣은 황태채 냉면, 열무김치를 얹은 열무냉면, 닭 가슴살이 들어간 초계 냉면, 물김치 냉면, 동치미 냉면 등 뜨거운 여름에 오아시스 같은 냉면 맛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냉면 한 그릇으로 잠시 여름을 뒤로 가게 만들었으니 대구 탐방을 나섰다. 지금은 많이 알려진 마비정 벽화마을은 대구광역시 달성군 화원읍 마비정길 259 에 있는데 말(馬)의 슬픈 전설을 간직하였다고 하여 마비정(馬飛亭) 마을이 되었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녹색 농촌체험마을 사업을 통해 벽화마을로 탄생한 곳이다. 

길가에는 벽화와 돌이 도심 속 여유를 선사해주고 있다. 마을 전체가 60~70년대의 정겨운 농촌의 토담과 벽담이 있어서 벽화마을로 조성하기에 적격인 곳이다. 마을 곳곳에는 이팝나무 터널부터 연리목+연리지 사랑나무와 국내 최고령 옻나무, 대나무 터널길을 둘러보고 벽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마비정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문지기를 지나 낙서판이 나오면 마음껏 낙서 실력을 뽐내도 좋다. 이어 삼지구엽초, 사계절, 얼룩이와 점박이, 오후의 낮잠, 여름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어느새 고개 위로 올라가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소중한 추억을 간직하고 기억 속에 새길 수 있는 마비정 벽화마을은 1,2,3구간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각각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삼필봉을 잇는 길, 마비정에서 가창 정대를 연결하는 옛 길을 따라 조성된 길과  마비정 벽화마을에서 화원 자연휴양림까지의 길로 조성되어 있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잘 만들어져 있어서 둘러보는데 별다른 어려움은 없다. 하루에 천리를 달린다는 비무와 그 말을 사랑한 백희라는 암 말의 전설이 내려오는 이곳에는 비무를 기리고자 말솟대를 만들어 세웠으며 백희를 죽게 만든 마고담은 잘못을 빌고자 정자를 짓고 그곳에서 일생을 마쳤다. 그 정자가 마비정이다. 이후 이 마을을 마비정이라 불리게 되었다. 

사랑이야기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전국에 있는 연리목이나 연리지마다 사랑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데 비무와 백희의 이야기가 내려오는 이곳의 연리목은 조금 특별해 보인다. 부부의 연으로 만난 이들에겐 해로(偕老) 보다 큰 복이 없다고 하는데 사람의 수명보다 훨씬 오래 사는 나무가 뒤엉켜 있는 것이 의미 있어 보임이 당연해 보인다. 

마을의 곳곳에는 소원지를 적은 띠줄이 이어진 곳이 많다. 보통 사찰을 가면 연등에 다는 소원지를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곳처럼 짚에 액운을 막는 것처럼 흰색의 종이에 적어 놓는 것은 보기 힘든 광경이다. 

마비정 벽화마을의 고양이는 천하태평이다. 이 세상 근심 없다는 표정으로 누워서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오래된 도심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만든 벽화마을들이 전국에 적지 않지만 생명의 지속성을 가진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그런 의미에서 생명력을 가진 곳이다. 

마비정 벽화마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이 더운 여름날 땀을 흘리면서 걸어야 그 속살을 제대로 만날 수 있다. 물론 한 손에는 물이나 이온음료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때에 맞춰 걷다 보면 마을 분들이 주는 요깃거리도 받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마비정 벽화마을은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이고 사람이 살아갈 곳이다. 그렇기에 온기가 있다. 


http://www.bookk.co.kr/book/view/2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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