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특례시에 자리한 맑은 느낌으로 흘러가는 김달진 생가
한 사람의 생애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전국에 자리한 시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쓰고 만나면서 그 사람이 생각했던 세상을 그려보기도 한다. 창원시를 대표하는 시인 중에 한 명으로 김달진시인이 있다. 매년 김달진 문학제를 여는데 지난 10월에도 제29회 김달진 문학제가 이곳 창원시 진해구 소사마을 김달진 시인 생가에서 열렸다.
창원에 생가와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는 김달진은 본관은 김해(金海). 경상남도 창원 출생. 김규석(金圭奭)의 2남 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난 사람이다. 그의 삶을 보면 금강산유점사(楡岾寺), 경상남도백운산(白雲山) 등에 입산하여 수도 생활을 한 것으로 보면 남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살았던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가 있다.
김달진 생가의 주변으로는 옛날에 영화를 누렸던 그 공간을 그대로 재현해 둔 것을 볼 수가 있다. 지금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지만 과거에는 필요했던 것들이 있었다. 김달진문학관은 김달진의 제자가 진해의 마을에 생가를 복원하고, 한학자, 교사, 승려, 시인으로 살아왔던 김달진 선생의 불교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문학에 대한 열정을 알리기 위해 개관한 곳이라고 한다.
과거의 사진은 과거대로 흘려보내고 현재의 모습은 현재대로 살아가며 미래는 그대로 맞이하면 된다. 사람의 인생은 그렇게 흘러갈 뿐이기는 하지만 누군가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 큰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화 코코에서처럼 말이다. 망자의 날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건너가는 것일까.
이곳 출신 월하(月下) 김달진 시인(1907~1989)의 문학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시사랑문화인협회와 창원시김달진문학관이 주최하는 김달진문학제는 국내 시인뿐만 아니라 외국 문인들까지 폭넓게 참여하는 국제 시축제다. 이곳에 오니 예전에 사용했던 공중전화가 보인다. 언제 저런 스타일의 전화를 사용할 일이 있을까.
김달진의 생가에는 커다란 마당을 포함해 밭, 화단이 조성되어 있어 가정적인 느낌을 주며 생각 자체에서 흘러나오는 민속적인 분위기를 누려볼 수가 있다. 김달진은 불교를 접하며 삶의 변화를 겪게 되었는데, 부처의 일대기를 그린 장편 서사 시집인 큰 연꽃 한 송이 피기까지는 사람의 인생을 잘 보여주고 있다.
12월의 고요한 어느 날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가 않겠지만 이렇게 호젓하게 돌아보는 것도 좋다. 목련이라는 꽃은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 중에 하나다. 봄이 깊어가면 창밖에 비 소리가 들려오고 아침에 일어나 보면 언제 피었는지도 모르는 목련꽃이 송이채로 떨어져 있는 것을 볼 때가 있다. 그런 것을 보고 느꼈을까.
열매는 대부분 푸르다가 붉은색으로 물들어간다. 생각해 보니 대부분의 과일은 껍질이든 과육이 든 간에 붉은색이 도는 것이 익은 것을 나타낸다. 올해 이곳에는 김달진 문학제에서 시상을 받은 사람들의 시들이 걸려 있다.
김달진 시인의 시 ‘청시(靑枾)’에 나오는 풋감이 황금빛으로 익어가는 계절에 문학제가 열려 더욱 의미가 크다”며 “이젠 ‘봄에는 군항제, 가을에는 김달진문학제’라는 말로 진해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듯하다.
글에서는 운율이 있는 변주를 하는 것이 쉽지가 않지만 시의 경우는 그런 것들이 가능할 때가 있다. 그래서 짧지만 시에서는 그런 매력을 느끼는 듯하다. 겨울의 초입에 방문한 김달진 생가에서 잠시 그기 쓴 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물 자체가 귀했으며 우물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되었던 과거에 샘물은 지금과는 다른 관점으로 바라봤을 것이다. 김달진 시인은 생물이라는 시를 썼는데 그곳에서 물속에 하늘이 있고 흰 구름이 떠가고 바람이 지나가고 조그마한 샘물은 바다같이 넓어진다고 보았다.
김달진 시인 생가의 바로 옆에는 그의 기념관이 있어서 그의 삶을 살펴볼 수가 있다. 자신의 사후에 자신을 바라볼 수는 없겠지만 사람들 중 누군가가 기억해 준다면 얼마나 의미가 있을까.
올해에 열린 제29회 김달진 문학제에서는 제35회 김달진문학상, 제15회 창원 KC국제문학상, 제23회 월하전국백일장 등의 시상식이 진행돼 문학 발전에 이바지한 문인들뿐만 아니라 백일장에 참가한 학생들에게도 수상의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봄에 피는 목련과 익지 않은 청시 그리고 그 꽃과 과일들을 성장시키는 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아 그는 자연을 사랑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