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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의료

미국 최대 보험사 UHC의 브라이언 톰슨의 피살사건을 보며.

계엄령으로 대한민국이 온통 혼돈과 불안의 시간으로 빠져들어갈 때 UHC 최고경영자 브라이언 톰슨(50)은 지난 4일 오전 미국 뉴욕 맨해튼 번화가를 걷던 중 젊은 남성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탄피에서는 ‘지연(delay)’, ‘거부(deny)’ 등과 같은 단어가 적힌 사실이 발견되었다. 수사결과 이 사건의 용의자 루이지 맨지오네(26)는 지난 9일 펜실베이니아주 알투나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체포됐다. 나름 명문대를 나오고 집안도 부유했던 루이지 맨지오네는 왜 그를 살해했을까.


한국과 달리 미국의 의료보험은 정말 거지같이 살지 않는 이상 민간에 의지한다. 즉 아무 병원이나 갈 수 없고 아무 의료나 마음대로 받을 수 없다는 의미다. 자신이 가입한 보험에 따라 정해진 의료와 병원을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가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의료거부(deny)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최대의 보험회사인 UHC의 브라이언 톰슨은 최대실적을 올렸는데 이는 보험가입자의 의료요구를 30% 넘게 거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고통에 살아야 하고 적절한 의료를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나야 했었다. 이렇게 악명이 높은 보험회사의 대표를 총격을 한 루이지 맨지오네는 살해자가 아니라 다크 히어로로 추앙을 받고 있다. 지금 우리는 복잡한 상황을 해결하는 대신에 거대한 폭력을 행하려 했던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다. 루이지 맨지오네 역시 자본의 거대한 힘과 탐욕을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했다. 과연 그 방법이 정당할까.


자본주의로 불안을 팔아서 먹고사는 보험회사의 가장 큰 수익은 과연 좋은 상품을 통해 가입자를 많이 확보하는 데 있을까. 최대한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을 가입시키고 원래 있었던 좋은 상품을 좋지 않은 상품으로 계속 갈아타기를 하고 작은 의료비용을 내주는 대신에 큰 의료비용은 최대한 지연시키고 거부하여 수익성을 높이는 데 있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모집원은 고객에게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순간 손을 떠나게 된다. 아무리 자신의 고객이 불이익을 받더라도 모집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대형 보험회사와 계약한 의사들은 고객이 받은 질병의 빈틈을 찾아내고 그것도 안되면 대형 로펌을 동원해서 상대를 공격한다.


보험회사는 상당히 많은 의료비용의 지출을 초래하게 될 사례를 만들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건강에 문제가 되는 질병등에 완벽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쉽지가 않다. 보험회사의 선의에 기댄 의료서비스는 앞으로도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 유나이티드 헬스케어의 수익 규모 등이 적혀 있는 맨지오네가 직접 쓴 세 쪽짜리 선언문에는 “모든 분쟁과 트라우마에 대해 사과하지만, 그렇게 해야만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상조회사의 상품과 보험회사의 운전자보험, 보험회사의 실손보험에는 공통점이 있다. 대부분 일상에는 거의 사용할 필요가 없는 보험이지만 불안이 극대화되면 필요한 비용을 지출해 준다는 상품이다. 과연 보험회사와의 약속은 지켜지는 것일까. 10년, 20년 후에 일어날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행히 보험회사의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돈을 지급해주기는 하지만 지금 설계된 상품중에 보험회사입장에서 막대한 비용을 초래하는 상품들이 보인다. 그런 상품들은 어떤 방식으로 든 간에 지출하는 비용을 줄이는데 집중할 것이다.


한국은 어떤 의료시스템을 지향하고 있을까. 미국보다는 분명히 좋아 보이지만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꾸준하게 자본주의의 역습에 시달리고 있다. 민간 영리 병원의 확대는 여전히 시도되고 있고 실손보험의 전 국민 확대는 종사하는 의사들의 수입의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미 의료시스템의 균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고가의 의료장비를 비롯하여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 만든 약들은 다른 보험상품을 가입하는 좋은 미끼가 되어준다. 모두 미국등의 자본주의로 극대화된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것들이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중도 없고 경시를 하지도 않는다. 그냥 돈이 최대의 목적인 시스템이다. 그런 시스템상황에서 시스템의 보완이나 견제 없이 선의에 기대한다던가 감성에 의지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사람의 생명이나 고통을 해소해 주는 의료는 자본주의에서 가장 탐내는 시장이다. 살고 죽고 고통스럽거나 고통스럽지 않은 것은 인간이 의지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의료시스템을 자본주의에 맡겨두면 미국과 같은 일이 생겨나지 않은 법이 없다. 보험회사의 상품을 가입했다고 보장하지 않는 것이 자본주의의 해결책이며 수익성을 극대화화는 모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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